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이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물론 세계화니 국제화니 떠들어대는 글로벌 시대에서 한민족 한핏줄을 고수하며 타국인 혹은 타민족과의 혼인을 배척하자는 주장 따윈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나 좋아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국제결혼이 외국인과의 잦은 교류와 접촉을 통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농촌사회에서 결혼대상으로써의 여성부족으로 결혼정년기를 훌쩍 넘긴 노총각들의 어쩔수 없는 대안으로 자리잡은 신부수입이라면 조금은 암담한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대한민국 축구예선에서나 종종 등장하던 낯선 나라인 우즈베키스탄까지 신부감을 구하러 날아간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노총각으로 삭아가는 만택(정재영 역)의 궁상스러움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그는 신부감없는 농촌에서 자연스럽게 결혼정년기 놓쳐버리고 독수공방하는 마을의 젊은(?) 피다. 그리고 택시운전을 하며 함께 독수공방의 동병상련을 나누는 절친한 친구 희철과 함께 술로 외로운 밤을 종종 달래곤 한다.
그런 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은 약속의 땅이다. 우즈베키스탄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이웃집 청년의 실화에 힘을 얻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아내를 구하러 원정길에 오른다.
이 영화의 소재는 참 특이하다. 물론 농촌의 현실적인 모습을 영화화한 것이기는 하나 이를 멜로적인 감성과 연결하려는 착안은 약간은 엉뚱하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한 엉뚱한 발상은 훌륭한 연기자들의 출연으로 현실화의 성공을 보장받고 엉뚱한 소재에 비해서 중심있는 스토리와 플롯구성으로 자연스러운 이야기 한편으로의 완성에 성공했다.
이 영화는 두 배우의 힘으로 즐거움을 보장받는다.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 정재영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단연 압권이다. 실미도를 비롯한 이전에 출연한 몇몇 영화에서 보여지던 날카로움 대신 어리숙함으로 눈빛을 바꾼 그는 촌스럽고 순진한 시골청년 그 자체가 되었다. 또한 그의 친구로 등장하는 유준상 역시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촌스러운 파마머리만큼이나 시골스러운 청년으로의 이미지를 소화해낸다.
또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무지함과 순수함에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들로 이 영화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나 정재영의 어리숙한 표정연기와 애드립은 관객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라라 역의 수애 역시 차분하고 냉정해보이지만 정이 많고 따뜻한 캐릭터의 묘사와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항상 준비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복없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일관된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단지 그럴듯한 신부감을 장만하기 위한 원정이었지만 그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랑을 가지고 돌아온다. 구색이 필요한 자리에 명분을 채워서 돌아오는 그들의 원정은 절반의 성공처럼 보이지만 120%의 성공이 아니었을까. 당장 내일 결혼이 급한 나이에도 현실보다는 로맨스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 가능한 그들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게 웃고 눈물나게 슬프다가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난다. 물론 이러한 해피엔딩에 대해서 태클을 건다면 당신은 지독한 염세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순수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추억으로만 남겨놓는 결말은 오히려 영화답지 못한 아쉬움이 아닐까. 그 남자의 일생도 행복함으로 물들 수 있다면 영화관을 떠나는 관객의 뇌리에도 행복한 상상이 새겨지지 않을까.
이 영화는 즐겁고 감동적이지만 그 내면에 깔린 우리네 현실은 조금 무겁다. 이농현상으로 부재하는 젊은 여성들의 공백을 외국에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농촌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한국행을 위한 북한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대사관 월담의 현실은 우리에게 웃고 즐기기로 끝내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즐거움의 이면에 한번쯤은 우리네 영화같은 현실도 고려해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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