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래서 가끔은 서글플 때도 있다.영화가 함량미달의 작품수준이거나 그 좋아하는 스타의 연기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나에게 있어 <6월의 일기>는 그 전형적인 케이스의 영화였다.
그것도 두 가지 서글플 조건을 모두 갖춘.
이 영화의 가장 큰 죄악(그렇다. 그것은 죄악수준이었다!!)은 어처구니없을 만큼 유치하고 단순하고 구태의연한 대사.
전혀 창작의 고뇌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 딱딱하고 틀에 박힌 대사는 아무리 배우가 멋있고 연기를 잘 해도 그 배우의 매력과 함께 영화의 수준까지 85%쯤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구태의연한 건 대사뿐만이 아니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자체가 이미 너무나 구식이었다......
여러가지 유명한 스릴러 범죄 영화들을 뒤섞어 놓은 듯한 찜찜함과 전혀 궁금증이 유발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미리 예측하게 만드는 지리멸렬함.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러니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나올리 만무하다. 그서 대사를 읽는데 그친 문정혁과 아직도 여전히 조폭마누라인 신은경, 두 배우는 괜한 오버 연기로 보는 이를 슬프게 했다(하지만 이것도 역시 시나리오 캐릭터 자체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두 배우가 연기를 잘 했다는 건 물론 아니다).
이 영화에서 그냥저냥 건진 건 무서워 보여야 할 때는 정말 섬뜩하니 무서웠고, 슬퍼보여야 할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슬퍼 보였던 배우 김윤진의 조용한 연기뿐 이었다. <밀애>에서 이미 차분한 연기의 힘을 보여주었던 그녀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제발 스타시스템에 기댄 영화만은 아니기를 바랬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며 그 혐의를 지울 수 없다는 데서 또 슬픔을 느꼈다.
아... 포스터도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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