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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메무쵸>정직과 정조 이전에 부모임을 택한 베사메무쵸
white174 2001-08-22 오전 3:15:05 956   [1]
<베사메무쵸> 정조와 정직이 위협받는 사회..--가정이 흔들린다.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은 대부분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욕심보다는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한다.
현대 한국사회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데에는 이들 중산층의
소리 없는 노력이 튼튼한 뿌리가 되어 소수의 상류층이 열매 맺을 수
있음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다.

청춘을 바쳐 열과 성을 다한 직장에서 '정직하다'는 이유로
퇴직을 권유받는 아버지..
그는 비단 영화<베사메무쵸>의 철수 뿐 만이 아니다.

돈을 전제로 하룻밤을 제의 받는 어머니..
그녀는 비단 영화 <베사메무쵸>의 영희 뿐 만이 아니다.

<베사메무쵸>의 "열정적 키스를 주세요. 뜨거운 사랑을 원해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제목만 듣고 그저 "최루성 멜로"로 치부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는 영화<베사메무쵸>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단지 내용에만 주목하려 한다.

<베사메무쵸>는 40대 초반의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나간다.
주연인 이미숙과 전광렬의 성숙하고 안정된 연기는 영화 내내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리얼리티를 더해간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쪼개고 쪼개어 보험과 적금을 부어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할인점에서 몇 백원 산 물건을 사기 위해 열심히 뛰는 어머니..
직장 상사로부터의 주가조작 제의에도 떳떳이 "아니오"라고 말하고
어려운 친구의 빚 보증도 서주며 퇴근시간에는 자녀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정직하고 자상한 아버지..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 위기가 왔다.

그런 어머니, 아버지가 실직과 빚 보증으로 인한 재산 압류로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게 된 것이다.

삶은 잔인할 정도로 이들 부부에게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시련을 가져 다 주었다.
그리고 그 시련에 마땅히 대응할 능력이 없는데도 그들이 부모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부성애와 모성애를 치밀하게 자극하고 있다.

모성애와 부성애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
우리의 부모가 최고로 여기는 "정조"와 "정직"을 기꺼이 버릴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정조"는 성적관계의 순결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특히 결혼 후 배우자가 이외의 자와 성적교섭을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며
사회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정조를 더 요구하고 있으나
정조는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인간으로써 지켜야할 예이며 규범이다.
그러한 정조가 흔들리고 있다.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서...

"정직"은 거짓이 없고 마음이 곧음을 말한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조건이며 선비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미덕이다.
그러한 정직이 흔들리고 있다.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는 흔히 "정직"이 최선이라고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 땐 현실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직한 말과 행동을 해야 하며 늘 그럴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정직함은 지향해야 함을 알지만 정직이 최선이 될 수 없음을 그들은
피부로 느낄 것이다.

 정조와 정직을 가르치고 동시에 그것에 대한 융통성과 유연성을 강요하는
사회의 이중적인 구조와 잣대들에 씁쓸함이 남는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를 길러주신....
이제는 나보다 작아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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