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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의 한계 무극
kharismania 2006-01-29 오전 1:04:59 1800   [7]
 


 상상의 세계는 현실에서는 무시되지만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무궁무진하다. 신화적인 판타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이유는 현실에 국한되지 않는 무한한 상상력의 재미에서 기인한다.

 

 영화는 그러한 상상력이 현실화된 듯한 착각의 대리만족을 충실히 이행하는 수단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에게 불가능한 꿈을 마치 이룬것같은 몽상으로 초대한다.

 

 신화가 살아있는 미지의 대륙에서 장황하게 펼쳐지는 운명적 서사극. 이것이 이 영화가 지니는 막연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영화를 접하기 전에 지니게 되는 기대감의 짧막한 한줄문장은 저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장동건이 영화에 출연했음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될 만한 여지는 확연하다. 그가 외국의 영화에서 주연급의 자리를 꿰찼다는 것 자체에서도 그와 국적이 같은 관객에게는 자부심이라도 될 법도 하고..

 

 하지만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기대감이 그만큼의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면 축복이지만 그만큼의 실망감을 가져다 준다면 그것은 재앙이니까.

 

 초반 영화는 영화의 설정을 마치 설화처럼 독백한다. 마치 세상에 대한 회한이 담긴 어조로 서글픔을 은연중에 내볕으며 출발하는 영화는 영문도 모르고 이유도 모를 전쟁터 한복판에서 본격적인 시작을 꾀한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넝마같은 옷을 걸친 남루한 아이가 서있다. 이렇게 무극은 시작부터 누구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기묘한 세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설정은 나름대로 독특하면서도 나쁘지 않다. 서양의 판타지와 기본 모티브가 큰 차이는 없지만 동양적인 느낌을 덧 입혀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창조해 낸 영화의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와 설정은 나름대로 영화의 괜찮은 면모이다. 특히나 운명적인 삶이 지배한다는 인물들간의 설정과 관계는 진부함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운 보편성을 획득한다.

 

 또한 이 영화의 색채는 아름답다. 초반부터 출발하는 백(白)과 홍(紅)의 두드러진 색채적 대비감은 원색이 지니는 강렬함에 편승하며 영상에서 느껴지는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또한 영화 자체가 지니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색채의 짙음은 정적인 멋이 느껴지는 동양적 무채감 위에 서양적인 유화(油畵)적 기질을 덧 씌움으로써 정적인 멋 위에 강렬함을 심어놓은 인상이 든다.

 

 그러나 영화의 CG는 조금 어색한 면모가 있다. 나름대로 기본적인 베이스는 나쁘지 않다. 영화의 셋트나 배경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거대함은 영화가 대작을 지향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영화의 색채감도 아름답고 강렬한 멋이 있다. 그러나 인물의 동작에서 사용되는 CG기술에는 분명 어색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이미 서양의 영화에서 실사와 그다지 구별하기 힘들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CG들에 비하면 비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색함이 많다. 물론 만화적인 신비한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 독특함으로 여겨지는 맛도 있지만 할리우드의 완벽한 CG에 길들여진 관객의 입맛에 맞기엔 무리가있어보인다. 또한 약간 어설픈 CG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조롱꺼리가 되길 자처하는 주성치 영화류에서 보여지던 CG의 모양새와의 비슷함도 진지함과 대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첸카이거 감독 스스로가 기자회견 때 장난스럽게 말했던 것처럼 정말 제작비 부족이 부른 재앙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의도로 보여지건 간에 관객에게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될 법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큰 결함은 스토리 구조의 부실함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내용은 관객에게 이해되는데 부족함은 없다. 그러나 내용의 이해를 넘어선 감성의 전달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보인다. 영화는 시종일관 큰 맥락의 연결 사이에 있는 자세한 부연설명을 소홀히 한다. 마치 완성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전 주제만 추려낸 개요를 읽고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연결은 알겠지만 이야기의 연결 과정에서 자연스러움이 결여된다. 편집과정에서의 실패인지 원래 영화의 촬영에서부터 간과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가 뚝뚝 끊어진 채 쉽게 쉽게 흘러가버리는 인상은 관객에게 영화를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 채 방관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 숙연함도 긴장감도 관객의 감성에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인상을 받는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있다. 그러나 각자 캐릭터들이 지니는 운명적인 인생너머의 무언가가 보이질 않는다. 운명에 속박되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캐릭터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밋밋함이다. 운명을 거스르는 듯한 캐릭터인 쿤룬(장동건 역)조차도 과거에 얽매여버리는 형세는 관객의 흥미를 한단계 떨어트리는 모양새다.

 

 특별하고 창의적인 소재와 구성의 장점이 전형적인 연출과 설정된 편집에 가리워져 버리는 형세라고나 할까.

 

 그래도 영화의 액션은 나름대로 깔끔하면서도 섬세하다. 또한 고화속 촬영으로 스피디한 움직임은 정적인 동양무협영화의 틀에서 벗어난 면으로 여겨진다. 또한 동작에 우아함이 깃들어 있어 나름대로 절제된 멋이 느껴진다. 이는 그래도 중국 본토의 액션이 전승하는 무시못할 그들만의 힘으로 느껴진다.

 

 과연 패왕별희를 만든 첸카이거의 영화일까 싶을 정도로 실망감이 앞서지만 그의 영화다운 면모도 찾아볼 수 있다. 엇갈리는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커다란 진리적인 흐름적 진리에서 역류하는 듯한 이야기는 그의 영화라는 점을 그나마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섬세하면서도 아련한 멋이 있던 그의 영화에 비하면 이 영화는 수천억대 제작비가 그의 재능을 수장시켜 버린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쉽다.

 

 여러가지로 기대감을 품게 하지만 실망감으로 보답을 받게 됨은 아쉽다. 지나친 기대감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다고 하나 기대감을 지니게 만드는 영화는 나름대로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채비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에서는 대흥행을 했다지만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물론 장동건이 출연했다는 것이 화제는 되지만 영화의 결점을 덮어줄만한 힘은 미약해보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의 수긍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아쉬움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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