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범작이라든지 역작이라든지 기준을 나누는 건 그리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제 각각 영화가 가진 특성이 있고 또한 각 보는 사람마다 재미가 다른만큼 일괄적으로 그 영화의 수준을 평가하는건 옳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 사람맘이 그렇던가... 자기가 어떤 기준에 평가되는건 싫으면서도 남들을 자기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 좋아하는 동물이 사람이 아닌가?
역시 그런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려 나의 결혼원정기를 평가해보려던 필자는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최소한 졸작은 아닌데 범작인지 역작인지 솔직히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에서는 나름대로 명쾌한 기준을 들이밀며 지 멋대로 졸작 범작 역작을 구분짓던 필자지만 이 영화는 은근히 어렵다.
우선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은 범작수준이다. 농촌총각의 결혼문제라는 신선한 소재를 사용한데 비해 그걸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장면들의 모습은 솔직히 조금 실망을 금할수가 없다.
우선 처음에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며 재미를 자아내는 부분은 괜찮았으나 그 이후 라라와 만택의 애정전선에서 조금은 이가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클라이맥스에서 자연스레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다자빠뜨려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전형적인 패턴의 다소는 억지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는 점이 가장 그랬고..
그리고 120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너무 길다. 솔직히 러닝타임이 너무 긴데 반해 화면은 조금은 단조로웠고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이여야하는데 에피소드들이 따로 논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 전체적인 영화를 이끌어나기는 힘이 없지 않았나 싶다..
시나리오는 조금 아쉽다.
그럼 이 영화를 역작과 범작의 경계선상에 놓게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바로 연기와 인간적인 냄새다.
정재영의 연기. 몸짓하나 표정하나마저도 완전히 만택으로 분한 정재영의 연기는 대단했고 또한 유준상의 연기 역시 수준급이었다. 수애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조금 쳐지는 모습이고 대사부분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정재영의 신들린듯한 연기만큼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만택으로 분한 정재영의 연기 덕택에 절실하게 느껴지는 인간적인 냄새.
조금은 흐리멍텅하고 어눌하면서 술먹을때는 상당히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 만택에게서 인간적인 냄새를 느끼지 못한 관객들을 없을것이다.
삶에 찌들고 도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청량한 공기같은 만택의 모습은 정말로 이 영화의 장점이다.
다소 약한 시나리오에 빼어난 연기와 정감있는 캐릭터가 공존하는 영화.
범작인지 역작인지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뭐 어떤가?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다소는 긴 러닝타임과 단조로운 화면, 약한 개그로 인해 지루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만택의 캐릭터 그 자체를 한번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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