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해서도 그저 한국판 <빅>이며 13살 소년이 미혼모 염정아를 짝사랑하는데 갑자기 어른이 된다는 것 정도밖에는 아는 게 없었다. 아마도 동화처럼 해맑은 그런 이야기가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이 영화, 동화치고는 꽤나 응큼하고 노골적이다.

<빅> 이후 참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영화가 담는 이야기도 정말 많이 변했다 싶다.

영화가 첨 시작하자마자 보여지는 건 천국의 만화가게 같은 곳에서 찐한 키스를 나누는 박해일과 염정아.

그리고 진짜로 시작되는 현실의 13살 네모도, 네모를 짝사랑하는 이웃 여친도 깜찍하게 성숙하다.

"내 하나 물어보자. 네 찌찌 커졌다 카든데 사실이가?"

"그건 찌찌가 아니라 유방이라 카는 거다. 네 한번 만져볼래?"

그리곤 덥석!! -_-;;

성에 대한 호기심은 네모가 아이일 때부터 표출되기 시작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네모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야한 영화를 보고 공부한 키스 연습, 섹스에 대한 관심과 실전까지...

<빅>에서는 뭐랄까... 비록 어른이 되었어도 그 사랑의 수위를 넘지 않는 그 어떤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아이는 커서도 여전히 아이였던 것 같은데,

<소년, 천국에 가다>를 보면 나름대로 어른의 세계에 적응하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숙해가는 네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정말 영화의 마지막에는 저 아이가 정말 13살일까 싶을 정도로 어른보다 더 성숙한 주인공의 모습에 한편 슬퍼진다.

사실 철이 든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끔 인간시대 같은 프로그램에서 10살짜리 소년 가장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성숙해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인공 네모는 겉보기엔 개구쟁이고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버지 없이 미혼모 손에 자란 결손 가정의 아이다. 그 아이에게 실없는 농담은자신의 처지를 해학으로 대체하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위태로운 어머니를 이끌고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그렇게 성숙한 네모였기에 어른으로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속깊은 어른이 될 수 있었고, 그것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네모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었다고 보여진다.

아이이지만 어른스런 네모와 어른이지만 아이와 마찬가지인 부자(염정아)의 사랑이 나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 역시 그 때문일 거다.

영화는 <빅>처럼 코믹하지만, 그래도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박한 삶을 담아내고 있어서 가슴을 짠하게 한다.

그리고 박해일.

정말 나이를 알 수 없는 이 배우... 진짜 아이가 변한 게 아닐까 싶은 그런 해맑은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13살 네모를 연기한 김관우.

너무나 능청스런 연기가 관객의 눈을 놓아주지 않는다.

보고 나면 어딘가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쌉쌀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