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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컷이나 랜덤으로 뽑아도 한 폭의 그림!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psj0424 2005-11-11 오후 12:08:18 787   [1]

 

2000년 여름, 인사동에서 열렸던 러시아 현대 작가 초대전에 간 적이 있었다. 레핀에 매료되어 있을 때여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옮겨지더라는. 전체적으로도 수작이 많았지만,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러시아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미하일 료비료프의 그림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어둡고 음산한 숲, 그 안에 불이 켜진 작은 오두막, 늪ㆍ나무ㆍ지붕 틈으로 보이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때론 짓궂은 요정들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르바덴의 저주받은 숲도 그런 느낌이었을까. 아름답지만 어둡고, 살아있지만 죽음처럼 고요한…


그림 형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어느 컷 하나를 랜덤으로 뽑아도 한 폭의 그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테리 길리엄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인드림스(닐 조단)’의 그 붉은 사과가 농익어가는 색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찌보면 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누구 말마따나 윌 그림과 제이콥 그림이 덤 앤 더머 같기는 했다. 그림 형제가 전기 영화인줄 알고 따라 나선 동생은 한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별 특징 없는 맷 데이먼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놈이 그놈 맞아?’라고 생각하게 했던 히스 레저의 연기 변신은 솔직히 나쁘지 않다. 바이킹의 후손 같이 금발의 곱슬머리를 흔들며 말을 타던 늠름한 모습(기사 윌리엄), 잘 생긴 틴에이저 역할만 주로 봐왔던 나로서는 어리버리하지만 순수하고 자기 세계가 확실한 외곬수의 모습으로 제대로 변화한 히스 레저의 제이콥이 좋았다.


액션 어드벤처인지, 코미디인지, 판타지인지 참 잡다하고 복잡하기도 했고, 또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인지 정리가 잘 안되었던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다. 민족주의적 관점, 마르바덴 숲 속의 거울 여왕과의 갈등, 자신들의 동화적 환상과의 싸움 등 이야기 거리는 많은데 정리가 잘 안돼서 대충 얼버무려 버린 느낌이랄까. 게다가 거울 여왕은 왜 그렇게 쉽게 죽는 건지. 그 무시무시한 숲의 느낌과는 정반대로 거울 하나 깨졌다고 산산조각 나는 거울 여왕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김이 팍 새버린 느낌~


뭐, 그래도 빨간 두건 소녀,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의 탑, 백설 공주를 차용한 거울 여왕까지…읽어왔던 동화 속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찾아내는 재미는 쏠쏠하다. 상당히 재미있게 본 게 사실이고, 동화 취향인 분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일거라 생각한다.

(개인적 취향이니 염두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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