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이란 말인가. 우리 어무니께서는 대뜸 “그럼 왕이 여자냐?” 라고 물으셨지만 아닙니다 어무니. 이 영화에서 왕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게지.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인 지금, 도무지 이 제목과 영화내용이 제대로 매치가 안 된다 말이야. 말 그대로 멋들어진 제목을 위한 제목이랄까. 어쨌든 개봉한 지 이틀 만에 강남의 씨티극장 맨 왼쪽 구석에 조용히 박혀 가끔 눈물도 찔끔거리며 이 영화를 보긴 했는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세 부류로 나뉘는 듯하다. 이준기 홈피에서 그의 무대인사를 체크하는 대다수의 중고생 그룹이 포진하고 있는 ‘너무좋아그룹’. 나처럼 만빵 기대를 하고 봤으나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버리는 ‘그러저럭그룹’. 이게 뭐냐! 뵑이다! 라고 외치며 극장 문을 나선 아주 소수의 그룹일게 분명한 내 이종사촌 ‘가을이그룹’. 이 영화를 소리 높여 규탄한, 유럽영화와 고전영화를 좋아라하는 내 이종사촌 가을이에게 물었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도 싫으니? 가을이의 말인즉슨 너무 강한 상징성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광대극의 코믹성을 통해서 광대들의 힘겹고 슬픈 이야기를 대비시켜 부각시키는 구조가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보면서 분명히 웃기고 슬픈데 감정이입이 잘 안 되어 보여지는 것보다 들 슬픈 기분이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영화가 자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드러낼 때 관객이 눈치재지 못하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는 깊은 맛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영화는 그것을 속된 말로 너무 들이댄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아주 극히 소수의 의견일 뿐이고 이 영화의 평은 대체로 ‘너무 좋아’가 대세를 이룬다. 나같이 기대를 30% 정도 못 채운 관객조차도 드문 것 같다. 역시 맛깔나는 캐릭터와 이병우의 수려한 영화음악, 감정이 풍부한 줄거리가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사랑받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영화의 삼박자를 다 갖추었네. 나는 특히 연산군 캐릭터가 인상깊었다. 특별히 새로운 해석은 아니었지만 정진영의 광기어린 연기가 보는 내내 재밌기도 하고 무척 슬프기도 했다. 4명의 주연 캐릭터 중에서 나는 정진영에게 연기잘했음 한 표를 던지련다. 감우성과 이준기는 연기고 좀 겉돌아 보였는데 아마도 워낙 영화상에서 두 사람만의 세계가 확고히 잡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나 혼자 생각해 본다.
이준기라는 배우와 동성애코드를 확실히 띄운 이 영화, 당신은 만족하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