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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가 온통 아이러니! 하지만... 미스터 소크라테스
ffoy 2005-11-08 오후 6:34:53 1098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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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소크라테스]! 제목이 독특하다. 처음 영화 제목과 김래원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이 영화에 대해 상상을 했었다. 무슨 철학과나 법학과 대학생이 나오는 지적이면서 별난 로맨틱 코미디일 줄 알았다. 왜 그런 상상이 들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김래원!"하면 대학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여튼 모를 일이다.

  몇 달 전 이 영화에 대한 모니터링 설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영화의 티저포스터와 간단한 태그라인을 보고 [올드보이]와 [달콤한인생]의 짬뽕격인 영화를 상상했었다. "납치" "감금" "사육"이라는 단어들과 함께 포스터에서 풍기는 비장한 김래원의 표정이라든지, 어두운 색감이라든지 [달콤한인생]의 스타일리쉬하면서 중후한 영상과 [올드보이]의 스토리 구성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걸? 본포스터가 공개되고 트레일러가 뜨면서 영화가 조금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나쁜의미가 아니라 감추고 있던 코믹적인 요소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초반부터 궁금증을 자극시켰던 [미스터 소크라테스]가 본격적인 홍보전략을 세우면서 코믹함까지 더부살이로 끼워넣으니 현재 시사회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라 한다. 즉 어찌 그 폭발적인 반응의 주인공 소크라테스씨(!)를 안 만나볼쏘냐?

 

  영화 속에서 수많은 수식어로 미화되는 패륜아같은 구동혁(김래원 분)이라는 인물은 한마디로 나쁜 X이다. 그 놈자의 악랄한 실상은 영화초반을 돋보이게 해준다. 그러는 와중에 어느 폐차장에서 납치를 당하게 되는 구동혁은 외딴 시골폐교에 감금 당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슬슬 영화는 코미디를 장전한다. 그리고 구동혁 자신이 깨달음 얻고 회의감을 느끼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폭소탄의 따발총은 관객들에게 조준된다. 그 코믹함은 범표(강신일 분)와 동혁의 두 구도를 이룬다고 볼 수 있는데, 폐교에서 동혁의 학주(?)를 맡은 선생님 범표가 온갖 수단방법으로 동혁을 공부시키는 상황 속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뿜어낸다. 여기서 강신일의 모습은 조금은 엉뚱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함 속에서 스승의 모습을 넌지시 내비춘다. 이것이 코미디 요소 속에 포함된 영화 후반부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싶다. 험난한 수행 끝에 드디어 검정고시에 합격한 동혁...그리고 경찰공무원까지 합격한 후, 우여곡절 끝에 강력반 형사에까지 입문하게된다. 이런 빠른 스토리 전개 속에서 영화 속 코믹 요소는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고, 형사가 된 이후에도 김래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계속된다. 여기에 영화 중반부의 재미가 있다. 비록 압축적이고 비현실적인 스토리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로 자신의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김래원의 열연은 누가봐도 감탄할 만하다. 정말 "네가지 없는 X", "재수없는 X"...을 연발할 정도로 리얼한 표정과 행동을 보여주는 극중 건달 구동혁과 뻔뻔함과 능청스러움이 구렁이 담넘듯 하는 극중 구형사는 모두 김래원의 노력이 만들어 냈고, 그만의 힘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참, 여기서 막간을 이용해 영화 속 코믹한 명장면을 아니 뽑을 수 없다. 바로 변두리 교통경찰 동혁이 강력계 형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잊지 못할 그 장면, 동혁을 영웅으로 만들어 강력계 형사로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범표와 식구들이 탈옥범 백창규(박철민 분)를 감금한 뒤 납치극을 벌이게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박철민은 지금까지 많은 한국영화조연으로 그 내공을 쌓은 배우인데, [목포는 항구다]에서 "쉭쉭~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로 조연으로서 뚜렷한 포인트를 잡은 배우다. 그 역할에 이어 이번 백창규 역도 정말 짧은 시간 출연하지만, 잊지못할 조연으로 기억될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말 [살인의 추억]의 향숙이 뺨치고 [라이어 라이어]의 짐캐리 찜쪄먹었다는 표현이 딱 드러맞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A집합(형사)과 B집합(깡패)의 교집합같은 구동혁은 강력계 신반장(이종혁 분)의 눈에 들어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장태춘 조직의 행동대장격인 조변호사(윤태영 분)의 호출을 받게 되는데,,, 자신이 사육된지도 모르고, 마냥 형사생활을 만끽하던 동혁은 조변호사가 말하는 법과 정의에 대한 혼란스러운 설교때문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리고는 갈등한다. 영화는 여기쯤와서 조금은 스토리를 늘어뜨린다. 그러다가 결말은 타이트하게 맺어주는데,,,중후반부를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끼는 분들은 분명 이것이 이유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것이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포인트라고 본다. 물론 영화의 도입단계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였긴 하지만, 그 속에 차근차근 결말을 위한 장치를 깔아두고 있었다. 비록 조직의 개를 사육시키는 조련사격의 일을 하는 범표지만, 바닥에서 더 내력갈 곳이 없었던 동혁에게는 스승으로서 일깨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자기자신으로부터 세상이라는 곳을 올려다 볼 수 있게 해준 인물이 바로 범표였던 것이다. 깨우침이라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큰 가르침을 주었다 해도, 상대방이 깨우침이 없으면 말짱 도로묵이다. 하지만 의미없이 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그것을 크게 느끼고 깨우친다면 그것은 삶에 있어서 인생관을 바꿔주고, 세상을 다시보게 만드는 것이다. 비록 동혁은 유치하게도 윤리교과서를 운운하면서 선자들의 덕담을 내세우지만, 그것을 하찮게 볼 것이 아니다. 일깨움은 작은 것 하나에 사고가 바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독특한 또 하나의 장기는 여배우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영화프레임을 다시 쭉 머리 속으로 훑어보아라. 그냥 여배우가 없는게 아니라, 대사라도 있는 여자출연자 찾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만큼 남자배우들의 매력이 흠뻑 적셔져 있는 영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김래원과 강신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악역전문배우가 되어버린 윤태영과 악역전문배우였던 이종혁의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영화 속에 출연하는 모든 주,조연과 단역이든 까메오든 모든 출연자들이 비중을 떠나서 열연한 것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진행중인 수많은 시사회마다 훤칠한 남자배우들만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나니, 여성관객들 행복함을 감출 수가 없다하더라. 어찌 반응이 폭발적이지 않을쏘냐? 참고로 내가 봐도 멋진 남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니, 그 감탄사가 입소문에 더욱 날개를 달아주리라 사료되는 바이다.

 

  이제 영화의 난점을 하나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일단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꼬집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이 영화가 [공공의적]이나 [강력3반] 같은 현실적이고 휴머니즘 강한 형사영화는 아니다. (물론 장례식장씬은 그런 의도를 살짝쿵 보여줬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독특한 시나리오로 참신한 구성과 기획의도를 비췄다고 보여진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영화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이러니들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에서 "Mr."는 "Anti"의 의미라고 하던데, 그러면 제목의 의미는 더욱 난해해진다. 그리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필두에 내세우며 소크라테스씨가 된 구동혁이라는 인물도 언행일치라기 보다는 표리부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법은 완벽한데 법을 집행하는 자가 위선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영화 속 숨은 뜻은 뚜렷한데 해석하는 관객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일까? 처음 가볍게 봤던 이 영화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아다리(!)가 맞지 않는다. 조변호사의 "옳은 편은 없다"는 말처럼 이 사회 속에 정의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영화가 내포한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영화 자체가 온통 아이러니 투성이고, 철학적인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화시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함을 이끌어 내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분명 이 영화는 정의에 대한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기반이 독특한 구성과 스토리를 만나, 코믹함까지 끼고 돈 영화다. 그리고 연기자로서 매력적인 남자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다. 특히 원톱 김래원이 모든 역량을 끌어내서 올인한 영화라고 하니, 그 부분에서 확실히 면밀히 세밀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하찮고 우스워 보이지만 큰 것이 담긴 영화! 싱겁고 가벼워 보이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영화! 그것이 바로 [미스터 소크라테스]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의에 대한 아이러니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철학적인 부분은 참으로 미묘해서 골치가 아프다. 동혁의 아버지로 나온 오광록씨에게 물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철학과 교수의 사상과 말투를 가진 배우 오광록이라면, [내머리속의지우개] 감독판에서 담배하나로 철학적인 명언을 남긴 그 노숙자 오광록이라면, 해답을 속시원하게 읊어주지 않을까 싶다. 다음 말들을 가슴깊이 새기며 정진해야겠다.  

  "공부! 공부만이 살 길이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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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소크라테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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