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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정석은 될 수 없는 '작업의 정석' 작업의 정석
yky109 2005-12-21 오전 12:21:41 1111   [3]

-2005.12.19 드림시네마 21:00 (시사회)-

 

 이 영화를 만약 돈 내고 보라고 했으면 내가 보았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이런 류의 영화는 굳이 찾아보지도 않는데다, 딱 봐도 스타파워에 기댔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영화이니 말이다. 따라서 우연히 시사회 표를 얻어 보러 갈 때도 기대는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점은 지금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만약 기대를 하고 갔다면 남들이 웃고 나올 때 나 혼자 입이 툭 튀어나온 채 뭔가 내뱉고 싶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기대하지 않고 가서 보면 본전 이상을 뽑을 것이고, 기대하고 가서는 뭔가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물론 딱 저 영화 수준만큼만 기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분명히 손예진의 변신은 상당수의 비호감 분자들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흥미롭고(나 역시 클래식 등에서 봐 왔던 손예진의 모습은 부담스러웠다.) 송일국(해신을 안 봐서 연기 변신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을 비롯한 많은 조연들도 이야기에 잘 녹아든 상태이지만, 그들의 캐릭터는 여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접해본 이미지에 오바를 가미한 버전 정도인 것 같다.

 

 그들을 둘러싼 에피소드도 초반에 대강 인물 설명이 끝난 상태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예측을 해 버릴 만한 것이고,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어느 장면이 나오기 10초 전 쯤에는 예상해낼 수 있을 내용이다. 그로 인한 크나큰 단점이 있는데, 바로 웃긴 장면이 별로 웃기지가 않는단 것이다. 이미 상당량의 웃긴 부분을 예고편으로 까발리는 바람에 잃은 상태였는데, 남은 것들도 너무 쉽게 예측이 되니 웃기가 뻘쭘해져 버리곤 했다. 물론 극장 안의 많은 사람들이 웃긴 했지만, 나처럼 개콘이나 웃찾사에 맘놓고 웃지 못하는 사람이면 이 영화에서도 그것들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분명히 웃기지도 않은 개그인데 왜 방청객들은 웃고 있을까? 이런 기분.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다른 로맨스물에 비해 그렇게까지 큰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데, 바로 잡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 되겠다. 주인공들의 백그라운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깔지 않고 그냥 현재에만 집중하니, 인물의 깊이는 다소 사라지더라도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잘라버린 듯 가벼워 깔끔하고 편하다. 영화는 애초부터 깊이를 포기하고 가벼움으로 승부하기에 관객이 어떤 곳이 전개상 맞지 않는다고 따지려 해도 '설명이 불필요하다'는 변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는 그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잘라낸 부분에 화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주연 배우들의 매력을 살려준다는 것이다. 송일국이 어떻게 여자 관객에게 어필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몸 하나는 좋더라.) 손예진의 모습은 남자 관객에게 엄청난 어필을 했음에 틀림없다. 가깝게는 나와 내 친구를 예로 들 수 있으며, 조금 더 멀리 가서는 내 근처에 앉았던 남자 관객들이 내뱉은 탄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비록 매력을 살리는 부분에서 쓰이는 '문자과 화면에 뜨는 효과'라든지 '상상 속 장면' 같은 것은 '엽기적인 그녀'를 비롯한 많은 신세대 로맨스 물에서 쓰였을 법한 것들이라도 그것들은 충분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뻔한 신파로 흘러가려는 꼬리를 잘라낸 영화가 후반 제주도 부분에서부터 계속 쿨한 척을 하면서도 '기본 로맨스 공식'에 다시 올라타는 걸 보면서 느낀 떨떠름함은 '역시나...'라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내가 글의 초반부에 부정적인 말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나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고, 로맨스물을 보면서 배우에 대한 기대 그 이상의 기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 보고서 크게 후회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로맨스물은 아무리 별로라고 해도 어느 정도 사람을 몰리게 마련이니까, 크리스마스에 커플들이 추운 바람 맞다가 따뜻한 히터라도 쐴 겸 많이 보러 갈 것 같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손예진은 예쁘고, 송일국은 몸 좋다.'

 

 

-문자가 화면으로 나타날 때 '쒸팍', '새끼'라는 말이 강조 처리까지 되어 나오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임에도 섹스 농담이 등장하는 것('광식이 동생 광태'의 평에서도 이런 얘기를 읽었던 것 같다.)은 아무리 요즘 중고등학생들, 심지어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까지 알 것 다 안다고 해도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다.-

 

-드림시네마, 엔딩 크레딧과 함께 노래 좔좔 흐르고 있는데 갑자기 끊어먹는 건 어디서 나온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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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정석(2005, The Art of Seduction)
제작사 : 영화사청어람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sunsoo200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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