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사실성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다만 관객은 영화에 나오는 전투장면이나 인물들의 방언사용
당시의 복장을 재현한 모습에서 사실성을 갖추고 있다고 착각했을 뿐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동막골은 너무 미화되어 있다.
외부와는 격리된 채 문명의 혜택을 거의 못받는 환경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또한 그 마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냥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이다.
외부에서 온 때묻은 인간들도 동막골에만 오면 따뜻한 인간으로 정화되어 간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매커니즘은 동막골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같은 순수함이다.
순수함의 상징으로 강혜정과 어린이가 나온다.
왜 그 순수함의 상징이 굳이 어린이인지, 하얀 소복을 입은 예쁜 처녀 강혜정인지 질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감독은 그 순수함이라는 것조차 사회적 권력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간과하고 있다.
과연 순수함은 복잡하지 않음과, 처녀성과, 사회적 재생산의 과정을 덜 거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감독은 온갖 사회의 문제들이 복잡한 것에서 발생했다고 순수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순수한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 감독은 기존 사회의 관념을 조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어린이의 무지함과, 처녀의 순수함과, 농민들의 어리숙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원시적인 사회를 이상적인 공간으로 만든 그 설정은
200년전 300년전에 나왔던 초기 공산주의자들의 고민
그리고 초기 생태주의자들의 고민에서 이미 반복되었고,
그 불가능함이 이미 어느정도 검증되었던 일이다.
격리된 공간이라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던 것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격리된 공간의 설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그리고 왜 하필 동막골을 지켜내는 것은 형제애라는 매개고리를 통해서인가.
이것 역시 남성중심적인 기존 사회의 관념을 조금도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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