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흡혈귀라는 캐릭터는 동양에서는 낯설다. 그 기원자체가 서양이었으며 캐릭터 자체가 풍기는 면모도 동양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사실 동양의 귀신 캐릭터는 영적인 신비함이 강하다. 그래서 음산한 분위기로 인간에게 심리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서양의 귀신 캐릭터는 물리적인 포악함이 강하다. 물론 외적으로 보여지는 심리적 압박도 있지만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 물리적인 타격에 대한 잔인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에서 동양과 서양의 귀신 캐릭터는 전형적인 차이를 보인다.
어쨌든 대한민국이라는 땅위에서 어색해보일지도 모르는 흡혈귀 한명이 베일을 벗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흡혈귀는 관객에게 공포를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다. 관객을 웃겨보려는 흡혈귀, 왠지 그 사연이 궁금해지지 않나?
이 영화는 김수로라는 배우의 개그적인 연기의 자질에 모든것을 걸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듯 싶다. 그가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보여주었던 웃음의 내공은 이미 관객에게 확연하게 어필되었고 이 영화는 그러한 그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올인하여 관객을 섭렵해보려 작정한 형태다. 어찌보면 상당히 눈살 찌푸려지는 꼴을 당할 법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러한 부정적인 시선의 정화를 느낀다. 그것은 그의 캐릭터가 지니는 전형성을 넘어선 확증적인 캐릭터의 힘에 있다.
사실 웃기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코믹 영화란 것 자체가 일단 관객을 웃기지 못하면 더이상 볼 것도 없는 장르 아닌가.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들이 객석에서 웃음을 뽑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더이상 볼것이 뭐가 있겠는가. 결론은 웃기는 영화는 일단 웃기고 봐야 된다. 그것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자 물러설 곳이 없는 영화의 마지노선이니까.
그러한 면에서 일단 이 영화는 합격점이다. 김수로의 끊이지 않는 입담과 애드립성 연기가 관객들에게 적당한 웃음을 심심하지 않게 전해준다. 그의 유연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연기는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데 유용함이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드러난다.
영화를 접하기 전 이 영화의 막연한 이미지는 웃기다는 것, 그리고 소재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유치할 것 같은 불길함이다. 사실 영화의 설정자체에서 보여지는 유치한 조악함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설정에서 뽑아내는 영화의 장르자체적인 퀄리티는 무너지지 않는다. 지나친 비약도 과장도 이 영화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될 법한 설정은 영화의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무마된다.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비현실성의 억지스러움을 커버하는 형태다.
코믹영화는 머리가 비었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그저 웃겨보려는 노력만 가상하다면 오히려 억지웃음에 질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웃겨보려고만 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 웃음 안에 무언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내는 노력이 가상해지는 느낌이다. 특히나 나도열(김수로 역)이 비리형사에서 형사로 거듭나는 과정은 일종의 성장드라마와 같은 감성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의 사랑과 우정을 통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일상적 삶과 고독한 영웅의 비애가 이 영화의 정서다. 웃음을 포석에 두고 주변부에 자잘한 감동을 포진시켜두고 있는 형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솔직히 작정하고 영화를 깎아내리면 한없이 깎아내릴 수도 있는 면모도 있지만 이 영화의 웃음이 일발성이지 않고 지속적인 유쾌함을 머금는다는 사실 자체의 명백함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에서는 영화가 그리 어처구니없지도 않다. 이런 부류의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와 소재에서 다가오는 신선함도 나쁘지 않다.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배우의 캐릭터 자체에서 오는 이미지가 영화에 그대로 녹아있다. 또한 그의 연기를 뒷받침하는 조연들의 서포트도 충실하다. 이 정도면 재미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그 점이 이 영화의 의도이며 이 영화를 찾는 관객의 목적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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