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는 선량한 사람도 많지만 흔히 우리가 부르는 쌩양아치도 많다. 물론 그들의 본성 자체가 악하겠냐만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크건 작건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이라면 이 세상의 불순분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쌩양아치들을 교화시켜 이른바 인간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성의 변신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인성의 변화를 꾀하는 본질적 변화보다는 그의 사회적위치를 밑바닥에서 끌어올려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건 우리사회적으로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깍두기 형님들이 극장판으로 세력을 넓히시다가 요즘에는 주춤하시다. 박력있던 깍두기의 세계도 한두번을 지나 여러번이 되니 잔인하던 그들의 연장질도 귀여워보이는 때가 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고마해라.마니 했다 아이가.' 그렇다면 무언가 그들의 이야기에도 변화를 모색해봐야 하는 법. 그러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고삐리때 배우던 윤리교과서의 철학을 읊는 사내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광팬인 듯 한데..
우리가 부르는 밑바닥 인생은 여러부류가 있으나 나름대로 폼새나는 밑바닥 인생도 있으니 그들이 흔히 말하는 조폭형님들이시다. 그들의 검은 양복과 덩어리진 어깨선은 아무리 뒤에서 뒷담화를 까다가도 앞으로 돌아서면 비굴한 미소를 지어야 하는 현실이 우리 힘없는 일반인은 모습 아닌가.
그들의 주먹을 잠재우려면 그보다 강한 주먹을 만들던지 아니면 그 주먹보다 월등한 지위를 차지해야 하는 법. 우리 사회에서 정치깡패들이 난무하던 격동의 70~80년대의 시절만 봐도 깡패들은 그들의 스폰서가 되어주는 돈있고 권력있는 분들께는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들이 험악한 인상펴며 스타일 접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또다른 이들은 대한민국의 경찰..속된말로 짭새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뒤를 봐주는 짭새 한명 정도 있다면 그것만큼 든든한 지원군도 없을테고 그러한 짭새 한마리 키운다면 그들에게 그것만큼 확실한 투자도 없을테다.
쌩양아치 구동원의 짭새육성 프로젝트는 이런 탁월한 이익계산에서 이루어진다.
배움에는 길이 없다는 말이 있다. 머리가 차면 당연히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대가리도 찼고 지위도 높아지니 딴생각 못하리라는 법없다. 그것도 쌩양아치에서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경찰이 된 이가 과거에 얽매이며 살고 싶을까.
누구나 삶에서 기회를 꿈꾼다. 깡패생활이 즐겁고 유익해서 하는 형님들은 없을테다. 그들도 누구처럼 단란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꿈을 한번쯤은 꾸지 않을까. 그런 그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런 기회를 발로 차버릴리가 있는가.
인생에서 몰랐던 것을 동원은 윤리교과서에서 배운다. 그저 자기 멋대로 도덕과 법을 무시하며 살아가던 동원이 그러한 진리에 눈뜨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의 말대로 인생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런 인생관을 알아버렸으니 이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고 지난 빌어먹을 삶에 대한 과오를 떨쳐버리기 위한 그의 반격이 시작된다.
사실 그의 막무가내적인 영화에서의 해결방식은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그냥 '아무나 팰 수 있으니까' 형사가 되었다는 동혁의 삐뚤어진 깡패근성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윤리정신으로 성장한다. 사실 깡패와 형사는 멀고도 가까운 관계다. '형사는 깡패보다 더 깡패같아야 된다.'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우 형사(박중훈 역)의 말처럼 강력계 형사의 현실은 깡패들의 칼침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깡다구와 전투력을 요구하는 야수들의 집단이어야 한다. 그런 강력계 형사로서 동혁의 자질은 충분하다.
그리고 그의 사건 해결방식은 경찰로써의 윤리자격에 어긋나는 것임에 분명하지만 통쾌하다. 나쁜놈들이 나쁜짓하는 것보다는 나쁜 놈들 나쁘게 잡아들이는 그의 방식에서 우리는 힘없는 양민들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희화화되고 유머러스함으로 그들의 위치를 은근슬쩍 동감시키려 하는 기존의 조폭영화들보다는 시원하다.
또한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그의 가치관 변화를 통해 한 인간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냥 되는대로 살며 애꿎은 사람들에게 겁이나 주고 다니던 질풍노노의 시기인 주변인에서 범법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판하는 강력계 형사로의 완벽한 변신은 무언가 뿌듯함이 느껴지지 않은가.
김래원의 연기는 즐겁다. 그는 영화에서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같다. 단지 구동원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한 것이 아닌 구동원이 되어 그의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물오른 연기는 관객을 즐겁고 통쾌하게 만드는 캐릭터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젊은 배우의 비약적인 연기력 성장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운 사실이리라.
이영화는 과장된 스토리와 오버스러움이 있지만 구동원이란 캐릭터는 영화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또한 주변에 등장하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서포트 역시 영화의 즐거움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한다.
사실 막무가내식의 폭력수사는 이전의 영화들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인정사정 볼것없다'를 비롯 '공공의 적'이나 '와일드 카드' 등의 영화를 보아도 일단 나쁜 놈들은 잡아쳐넣고 보자는 식의 막무가내의 논리가 흐른다. 그리고 그러한 영화적 현실에서 관객들은 통쾌함과 시원함을 느낀다.
오늘도 어딘가 범인을 잡기 위해 줄창 뛰는 경찰나리도 계실 것이고 뒷돈받으며 그들의 더러움 커버쳐주는 짭새들도 존재할 것이다. 극중 대사처럼 '법은 완벽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문제'인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짭새들의 얼굴을 붉혀줄만한 영화한편 정도의 가벼운 허세는 살며시 눈감아 줄만 하다. 그리고 그런 허세도 나름대로 유쾌하지 않은가. 우리처럼 힘없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대리만족이라도 시켜줄 영화 한편쯤은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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