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치적 당파싸움은 끊이지 않고 서민들의 삶은 궁핍하긴만 한데...
이 때 대규모 위조 엽전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물가는 더욱 폭등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이 불법 유통망과 관련된 인물들이 한 정체불명의 가면의 사내에게 당하고 만다.
좌포청에 근무하는 남순과 안포교는 이들 불법 유통망을 때려잡아야 함은 물론이요 그 정체 불명의 사내도 잡아야 한다.
몽타쥬가 작성되지만 미남형 얼굴에 그냥 '슬픈 눈'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던 와중 남순과 슬픈 눈은 서로 마주치고 그 만남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이명세 감독은 전작 '인정사정 볼 것'없다에서 스타일리스트 감독이라는 명성에 맞게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박중훈의 첫대사 기억하는가?
"나? 서부 강력계 형사, 영구!"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형사들의 실제 생활에 기초해 만들었다면 이 작품 '형사'는 만화가 박학기 씨의 원작만화 '조선형사 다모'를 기초로 하였고 또한 하지원이 출연한 드라마 '다모'또한 어느 정도 참고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지원은 드라마판과 영화판의 주연을 모두 휩쓰는 행운을 얻었다.
아니, 행운이라기 보다는 실력이 좋으니 이런 성과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라면 박중훈이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현대적 수사를 했다면 조선시대에는 하지원이 그 껄렁함을 대신한다.
원작을 보지 않은지라(심지어는 드라마 '다모'도 나는 보지 않았다.) 확실히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역시 이명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화적 영상들이 바로 그것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옥탑방 결투 씬을 춤처럼 표현했는데 '형사'에서는 거기에 그림자 담벼락을 이용한 영상과 더불어 이번에는 강동원과 하지원은 칼 춤을 추어댄다.
또한 이 작품의 주무대가 되는 것은 이상하게도 좌포청 두 포교가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고, 슬픈 눈과 자주 대립했던 민속촌 계단이었다.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가파른 계단에서 엉덩방아를 찌는 안성기의 모습과 이와 대조적으로 강동원은 멋있게 눈쌓인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계단 씬을 기억하는가?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흘러나오면서 부산의 40계단이 비춰진다.
비가오는 날 한 남자가 살해를 당하고 그 화면은 슬로우, 슬로우 비춰진다.
그러고보면 이명세 감독은 계단을 참 좋아하는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느껴진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좋아했던 팬들은 이 작품에 기대감을 걸었지만 네티즌들의 평은 너무나도 냉담하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게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이야기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순과 슬픈 눈의 대립과 더불어 그들이 서로 사랑함에도 왜 사랑할 수 없는가에 대한 그 동기가 너무 빈약하다.
가령 좌포청에 같이 근무하던 포교들이나 동료들 중 죽음을 당하여 남순이 결심을 하는데 이가 알고 보니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이더라라는 식의 동기부여가 있었다면, 혹은 남순의 부모를 죽인 원수가 슬픈 눈이었다면...
이런 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리고 대사가 많이 없고 영상에 의존하기에 관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강동원의 멋있는 모습을 사람들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내가 볼 때 강동원은 '형사'에서 슬픈 눈의 강동원보다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순박한 젊은 약사 모습이 더 어울린다. (당연히 '늑대의 유혹'에 나오는 그 느끼한 모습은 최악이고...)
이명세 감독의 또다른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 되지만 생각보다 싱겁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의 부제인 'Duelist-듀얼 리스트'(대결)에 집중한 나머지 많은 것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람들의 의견인데 반대로 그 대결장면이 멋있었다는 평가와 더불어 꼭 이야기가 러브스토리에 집착할 필요도 없지 않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이 영화의 문제점은 드라마 '다모'처럼 퓨전사극으로 만들려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가령 외국음악들이 영화의 전반에 깔리는 장면이라던가 포교들 중 일부는 레게 퍼머를 한 사람도 있다는 점, 정신없이 현란하게 촬영방식을 시도한 점은 적당히 촬영방식을 고수했던 '다모'와는 또 다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안성기와 초기 손잡았던 영화 '개그맨'에서 그 특유의 목소리를 보여준 안성기가 여기서도 그 목소리를 들려주니 반가웠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만화적 말풍선 장면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만화적 상상력도 맘에 든다.
그는 여전한 스타일리스트임은 분명하다.
그 명성, 그 느낌 그대로 이명세 감독의 새로운 작품들이 그 것들을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송영창 씨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불미스러운 일로 반성을 많이 한 만큼 열심히 연기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속 강동원은 자신의 이름은 끝까지 밝히지 않는데 이것도 감독의 의도인지 궁금해진다.
그 신비감을 그대로 남기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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