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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아버지는 강해야 한다. 우주전쟁
taxas 2006-01-26 오전 12:41:36 1259   [3]
 

※ 이 영화에는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재미있다. 그것이 아카데미를 노린 것이든, 소위 말하는 ‘대박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든 일단 그가 감독한 영화라면 적어도 영화적인 ‘재미’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영화는 요즘 들어서는 무조건 기대할수만은 없는 그 어떤 종류의 영화로 변질되고 있다. 그의 나이가 늙어서? 아니면 그의 연출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다만 그의 ‘가족’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아예 ‘집착’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예 드라마를 표방하고 만든 최신작인 ‘터미널’이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제쳐두고,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라는 흥행콤비가 만들어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부터 그의 ‘가족’에 대한, 혹은 ‘해피 엔딩’에 대한 집착은 그 도가 지나쳐 보인다.

( 하긴,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에 가족이라는 요소를 새롭게 첨가해낸 것만 생각해봐도 그의 이런 변화가 하루 아침에 급작스럽게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만. )


따라서 탁군은 이미 ‘우주전쟁’이라는, 분명 엄청난 볼거리로 무장했을 SF 액션물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어두고 있었다.


탁군의 나이가 많아서 ‘우주전쟁’이라는 제목만 듣고도 아득한 옛날의 향수를 떠올린다거나(그렇다고 탁군이 고전영화의 팬도 아니고), 그렇지 않으면 원작 소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하지 않은 이상( 탁군이 이 고전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처음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라디오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 그 방송을 들은 시민들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 엄청난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유명한 에피소드 뿐이었다. ),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배우 톰 크루즈라는 두 가지 요소만 가지고 이 영화를 굳이 극장까지 가서 볼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 개봉과 동시에 쏟아지던 그 엄청난 악평들이란! 또 한 편의 ‘스필버그식 엔딩’에 빠져 버린 그저 그런 오락물일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뒤늦게 본 이 영화, 의외로 재미있다. 어차피 엔딩의 황당함을 이미 알고 있었던 이상,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다면 정말 신나게 관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또 한 번 탁군의 이상한 취향에 대해 이야기 들었겠지. ) 


우선 이 영화, 볼거리 부분에서 절대 관객들을 ( 아니, 탁군을 ) 실망시키지 않았다. 초반에 트라이포드가 땅 속에서 솟아 나오는 그 순간부터, 영화는 이게 SF야! 라고 말하려는 듯 CG의 물량공세를 통해 영화 밖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세차게 몰아 붙인다.


그 볼거리가 단순히 눈요깃감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긴장감을 준다는 사실은 아직도 스필버그의 연출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영화는 이제껏 시민들이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과 그로 인한 패닉상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해준다.


특히 인간들을 먹이로 삼아 온 사방에 피를 뿌려 대는 트라이포드의 모습은 그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 쥬라기 공원을 찍은 뒤 다시는 자기 손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영화는 찍지 않겠다고 했던 그지만...거짓말 하지마! ) 사실 레이저빔에 맞아 산산조각나는 사람들의 잔해( 그걸 뒤집어 쓰고 달려 온 초반부의 톰 크루즈...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를 붉은 색으로 처리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뭐 어쩌겠나, 다 흥행을 위해서인걸. ( 우주전쟁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R등급을 받는다면 흥행에는 치명적이다. )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해 거슬리지 않았던 점은 그가 ‘가족’이라는 소재를 억지로 끼워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예 없어도 되었을 후반부 30분이 정말 괜찮은 SF 스릴러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는 달리 이 영화는 아예 미국식의 ‘가족주의’가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레이라는 아버지의 캐릭터는 극 초반부에는 아예 아버지 혹은 가장이기를 포기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그저 자식들에게 소리나 질러댈 뿐이며, 막상 일이 터지자 겁에 질려 제대로 판단 조차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의 아들인 로비는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거부하고, 딸인 레이첼조차 아버지보다 자신의 오빠를 더욱 의지하고 따르고 있다.


영화는 극한 상황에 놓인 이 가족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국식 가족 영화이며, 또한 철부지였던 레이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혈기왕성한 젊은이인 로비가 가족을 떠나 군대로 들어가려고 하자 레이는 그를 말리려고 하지만, 그건 그가 정말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역시 겁을 집어 먹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이 장면에서 그는 로비를 막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레이첼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레이첼이 로비를 더욱 따르고 있으며, 자신 혼자서는 레이첼을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로비가 떠난 이 후, 그는 진정한 아버지로써 가족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된다. ( 레이첼의 대체 아버지 역할을 했던 로비의 부재로 인해 빈 자리에 진짜 아버지인 그가 진입해 들어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


그는 미국이 원하는 ‘강한 아버지’로써 다시 태어나 자신들의 은인이지만 동시에 딸의 생명을 위협하는 오길비를 주저없이 살해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군대조차 하지 못했던 트라이포드를 ‘박살내버리는’ 영웅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에게 레이첼을 지키는 것은 가장의 의무이기도 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시험이기도 하다.


마침내 그가 보스턴에 있는 아내의 친정 집에 무사히 레이첼을 데리고 도착했을 때 그는 비로서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써, 또 집 안의 유일한 남성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게 된다. ( 어디선가 개고생을 하고 온 것으로 보이는 로비 역시 둘 사이에는 크게 무슨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레이첼을 잘 지켜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미국식의 보수적 가족주의에 근거한 ‘아버지’의 존재는 너무나 미국적이지만 스필버그가 주로 다뤄왔던 소재(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톰 행크스 역시 마찬가지 역할이었다. )이기도 하며 이 영화 속에서는 그 소재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그리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관객들 대부분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결말의 황당함도 그런 면에서 보면 이해 못하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스필버그 본인이 그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지옥도’가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 특히 로비의 등장은...아무리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다. )


하지만 레이의 성장 이야기, 혹은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이미 할 말 다 해버린 ( 레이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트라이포드에 달려 들어 박살내 버리는 그 순간에 이미 이 영화는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 마당에 외계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멸해져 버리든간에 감독 본인에게는 이미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사실 가족은 구했지만 지구는 멸망했다...이거 이상하잖아? )


더군다나 지구에 너무 일찍 침공하는 바람에 윈도우XP 와 서비스팩2를 설치하지 않아 멸망해 버렸던 어처구니 없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설정에 비하면 ‘미생물’이라는 소재를 채택한 이 영화는 양반인 것 같다.

( 그러니까..애초에 엔딩때 고생하지 않도록 외계인이 침공해도 좀 서로 게임이 될만한 정도로는 외계인 레벨 조정을 해놓으라니까. ) 


어쩌면 탁군이 이 영화를 이만큼이나 좋게 봐 준 것은 나 자신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 관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아니면 무료관람이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거나. )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봐도 이 영화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단순히 ‘외계인 격퇴 방법’ 때문에 혹평을 받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p.s. 사실 미생물 이야기가 나레이션으로 깔리기 전만 해도...외계인들이 현대 문명 때문에 오염되고 더렵혀진 인간의 피를 먹어댔기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동안 했었다. 아마 미생물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끝났으면 더 할 말 많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총 0명 참여)
ysj715
훌륭한 평.   
2006-01-26 17:4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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