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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벽을 넘으려 한 그녀의 활공 청연
kharismania 2005-12-24 오후 5:09:21 765   [9]


우리의 역사가 머금고 있는 가장 큰 비극은 일제강점기라고 할 수 있다. 치욕적이면서도 되짚게 되는 지난 20세기의 절반을 점령해버린 이 시대는 그만큼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는 상처로 남아 있다.

 

 사실 그 시대는 그랬다. 조선인도 한국인도 아닌 조센진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 시절 우리 민족의 개인사는 이래도 저래도 서러울 수 밖에 없는, 본인을 잃어버린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세월의 흐름에 떠밀려 살아야만 했던 그런 것이었다.

 

 여주인공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 박경원의 친일성향에 대한 말이 많다. 영화는 개봉도 하지 않은 지금 상승하기도 전에 많은 비방과 비판으로 벌써부터 난기류를 만나 하강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을 떠안고 있다.

 

 어쨌든 그녀의 이야기를 한번 지켜보고 싶었다. 과거의 사실이야 기록만이 남아서 회자되지만 분명 그녀에게도 영화안에서 털어놓고 싶을 만한 독백이 있었을테니까.

 

 어린 소녀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여자로써의 차별의 벽을 뛰어넘어서 그녀는 자신의 꿈을 하늘에 띄우겠다는 일념하나로 세월을 견딘다. 그리고 그녀는 푸른 하늘의 꿈을 현실로 실현해나간다.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자신이 날고 싶던 하늘을 향해서 땅을 박차고 한걸음씩 전진해서 점점 꿈을 띄워나간다.

 

 그녀는 조센진이다. 그녀의 핏줄은 그녀를 옭아매는 또다른 수렁이다. 단지 날고 싶던 소녀의 꿈이 순수해지기에는 세상은 너무나도 힘겹다. 그래도 그녀는 그 벽을 하나하나씩 뛰어넘어 날아오르곤 하지만 하나하나씩 천천히 나아간 활주로의 중간에는 도약을 방해하는 시대의 벽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날개에 상처를 입힌다.

 

 그녀는 단지 날고 싶었지만 더이상 단순한 비행의 꿈이 아닌 자신을 할퀴는 시대의 아픔을 등지는 비행을 꿈꾼다. 그녀의 사랑도 꿈도 가치관도 집어삼켜버리려는 현실로부터 날아올라 '여자도 남자도 일본인도 조선인도 없는 하늘'로 날아오르고자 한다. 그리고 그 하늘이 일본이 아닌 자신의 고향위이길 염원한다.

 

 이 영화는 슬프다. 그녀의 비극적인 개인사도, 우리가 안고 있는 비극적인 과거사도 모두 다 관객의 심금을 서글프게 울린다. 그녀의 일생에 찾아온 아름다운 사랑도 인연도 꿈도 시대의 나락으로 추락하면서 그녀는 잔인한 현실 너머로의 비행을 소망한다. 그리고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슬픈 건 단지 개인적인 감성의 전이가 아니라 민족적 비극에 대한 동감에서 오는 감성일테다.

 

 우리민족에게는 잔인한 계절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보며 살기에는 냉혹한 현실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열쇠를 허락하는 조건이 서늘했고 어지러운 현실에서 중심을 잃고 떠밀려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살얼음을 밟고 참혹하게 시린 호수에서 남모르게 객사할 수도 있었으며 명분을 바탕으로 시대의 벽을 부수려 하면 영문도 모르고 파편에 맞아죽는 이들이 많았다. 조센진으로써 얻게되는 차별과 억압은 그 시절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도 원죄를 부여했으니까.

 

 조금은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박경원의 생이 친일로 얼룩졌음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삶에 뜨거운 열정과 꿈이 있었음 또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우리네 하늘은 분명 여자로써의 관습과 민족으로써의 차별이 버거웠던 그 시절의 하늘보다는 가벼운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러한 벽을 뛰어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해야 했던 그녀의 고민과 번민이 단지 영화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란 상상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그 시절의 어려움에 대한 참작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친일행위를 했음은 그 자체로도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녀의 뜨거웠던 꿈의 이륙에 대한 열정은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단지 그러했음에 대한 차가운 눈초리보다는 그러했어야만 할 수 있었음에 대한 서러운 수긍도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아 보지 못했기에 이러한 요구는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어도 고민은 존재했고 삶에 대한 혼란은 어지러웠을테니까 그러한 시대에 태어난 것 자체가 비극이 되어야 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한쪽에 치우친 채 흑백논리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화는 박경원의 삶을 '조선 최초의 여류비행사'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그녀를 기리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영화는 그녀가 시대가 만든 장애물들을 넘어 꿈을 띄우고자 했던 한 여성의 일생을 통해 투영되는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사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박경원의 일생이 완벽하게 재현된 것이 아니니까. 그녀에 대한 기록이 희미한만큼 영화로써의 허구적인 각색이 포함되었음은 간과해서 안될것이다. 박경원(장진영 역)과 한지혁(김주혁 역)의 로맨스가 대표적인 예로써 그녀의 기록적 사실과 함께 영화의 감정선을 조절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건 영화다. 그녀의 실존을 소재로 해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니까 영화로써의 가치는 따로 평가받아야만 마땅할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의 일본시대의 재현이나 영화의 주가 되는 긴장감있는 비행장면의 영상화와 함께 펼쳐지는 창공의 경이로운 풍경 묘사는 상당히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감정의 흔들림이나 흩어짐이 없이 서서히 응집되어 폭발하는 감정의 리듬감이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연출력과 더불어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박경원의 삶이 어떠했음에 대한 뜨거운 논란도 좋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박경원의 삶을 재조명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아픈 과거와 그 속에서 방황해야 했던 서글픈 우리 옛추억에 대한 회고담이었으니까. 과연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우리는 과연 떳떳하게 국가를 위해 한 목숨 바쳤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몽롱하게 와닿는 대의보다는 끓어넘치는 자신의 꿈을 택했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건 현실에서조차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열정적인가를 되묻게 됨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


(총 0명 참여)
justin08
이글로 알바의 글이네요.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제목, 똑같은 내용으로.... 돌아다니면서 올리나봐요?   
2005-12-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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