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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집중하라 강력3반
sieg2412 2005-10-10 오후 1:22:04 1033   [5]
조폭 이래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인 형사. <강력 3반>은 수많은 형사 영화 가운데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사실 형사 영화는 형사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그 연출 스타일은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살인의 추억>처럼 사건을 돋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고, <공공의 적>처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장르에 충실한 영화고 <형사 Duelist>에 도달하면 형사라는 껍데기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강력 3반>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 어쩌면 세 가지 - 지향점을 두고 있다.

일차적으로 <강력 3반>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형사의 샐러리맨적 생활에서 나오는 애환이다. 그래서 영화는 이러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역설하고 있는데, 그것은 영화의 초반에 주로 집중된다. 그런 연출 의도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시퀀스가 (범인을 잡아야 함에도 그러기 위해서는) 형사들이 서류 더미에 파묻힌 장면이다. 그리고 개스통의 "참으로 딱하요. 내가 짭새들하고 싸우기 싫어서 자식 새끼는 짭새를 시킬까 했더니 할 짓이 못 되는구만" 이라는 대사가 터져나올 때가 바로 "월급쟁이 형사의 애환"을 다룬 <강력 3반>의 1막이 절정에 다다르는 지점이다. 그런데 이 지점의 시작에는 강력 3반 전체가 있지만 끝에 있는 캐릭터는 문봉수다. 문봉수가 서태두 일당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부분이 1막의 대단원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사실 처음부터 진행되고 있었지만) 새로운 막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두번째로 <강력 3반>이 다루는 것이 바로 수사극의 줄거리, 즉 국제적인 마약상 서태두 일당과 강력 3반의 대결 구도다. 우리는 이미 <박수칠 때 떠나라>처럼 수사극을 통째로 포기해버리는 영화도 접한 바 있지만, <강력 3반>은 기초적인 줄기는 놓치지 않는다. 영화 내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이나 잠입 장면은 봉수가 죽게 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되는 2막에서 주로 등장한다. <강력 3반>이 말하고 싶은 내용이 1막에 집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2막이 필요한 이유는, 1막으로는 도저히 그 끝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물쇠를 다섯 개나 채우고 살며, 죽는 병은 아니라는 지독한 건망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그 건망증으로 인해 죽음을 맞는 문봉수의 캐릭터가 1막의 주를 이룬다면, 1막을 대표하는 정서는 씁쓸함이다. 1막이 주는 씁쓸함을 통쾌함으로 가져가 영화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권선징악적인 구도를 끌어들여 (아이러니하게도) 약자의 위치에 있던 강력 3반이 (서태두를 잡아) 성공을 이루는 '도식적인' 결말을 부르는 2막이 필요하다.

그리고 영화의 진정한 주제는 숨어있다. <강력 3반>을 각색한 박정우의 대표작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생각해 보면 영화가 사실상 봉수나 강력 3반이 아닌 홍주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드러난다. 극 초반의 홍주와 후반부의 홍주를 대비하면 확실히 드러난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 신참 형사 김홍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긴 하지만 형사라는 직업에 별로 매력을 갖고 있지 않고, 마약 도매상을 포착하기 위해 잠복하는 순간에도 여자친구와 다른 남자를 발견하고 뛰어가는 얼치기 형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마지막 대결 신에서 홍주는 서태두를 잡기가 너무 어려워서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까, <강력 3반>은 김홍주의 성장드라마였다.

그래놓고 보니까, <강력 3반>은 너무도 건드리고 싶었던 부분이 많은 영화다. 형사들의 애환도 담아야 하고, 형사극의 기본 모태도 벗어제끼지 않아야 하며, 그런 가운데 주인공의 연애 관계 등 사소한 것까지 컨트롤하면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을 성장시켜야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문봉수는 진한 페이소스를 담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끝이고, 재철 역의 김태욱이나 개스통 역의 유해진, 해령 역의 남상미 같은 인물들은 결국 영화에서 소소한 웃음을 주거나, 잔재미를 이끌어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그 장면에 '주인공이 아닌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갖다 놓인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형사들의 애환이라는 점에서는 <와일드 카드>에 뒤쳐지고, 전통적인 버디물이라면 <투캅스>에 떨어지고, 진한 웃음이나 형사극은 <공공의 적>에 모자라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강력 3반>은 이런 '만년 2등' 영화가 되고 말았다.

사실 장르 영화를 가장 손쉽게 성공시키는 것은, 니마이 쌈마이 생각 안하고 무작정 공식대로 밀어붙이거나, 하나의 포인트에 집중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임을 이미 김상진의 작품이자 박정우의 전작인 <주유소 습격사건> 등에서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감독이란 사람이 자기 할말도 없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더군다나 경험이 일천한 신인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갈등이 발생한 모양이다. 그리고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적당한 웃음, 적당한 눈물, 적당한 재미, 적당한 감동. 모자라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부분도 없는 <강력 3반>은, 아마도 손희창 감독에 있어서 하나의 잊지 못할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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