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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아주머니, 왕년의 인기를 되찾을 것인가? 플라이트 플랜
yky109 2005-11-12 오후 8:23:17 1133   [7]

-2005.11.12 피카디리극장 1관 2회 12:1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난 조디 아주머니의 팬은 아니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닌데다(그 유명한 양들의 침묵도 아직...) 그나마 본 것들도 모두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테이'를 보러 서울극장에 갔을 때 '플라이트 플랜'의 예고편을 보고 흥분이 끓어오른 것은 물론 예고편이 워낙 편집이 잘 되어 있어 영화를 보기 좋게 꾸며놓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속에서 조디 포스터의 모습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비행기 통로를 뛰어다니고 딸 줄리아를 목청 높여 찾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반드시 극장에서 보겠다'라고 다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윈앰프 스킨도 '플라이트 플랜' 스킨으로 바꾸고 하며 기다려오다 드디어 오늘 낮,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극장에서 보았다. 결과는 '실망'. 뭐, 기대가 기대였던만큼 실망하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망이 솔직히 좀 컸다.

 비행기를 타고 잠이 잠깐 들었는데 그 동안 딸이 사라졌고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른다면? 심히 '포가튼'스러운 이야기를 베이스에 깔려 있다. 이 쯤에서 이야기는 대강 유추해낼 수 있다.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이 미쳤다고 생각한 채 흘러가다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면 주인공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겠지...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그 다음 부분에서 '포가튼'과 '플라이트 플랜'은 다른 길을 탄다. '포가튼'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완전히 알지는 못하나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하자면 '포가튼'은 끝까지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나가다 점점 허무맹랑해지더니 사람들의 뒷통수를 심하게 후려갈기는 저주받을 반전으로 끝난다고 하더라. 그러나 '플라이트 플랜'은 범인이 밝혀짐과 동시에 그냥 장소만 바뀐 흔한 스릴러가 되어버린다.

 뭔가 신선한 영화를 기대했던 나는 일단 그 부분에서 일단 실망을 했고, 두 번째로는 그 흔한 스릴러조차 미완성 같은 느낌이 난다는 데서 실망을 했다.

 영화는 여러 부분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다. 영화 초반에 주변을 얼쩡거리는 아랍계 인간들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아무리 남의 아이라 관심이 없다고는 해도 그 수많은 사람(심지어 스튜어디스 중에서도) 중에 아이를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초중반까지 그럭저럭 잘 속여왔던(범행 계획 이야기도 대강대강 떼워서 못 미덥긴 하지만) 악당이 후반에 보이는 모습은 악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해 보인다. 여기저기 부딪치고 주저앉고 다리 절고 잘 속고 카리스마도 없는 악당의 모습은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돈을 위해서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도 조금 의문이었고,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해도 뒤가 잡힐 가능성이 농후한 것 같아 역시 거슬렸다.

 또한 영화는 시작부터 여러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도록 여기저기 함정을 파 두지만, 영화 끝에 가면 오히려 그것은 독이 된다. 그들의 행동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디 포스터 앞자리의 가족 중 부모의 모습은 마치 돈 받고 악당한테 명령 받은 사람마냥 연기하는 것 같았고, 그 의심받은 아랍인이 주인공에 대하는 태도는 전혀 보통 사람 같진 않았다. 영화 초반의 모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너무나도 급했던 나머지 후반 부분은 그야말로 대강대강 떼우는 걸로 만족하는 것만 같았다. 기장이란 작자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범인의 말을 믿어 버리며, 주변 사람들 역시 후반부에 가면 단순히 '주인공을 의심하는 무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엑스트라 격으로 전락해버린다. 그 속에서도 우리의 아주머니는 모성애를 통한 감동을 강요하며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악당은 사실 자신은 별 것도 아닌 녀석이었다고 대놓고 몸으로 외치며 역시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마치 칼퇴근을 기다렸던 직장인마냥 재빨리 범인이나 죽여버리고 끝내자 라는 식으로 끝내버린다. 영화 내의 여러 의문과 떨떠름함은 그대로 방치해둔 채...

 영화가 초반의 미스테리한 느낌을 살려 끝까지 갔더라면, 아니면 끝 부분 악당과 쫓고 쫓기는 장면(그나마 제일 스릴 있었다.)에서 악당을 좀 더 강렬한 이미지로 함과 동시에 좀 더 길고 통 크게 했더라면(솔직히 이 부분 마지막은 너무 했다. 폭발 장면도 좀 어색했고, 폭발 후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영웅처럼 걸어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이란...), 파 놓은 함정을 잘 이용했더라면, 정 안 되면 중간에 나온 아랍인과 중년 남성과의 대립을 좀 더 꾸미기라도 했더라면 그나마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길고 늘어지는 영화를 싫어하지만, 짧으면서 성질만 급한 영화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1시간 45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헐레벌떡 뛰느라 너무 빨리 힘을 낭비해 버린 것만 같다. 조디 아주머니가 늘어난 주름만큼 영화 선택의 안목이 죽지 않았길 빌며, 하루 빨리 부디 뿌리 깊고 줄기 굵은 영화로 화려하게 돌아와 왕년의 인기를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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