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정말 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서 무척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영화 후반부를 통째로 상징으로 써 버리다니 참 감독님 통이 크셔. 그렇다고 너무 난해해서(사실 많이 난해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는 전반부에 켕과 통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아무런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보는 이가 몸이 배배 꼬일 것 같은 달작지근함도 하나 없이 그냥 “애네 이러고 살아”라고 말해주는 듯. 특히나 정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다. 영화상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애정을 이렇게 보여주는 광경은 처음 보았다. 그 낯선 이미지가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생경한 이미지를 떠올려 주었다.
두 남자가 멈춰 선 오토바이 앞에 서 있다. 한 남자가 다정한 눈으로 다른 남자를 쳐다보다가 다른 남자의 손을 들어 올린다. 한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등에서부터 손가락에 핥듯이 키스한다. 마치 이런식으로 밖에 나의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듯. 그러다 이번엔 가만히 손을 뺀 다른 남자가 한 남자의 손을 들어 똑같이 손등이며 손가락에 혀를 놀린다. 그리고 다른 남자는 등을 돌려 어둠이 깔린 저쪽 길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고 오토바이를 뒤로 하고 남겨진 한 남자는 영화 내내 다른 남자를 향해 짓고 있던 따뜻한 미소를 얼굴 가득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반전된다. 군대로 복귀한 켕은 괴물과 쫓고 쫓기며 정글을 공포로 가득 채운다. 영화는 더 이상 ‘그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사랑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니다. 우리들의 사랑은 수치며 공포며 불안이고 쫓기고 도망쳐야 할 그 무엇이다. 이 영화의 한 대사처럼 ‘우리는 동물도 인간도 아니다’. 후반부의 한 시간 동안 이 영화는 극도로 진지하게 사랑에 대한 강박관념을 보여준다.
상당히 낯설다. 배우들도, 배우들의 연기도, 풍경도, 화면도, 표현도, 특히나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아마도 이 낯설은 향기가 싱그러워서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화들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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