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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내 인생의 주연배우를 찾아서.. 퍼햅스 러브
kharismania 2005-12-23 오전 12:27:04 1231   [8]


 사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랑공식은 식상하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대부분 관객의 눈물을 요구한다. 위대한 사랑의 완성으로 가는 길 사이사이에 가시밭길을 설치해놓은 채 피흘리는 감정을 매개로 관객의 감동을 거두어내려 한다. 떄론 현실에서의 엇갈림이 때론 인물간의 감정의 대립이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관객의 맘을 안타깝고 서럽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가시밭길을 헤쳐나온 남녀의 교감은 관객에게 진한 감동의 눈물을 뽑아가곤 한다.

 

 사실 이 영화는 일단 화려함이 상상되는 영화다. 일단은 뮤지컬 영화의 틀을 고수하고 있는 형세는 오해가 되었든 사실이 되었든 관객에게 눈과 귀로 즐길만한 여건이 되는 영화가 되어주리라는 기대감의 성립이 당연하니까. 그리고 '물랑루즈'나 '시카고'의 전례를 떠올리며 비슷한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고..다만 서양과 동양의 감성이 같은 장르안에서도 어떠한 감성의 차이를 보여줄지에 대한 의문이 또다른 기대감이 되어줄 법도 하다.

 

 이 영화는 시간적인 공간과 가상적인 공간의 조우를 통해서 관객에게 적당한 혼란을 주고 더불어 묘한 감정의 우물을 파고 들어간다. 극중 배우로 출연하는 두 남녀주인공의 과거를 영화속의 연기로 묘사함으로써 감정의 지나친 극대화를 막고 관객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하나씩 부여한다. 이는 감정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감정의 지나친 방류를 억제하면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영화는 플롯의 흐름이 관객에게 영화스럽지 않은 현실성을 부여받으며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어가듯 관객을 서서히 두 남녀간의 알 수 없던 슬픈 사연으로 끌어들인다.

 

 남자와 여자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영화속의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통해 한꺼풀씩 장막을 걷어낼 수록 관객의 의문이 풀림과 동시에 현실의 안타까움이 밀려오지만 오히려 그것은 당연하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로 변모할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와 과거따위는 잊어버리려는 여자의 갈등은 현실안에서는 고리타분한 감성으로 받아들여질 염려가 있는 고민이니까. 허나 영화는 그러한 감정의 배제를 위해 단지 인물의 회상이 아닌 영화를 통한 직접적인 연출을 통해 아름답게 현실로 승화시켰다. 세련되면서도 침착하게 관객을 이해시켜 나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초반에 보여지는 삼각구도의 받아들임은 성급한 면이 있다. 친절하게 그네들의 사연을 소개하기 이전에 관객에게 현실의 상황을 인식시켜 버리는 모호한 의도는 추후에 재정리되는 구도의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경솔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약간의 오해가 오히려 깊은 동감을 끌어내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뮤지컬 영화인 만큼 영화의 가무(歌舞)는 당연한 포인트다. 일단은 화려한 환호를 내지를 때도 있지만 고독한 우수를 뿜어낼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화려함은 일부의 모양새일뿐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차분하다. 그리고 외관으로 보았을 때 '물랑루즈'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속내는 '시카고'의 모양새와 가깝다. 화려한 외관에 적당한 음울함이 자리잡은 형국이라 할까.

 

 영화의 결론이 인상적이다. 만약 영화가 활짝 웃으며 관객을 배웅했다면 영화의 감동이 반감되었을 테지만 적당히 눈물이 맺힌 배웅은 관객의 발걸음이 여운에 발목잡힐 수 있는 구실이 되어주었다. 관객을 감성의 폭포에 떠미는 부담감 대신 개울물에 살짝 빠뜨리는 적당한 배려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감상중에 눈밖으로 눈물이 흐르지 않아도 감상 후에 가슴속에 고인 눈물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사랑했던 과거를 거슬러올라가며 현실에서의 사랑을 재완성시키는 식상한 감동 대신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내는 이별도 있음을 애잔하지만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생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는 그저 그런 조연일 뿐이다. 거기서 각자의 인생에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다만 사랑하는 연인은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또다른 주연이 될 수 있다. 주인공의 삶을 쥐고 흔드는 사랑이라면 주연배우정도의 자격은 있을 터이니까.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그러한 인생을 영화로써 각색하여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영화를 조금 더 값지게 연출하고 싶다면 또다른 주연배우를 발굴해봐라. 도중에 하차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그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필름을 되돌려보면 내 영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영화였는지 깨닫게 될테니까. 아마도 사랑했던 남녀의 이야기라면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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