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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명암 대비 속 화려한 시각의 향연 형사
nugu7942 2005-09-28 오전 10:46:41 1284   [5]

 

 

흑백의 명암 대비 속 화려한 시각의 향연
<형사:Duelist>OST, 멜로의 비장미 더해
 
 
 

"오직, 스타일 만 즐겨라" 이렇게 말하는 듯한 영화 <형사:Duelist>(감독 이명세, 제작 프로덕션M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형사)는 이명세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즘을 극대화 해 영화 곳곳에 마치 한 폭의 풍경화나 인물화를 수 놓은 듯하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연출함으로써 기존 이명세 매니아로부터 다모 폐인, 강동원팬에 이르기까지 영화 '폐인'을 양산하는 동시에 오래도록 이야기식 영화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 특히,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친절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영화의 주연 배우 강동원의 클로즈업 화면들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 중간 10대 소녀들의 '아, 어쩜 좋아' 하는 신음에 가까운 탄성을 자아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명세식 화려한 이미지의 순례에 참예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영화 속 '대결' 장면에서 사랑에 빠진 남순(하지원 분)의 눈     © 코리아픽쳐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 누워 조곤조곤 듣던 '옛날 이야기'에 졸음에 찬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던 아이들처럼 대장장이에게 요강을 고치러 온 장옷 여인(김보연 분)과 주막 행상(서동수 분)의 내래이션에 이은 장터-돌담길-돌계단 등 공간은 '와이프' 기법의 사용으로 빠르고 거친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영화 초반,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슬픈 눈 :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거요? 쫓아오는 거요? 아니면...뒤를 밟는거요?"   

   

특히, 눈 덮인 돌계단 장면에서 환상인지 현실인지 길게 드리워진 슬픈 눈의 그림자는 이 감독의 전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명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나기가 내리는 도심 한복판 계단 살인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억수로 비가 퍼붓는  어느 폐광촌에서 추적을 거듭한 박중훈과 킬러 안성기가 사활을 건 '대결' 오마쥬(hommage:헌정)는 이 영화 <형사>에도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70년대 인기 팝 음악인 Bee Gees의 'Holliday'가 삽입곡으로 장엄하게 흐르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계단 살인 장면과 폐광촌 대결 장면은 국내 유명 CF나 해외에서 이명세의 '오마쥬'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다시 국내에서 재평가되기도 했다. 

 

이 영화 <형사>에서도 이 감독은 전작에 사용된 '비지스의 할리데이'에 이어 영화 OST의 메인테마에 '탕촌천곡의 메아리'를 배치해 놓으면서 판타지 기법으로 연출한 남순(하지원 분)과 슬픈 눈(강동원 분)의 '대결' 뒤로 공간 배경이 아래로 빨려들 듯 속도감을 더해가면 마치 두 남녀가 사랑을 허락치 않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비상(飛上)하는 것처럼 보인다.

 

슬프도록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시각적 향연으로 바꾼 느와르 액션 '멜로'라 해도 좋을 <형사>는 방학기 인기 만화 <다모>를 원작으로 해 TV 드라마 <다모>와는 또 다른 재미와 볼거리들을 선사해준다. 주막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 장면이 전환되면 황토색 흙먼지가 흩날리는 장터에 조선의 여형사 남순과 안포교(안성기 분)가 서 있다.

 

안포교와 함께 선머슴처럼 무명 상의 고름을 여맨 채 장터 바닥을 우악스럽게 오가는 남순과 칼춤을 추는 귀면탈의 검객이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멜로 정서가 형성된다.

이 처럼 영화의 주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공간과 국적만 바뀌었지 세계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면무도회 장면과 가면을 쓴 팬텀의 슬프도록 아픈 사랑을 그린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린다면 이 영화 속 정서에 쉽게 빠져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영화 <형사:Duelist>에서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명장면들 © 코리아픽쳐스
 

 

또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한 회화적인 이미지이다. 주인공의 복장과 함께 한국적인 염색천의 화려한 색채감 사이로 돌담길 대결 장면에서 선명한 흑백의 명암 대비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영웅><연인> 등을 좋아하는 영화팬 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흑백 사진을 보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며 독특한 이명세식 스타일로 한국판 <영웅>을 방불케 한다.

 

'장터 장면'도 현대의 풋볼 게임을 연상시키며 널려진 위폐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은 역동적인 동시에 슬로우 모션으로 형상화 시켜내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닮았다. 아울러, 영화 속 장면 곳곳에는 추상주의 화가 마티스의 화풍과 흡사한 화려한 색채감과 뚜렷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안포교 : "참말로 세상이 가짜 천지여부러"

특히, 안포교가 그런 풍광을 지켜보며 내 뱉는 말은 인간 본연의 물욕에 대한 욕구는 물론 가짜 명품을 쫓는 현대인의 모습도 읽을 수가 있다.

 

이 감독의 전작이 이번 영화의 예고편이라 해도 좋을 것은 '추적'을 주제로 한 영화의 마지막 '대결' 장면을 이 영화의 원제 'Duelist:대결'이란 단어처럼 꿈인 듯 현실인 듯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숙적이면서 연모하는 사내를 향해 남순이 찌르는 검에서 형상화 된다.

큐피트의 화살처럼 '내 사랑을 받아줘 그리고 네 사랑을 보여줘'라는 듯 점점 가까와지다가 마주 잡은 손을 놓아야하는 남순과 슬픈 눈의 '대결' 장면은 애틋함과 함께 에로틱한 두 남녀의 서정을 관객에게 이입시키기에 이른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는 영화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것이라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의 재희처럼 슬픈 눈의 대사를 더 줄였다면 영화 후반부에 급격히 떨어지는 맥이 풀리는 듯한 정서의 기복은 덜 했을 듯 하다. 왜냐면 한국 특유의 어조는 번역해도 본래의 것과 같지 않을 것이기에.

 

과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와이프'라는 장면 전환 기법은 수도 없이 사용돼 이 감독은 불필요한 서사들을 생략한 채 시시각각 조여오는 외부 사건과 대비된 두 주인공의 정서를 강조하는 데 촛점을 맞춘 듯 보인다.

영화 <외출>의 OST도 작업을 한 음악 감독 조성우의 <형사:Duelist> OST는 일부 논란이 되는 몇 곡을 제외하고 새롭게 창조된 이명세표 멜로에 비장미를 더해주는 왈츠 풍의 메인테마곡 '탕촌천곡의 메아리' 등 전작에서 사용된 '비지스의 할리데이'를 이을 또 다른 영화 OST 명곡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 와이프((Wipe) : 한 쇼트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혹은 그 반대방향으로 스크린을 가로지르면서 뒤의 화면이 앞의 화면을 쓸어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전환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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