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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씁쓸한 인생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sieg2412 2005-11-02 오전 11:41:01 2191   [3]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영화를 끝맺는 니체의 외마디 절규와도 같은 이 말을 돌이켜보건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주체가 다양하기는 하나 분명 '인생'이란 것을 다룬 영화다. 이 사실은 의외일 수 있는데, '이별'을 다룬 또 하나의 집단극 <새드무비>와 대비를 이루어 <내생애>는 '사랑'을 다루는 통통 튀는 발랄명랑무비라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생애>는 확실히 '사랑'보다 큰 '인생'을 말하고 있으며, 인생이라 함은 분명 단맛보다는 쓴맛 짠맛이 더 많은 것. 결론적으로 <내생애>는 그렇게 밝기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본 뒤 웃게 된다면, 단순히 유쾌하기만한 웃음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 흘리는 약간의 씁쓸함을 머금은 웃음이리라.

민규동 감독이 영화를 비교하기 위해 종종 언급했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에서, 프랭키와 클라우디아는 단 한번도 영화상에서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생애>에서 등장인물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장소에서 소소하게 부딪치고,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하다가, 또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제작의 모태가 되었던 집단극의 유사 사례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무관한 인물간의 스침'은 <내생애>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벤트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만남이 각자의 이야기 얼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역시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마주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영화를 보는 재미?

<친절한 금자씨>에서 살해된 어린이 중 유일하게 가난한 집에서 살았던 세현의 누나는 다른 피해 어린이 보호자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려 든다. 그러나 또 다른 피해자인 은주의 할머니는 "여기 그런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냐"며 말문을 가로막는다.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팩트(fact: 사실)가 아닌 픽션(fiction: 허구)이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을 얻으려는 영화의 가장 큰 적은 아마도 '현실과의 괴리'일 것이다. 영화가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설득력이 없다면 관객에게 외면받는 법. 모름지기 팩션(faction: fact+fiction. 있을법한 허구)의 시대 아닌가. <내생애>가 일으키는 사소하고 잦은 만남은 영화의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다. 당장 당신이 길거리로 나가서 지나치는 사람 누구라도 자신만의 사연은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 역에서 김밥을 파는 젊은 아줌마는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사랑만은 누구보다 풍족한 신혼부부일 수 있고, 그 아줌마에게 김밥을 사는 꼬마아이의 짝궁은 난치병에 걸려 투병중일지 모른다. <내생애>의 에피소드들은, 솔직히 신선함보다는 진부함에 조금 더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어떠한가. 적당한 평범함은 '나에게, 혹은 내 주변에서도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하다. 더불어 이런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내생애>는, 이를테면 하나의 세계에 대한 축소판이다. 이런 소집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이 세계 아닐까.

<내생애>가 달콤하지만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내재한 캐릭터가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곽씨네하우스}에서 오여인은 적지 않은 나이에 배우의 꿈을 불태우지만 대사 한 마디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단역마저 내쫓기고, 곽회장은 멀티플렉스의 범람 속에 어느새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진 단관 극장주이다. {낭만파 부부}에서 창후와 선애는 차차 관계가 개선되는 다른 커플들과 달리 처음부터 영화 내내 사랑하는 열혈 커플이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누구보다도 생활고에 치이는 탓에 급기야 유괴 사건에까지 말려들게 된다. 유일하게 갈등 요소를 내재하지 않은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두철과 유정에게는 급기야 아들 지석을 길가에서 잃어버리는 인위적인 갈등을 부여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내생애>에 소개되는 다양한 커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아픔이 있고, 이들은 일주일을 지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 메멘토 모리>로 주목받은 민규동 감독은, 그의 전작에 비추어 볼 때 어울리지 않는 옷을 고른 느낌이지만, {소녀의 기도} 에피소드에서 폐쇄적인 인물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표현하거나 {아메리칸 불독}에서 퀴어 코드를 활용함으로써 그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액세서리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전체적인 앙상블은 무난하게 그 정도가 맞춰지고 어느 하나가 완성도를 크게 해치는 경우도 없다. 영화 자체는 분명 잘 뽑아낸 작품이지만, 여전히 감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가능성을 높게 매기는 정도에 멈출 수 밖에 없다.

내러티브의 사실성을 얻어 상처를 가진 이들이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영화 속의 이들은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사랑을 보여줬고, 영화를 보는 이들 또한 인물들이 치유받는 과정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모든 로맨틱코미디가 보여주는 아픔없는 사랑은 사실 없지 않은가.

Are you ready to die fo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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