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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산 자와 아름다운 죽은 자의 이야기. [유령 신부] 유령신부
yky109 2005-11-06 오후 6:41:19 1269   [5]

-2005.11.06 서울극장 2관 2회 11:40-

 

 이 영화의 사후 세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처음 빅터가 에밀리의 손에 반지를 끼울 때만 해도 그녀는 분명히 죽은 자의 땅이 아닌 산 자들의 땅에 있었다. 그리고 반지를 끼우는 순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를 보면 우크라이나 마법이란 것이 아니면 절대로 죽은 자의 땅에서 산 자의 땅으로 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에밀리가 사랑에 배신을 당해 한이 남아 죽은 자의 땅으로 못 내려가다 빅터가 손에 반지를 끼움으로써 사랑을 느끼며 한이 풀려 죽은 자의 땅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대강 예측했다. 그러나 에밀리는 마지막에 빅터와 빅토리아를 연결시켜주고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데... 이건 무얼 의미하는지? 분명히 망자들의 땅은 저 땅 아래에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그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즐긴다는 것에 있었다.

 사후 세계만큼 또 모호한 것이 바로 산 자들의 세계인데, 귀족들이 있고 언뜻 보면 꽤 큰 도시 같지만, 정작 숲 쪽에서 바라보는 것을 보면 콩알만한 동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은 사후 세계보다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모두가 마치 기계처럼 돈에 미쳐 움직이고, 단 한 가지도 즐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짜증나는 그 쓸데없는 걸 소식인양 전하고 있는 아저씨...(이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만 들어도 이 동네가 진짜 콩알만한 외딴 동네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상한 곳에서 영화는 사랑 이야기를 한다. 유령 사이에 섞여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창백하고 연약해 뵈는 산 사람 빅터와 빅토리아, 그리고 생긴 건 영락없는 시체여도 하는 행동만은 빅터와 빅토리아보다 훨씬 생기발랄한 유령 신부 에밀리... 이들이 하는 사랑 이야기란 것이 사실은 유령이란 소재 때문에 으시시하면서도 동시에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뻔한 이야기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술은 예전 '크리스마스의 악몽' 때와 비교해서 엄청 발전해서 이젠 끊긴다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형들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 으시시하며 뻔한 이야기를 즐기는 데 이상이 없을 정도가 되게 만들어준다. 이 인형이라는 것이 또 신기한 것이 그 속에 목소리 배우의 모습이 은근히 녹아 있다는 것이다. 빅터의 모습은 마치 '가위손' 시절의 조니 뎁(헤어 스타일 빼고)을 보는 것 같고, 에밀리의 저 약 먹고 죽은 것 같은 창백한 모습은 '파이트 클럽' 등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가 보여준 모습과 흡사하다(다만 훨씬 생기발랄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대단했던 것은 목사.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빅토리아가 그를 찾아갔을 때 긴 모자를 땅에 늘어뜨린 목사의 모습에서 순간 '반지의 제왕'에서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했던 사루만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있었을까(물론 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배우들을 캐릭터화 시킨 듯한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실사 영화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바로 팀 버튼이 그리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관계라 할 수 있겠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때부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다른 곳에 살지만 그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음을 그는 말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아주 대놓고 뒤섞이는 것이다. 혹자는 유령 신부에서 그의 개성이 좀 덜해진 것이라 말하고, 그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팀 버튼은 더 작아진 것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해골들이 모여 춤을 추는 장면, 유령 신부의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나, 꼬마 해골들과 빅터가 예전에 키웠다 죽어버려 죽은 자의 땅으로 온 해골 개를 보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결혼식을 보기 위해 산 자의 땅으로 기어나와 산 자들이 겁먹고 놀라는 장면에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며, 처음에는 그들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산 자들에게 혀를 끌끌 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 자들이 죽은 자들 속에서 자신의 죽은 가족의 모습을 보고 서로 반가움에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는 시체와 껴안는 무서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팀 버튼이 선사한 이 78분. 영화 속 산 자와 죽은 자의 모습, 아직 살아있는 빅터와 빅토리아를 위해 살짝 자리를 비켜주는 에밀리의 모습. 어쩌면 차가운 현실 사회야말로 진정 죽어있는 것이 아닌지. 팀 버튼은 우리에게 잠깐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를 돌아보고 우리들이 조금 더 따뜻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그 해답을 알아보기 위해 오늘 유령 신부의 손에 반지를 끼워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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