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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가혹한 평가. 친절한 금자씨
nice0266 2005-08-14 오전 3:59:31 4591   [4]

복수의 동인은 부모의 사랑이다.

그녀는 어머니고,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백선생 대신 감옥에 가서 13년을 산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다른 아이의 유괴에 가담했다는 것이 그녀가 13년에 걸친

복수를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부모의 사랑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복수의 동인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금자씨의 제니사랑과 유괴된 아이 부모의 울컥하는 심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금자씨의 죄책감 역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표현한다.

반면 백선생은 비열하고 아내를 강간하는 폭력적인 인간으로 묘사된다.

감독은 해설자를 내세워 객관적인 태도로 상황을 보여주는 척하지만 이미 한쪽의

시선에 기울어져 있다.

 

당연히 금자씨의 복수에 우호적이다.

백선생도 유괴를 했고, 금자씨도 유괴를 했건만

백선생의 유괴 이유가 '요트를 사고 싶대요'로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는 반면

금자씨의 백선생 유괴 이유는 매우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감독은 금자씨가 백선생을 유괴해서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반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복수는 누구나 공감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사私형에 대해 부정해야 할 경찰까지도.

 

그렇다면 백선생과 금자씨의 선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언인가를 질문해볼 수 있다.

이것은 복수의 동인과 관련된다.

바로 부모의 사랑이다.

백선생은 부모의 사랑이 결여된 인간이다.

그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인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것과 아이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르다.

금자씨의 딸 제니의 양부모는 자기 아이가 없음에도 제니를 사랑한다.

따라서 차이는 자식이 있냐 없냐와 관련된다.

백선생은 아이가 없기 때문에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요트를 사기 위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유괴해서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불임인 것은 부모로서 가져야 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복수를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부모라면 아이를 그 정도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백선생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 그래서 불임이다 라는

 

금자씨는 제니의 앞에서 백선생을 죽였음에도

제니는 금자시를 용서하고, 해설자도 금자씨를 용서한다.

이것이 하얀 두부에 얼굴을 파묻는 행위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진다.

 

작품에서 유독 이해관계가 없는 인간이 빵집의 젊은 청년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그 청년이 왜 등장했는가, 그의 역할이 무엇인가가

좀 의문스러운데 아마 금자씨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해관계 없는 사람도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위해 설정된 듯 하다.

한마디로 금자씨의 복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유괴와 부모의 사랑을 매개로 한 복수의 매개는 그의 작품 세 개에서 모두 드러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리고 올드보이의 최민식과 강혜정의 관계에서

부모의 사랑을 파괴한 행위는 복수당해도 마땅하다는 시선

그것이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

 

물론 올드보이의 복수는 유지태의 복수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최민식이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마지막에 유지태를 죽이고, 최민식을 살리는 설정은 감독이 부모의 사랑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박찬욱은 부성과 모성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사랑이라 생각한 듯 하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복수의 주체는 인자한 아버지, 친절한 어머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모두가 따뜻해야 하고 그래야 그들의 복수에 설득력이 부여된다.

그는 본의 아니게 부모의 사랑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역할모델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답습하였다. 부모는 따뜻해야 하고 아이가 어릴 때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

그는 제니에게 자기를 금자씨라 부르라 한다. 자기는 엄마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시선에서 입양이라는 것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물론 당사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와 아이가 떨어지게 된 상황 자체는 부정적이나

그렇다고 해서 제니가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설정 등은 입양을 하는 부모에 대해서

너무 폭력적인 사고방식이다. 아이는 친엄마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

작품에서 아이는 엄마에게 왜 버렸냐고 물어보기 위해 한국에 따라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정에서 양부모에 대한 배려는 빠져 있다.

그들이 얼마나 제니를 아끼며 키웠는지.

제니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슬펐을지.

 

한편 영화에서 마녀로 나왔던 여자의 특징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여성의 성기를 쾌락용으로 사용해왔던 여성이다.

여성으로서의 특징을 아이를 사랑하는 데 쓰지 않고 자신을 흥분시키는 데 사용한

그 장면은 누가봐도 그녀를 나쁜 여성으로 보게끔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그녀가 마녀로 몰리는 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자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과정도 당연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몸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만 사용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여성관이 반영된

인물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여성을 마녀로, 누가 봐도 예쁜 금자씨를 친절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로 설정한 것 역시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찬욱은 영화를 만들 때마다 독특한 영화기법을 사용하였다.

올드보이에서는 붉은 배경과 정신없는 스토리 전개 기법을 상요해서 누가 복수의

주체인가에 대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였다.

이번 친절한 금자씨에서 사용된 기법은 디지털 편집 방식이라 한다.

영화의 장면 장면을 미세한 컴푸터 작업으로 끊김없이 매끄럽게 이었다고 하는데

아마 금자씨의 복수가 갖는 개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그런 기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감독은 어떻게 하면 금자씨의 복수를 합리화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얀간 실망스럽게도 그는 부모의 자식사랑을 보편적인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과

선인과 악인을 설정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기존 사회의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문학 비평가 김현은 '소설은 왜 읽는가.'라는 글에서 소설은 개연성 있는 세상의 창조를

통해 이 세상이 과연 살만한 곳인지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라 했다.

인물들의 선/악 이분법은 작품의 현실성을 떨어뜨렸고, 부모 역할에 대한 사고방식은

예술의 비판적 기능을 빠뜨리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올드보이를 보고 그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 잠시 동안 뭔가 새로운 시도가 많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영화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모해서 그런 걸꺼라고,

배우들이 연기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기법이 시도되었다는 것 외에

별로 새로운 문제제기나 사고방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를 할수밖에 없다.

까메오들의 출연 역시 영화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였다.

 

 

 


(총 0명 참여)
cleverqoo
보고 싶어지네요
  
2008-01-06 22:5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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