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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기적같았던 순간들 사랑을 놓치다
smire0701 2006-02-08 오전 2:02:08 1781   [8]

2006.02.01 CINUS G 강남역 

 

<주>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십시오.

 

 

잘 모르는 사람을 친구에게 묻는다.

"저 사람 어때?"

친구가 "영화(드라마) 속에서 사는 사람이야...." 라고 대답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 현실감각 없는, 그리고 공상속에 빠져사는 사람으로 이해하지 않을까?

사실, 무작정 영화나 드라마가 비 현실적이기만 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잠시 타인의 삶을 엿보거나 대신 경험해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야 애초에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기대하기에 상관이 없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현실성은 중요한 요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한 특이성과 관객을 동화시키기 위한 현실성 두가지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타인의 삶을 엿보기와 내 숢겨놓은 과거를 꺼내보는 관음증 영화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사실적이기에..

다만 모든 상황의 두 사람의 이야기로 얽히고 얽혔을 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사랑>이란 감정을 만났을때 하는 수많은 실수와 후회를 가득 담아놓았으니 말이다.

 

 

내 사랑과 이별이 고통스러워서, 의미없는 몸부림을 했던 기억들..

내 사랑이 아파서 다른 사랑은 보이지 않았던 기억들...

받을 때는 몰랐으나 뒤늦게 알았던 사랑의 기억들...

서로가 바라보는 시간이 엊갈려서 안타까웠던 기억들...

사랑인지 아닌지로 주저했던 기억들...

이전의 상처가 아파서 겁내다 흘려보낸 사랑의 기억들...

 

그리고...

어쩌면 마치 영화처럼(!) 누군가 엄청난 방해꾼이 등장해서 훼방을 놓은 것도 아니었고, 커다란 환경적 장애물이나 신분(?) 문제 때문이 아니었는데도

그래도, 그래도 아팠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냥 두 사람의 일이었는데, 조용조용 흘러갔던 일상을 같이하다 뚜렷히 설명할 수 없이 헤어졌는데도 아팠던 기억들...

 

 


 

하지만, 너무나 신기하게도...

순간의 기억들은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런 것들 말이다.  

(결코 로맨틱 하지 못했던 '연수'(송윤아)와 '우재'(설경구)의 키스씬이 그 어느 다른 영화의 키스씬 못지 않게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처럼....)

사실은 별 것 아닌 일상이었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봤더라면 특별한 것 하나없이 평범한 순간들.

 

영화는 그런 일상들을 차근차근 집어낸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영화에서,

어떤 순간은 슬프고 처량했던 비가 어떤 순간은 시원하고 상쾌한 것처럼.

그저 누군가를 배웅하고 떠나는 버스 정류장에, 사연이 남고 의미가 남는 것처럼.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내가 한때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이 남긴 기억의 상징은 어처구니 없게도 '닭'이다...ㅡ.ㅡ; 

좀 멋들어지게 '오르골'이나 '손수건' 혹은 '책' 등등...

수많은 좋은 물건들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건만, 왜 하필 '닭' 이 그렇게 기억에 남던지...

사실 둘이 만나던 기간동안 유난히 '닭'을 좋아했던 상대때문에 늘 물리도록 먹었던 때문이다. 

주고 받았던 선물이래야 평범하기 그지 없었고, 함께 다닌 장소도 평범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인지.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 가끔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 이란건 '닭'인 것이다.

 

사실 '사랑의 기억'이라는 것이 그닥 거창한 뭔가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뭐,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런데도 너무나 신기한 것은,

그런 너무나 로맨틱하지 못하고 멋지지 못한 뭔가로 추억이 떠오르면, 그 순간의 감정만은 화사하게 필터링된 추억과 함께 뚜렷히 되살아 나는 것이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피식 웃음이 나게도, 가슴이 아파 눈물이 핑 돌게도, 씁쓸히 고개를 떨구게도 만드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영화적이지 못하면서도 영화적이다.

우리의 기억이란게 그러하듯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와 너무나 판타지적인 기억의 필터링이 함께 하는 영화이다.

 

'우재'(설경구)와 '연수'(송윤아)의 모습을 따라 자신의 추억의 필름을 함께 더듬다보면, 진지한 순간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버리는 실수들과 친구들이 슬쩍 옆으로 와서 함께 앉는다.

늘 툭탁대고 헤어진다는 말을 연발하면서도 결국 늘 화해하며 웃는 친구들도 옆에 와서 앉고, 미칠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데 속모르고 부아를 돋우던 친구도 옆에 와서 앉는다.

주책 맞게 수줍어하는 부모님, 혹은 사랑에 빠졌던 동네 어르신도 옆에 와서 슬쩍 앉고, 내 속은 어찌 알았는지 무심히 한마디 툭 던져주었던 선배도 옆에 와서 앉는다.

영화가 끝나면 잠시 잊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와있다.

 

그리고,

지금 사랑에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다 그런거지." 혹은 "나도 저랬었지" 하며 피식 웃는 나도 앉아있다.

그러고서도, 또 같은 감정을 맞딱뜨리면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내가 말이다. ^^

 

 

 


 

미묘한 즐거움 속에서도  눈에 확 띄는 것은 '연수의 어머니'(이휘향)의 모습이다. 

거칠고 새까만 얼굴에 띄우는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사랑에 빠진 수줍음이 너무나 귀여웠던 그녀.

내 비약적인 해석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모습이 이 영화가 남기는 희망의 방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랑이란게,

그닥 멋지고 환상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항상 행복한 것이 아니더라도, 늘 해피앤딩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할 것이고, 사랑에 빠진 순간만은 아름답다는 희망.

나를 아름답게 기억해 줄 누군가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희망.

 

 

 

이러한 수많은 영화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너무나 안타까운 아쉬움을 남긴다.

뭔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보이는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택시가 떠나는 장면에서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강한 바램이 있었으나....

이유없는 마침표 덕분에 갑자기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너무나 영화같지 않던 이 영화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이 영화가 정말 영화라는 현실에 꿈에서 깨어버린 기분.

추억에 젖어 멍해있다가 갑자기 툭 치고 지나가는 행인 때문에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이 영화가 끝까지 완벽했으면 하는 욕심은 어쩌면,

현실도 추억처럼 아름답길 바라는 욕심이었을까?

살짝 배신감을 느끼게는 만들었지만 2시간 가까이 즐거운 여행을 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에

그리고 내가 잊고 있었던, 하지만 존재했던 사소한 기적의 순간들을 다시 기억나게 해 주었던 이 영화에

오랫만에 후한 점수를 줄까보다.^^

 

 

written by suy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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