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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의 눈으로 바라본 스릴러 손님은 왕이다
jjcrowex 2006-02-23 오후 5:59:30 1220   [3]
 

* 스포일러 있습니다.

 

 

 

 

PART 1 - '방망이 깎던 노인'의 재림

<손님은 왕이다>가 추구하는 반전은 사실 '살인'의 언어가 '누구'를 지목했냐의 중요성보다는 살인의 언어가 '왜' 요구되었는가에 주목한다. 3대째 내려오는 명이발관의 주인 안창진(성지루)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이발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산다. 나름대로 장인 정신까지 갖추고 있다 생각하는 창진에게 '깍새'란 칭호는 듣기 싫은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난 네가 지난 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불청객 김양길(명계남)이 나타나 이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이 영화를 다 본 관객들은 이러한 물음을 가질 수
있다. '과연 누가 진정한 마에스트로인가?'

 

흰색과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외향의 이발관, '손님은 왕이다'라는 현판을 통해 주장하는 '직업 정신', 모짜르트의 음악이 흐르며 세련됨을 표방하는 뉘앙스, 여자처럼 고운 손을 가진 창진의 '이미지'는 영화의 반전을 위해 준비한 의도된 미장센이다. 덥수룩한 수염, 선글라스로 만들어진 음흉함, 예술에 대한 장황한 자기 평가와 가식적인 어조의 이미지로 점철된 양길이 '창진'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일차적인 미끼를 던진다.

 

이러한 미끼는 왜 이 영화의 타이틀이 <손님은 '왕'이다> 인지 주목하게 만드는 단서가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이 생각난다. 어느 한 남자가 방망이 한 벌을 깎아달라고 하자 노인은 에누리도 해주지 않고, 남자가 차 시간으로 인해 재촉을 해도 방망이를 깎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나무란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성급함을 노인의 '자세'와 대조하며 노인의 숭고한 '장인 정신'을 찬양하며 못난 자아의 '자성'을 촉구한다.

<손님은 왕이다>는 '방망이 깎던 노인'이 누구인지를 장르적 언어로 구성하여 분명한 '해답'
을 시작부터 일부러 흐뜨린 다음 다시 주어 담는 '스릴러'의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

 

 

PART 2 - 스릴러에서 '인간 극장'으로 변해버린 전개 과정

 

하지만, 이 영화가 표방하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형식적 기교와 그것으로 인해 기대되는 결과의 '재현'에 집착한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영화가 드러내는 진정한 속내, 즉 '반전'에 담겨 있는 내용은 '살인'과 '피'라는 잔혹함으로 포장된 그 이상의 '치부'가 나타내는 '냉혹스러운 메시지'가 아닌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불안정한 개인의 '자아'를 담담히 돌아보는 '온정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마에스트로'를 향한 오마쥬의 형식을 차용한 영화의 선택 자체는 좋으나, 그 '오마쥬'에 대한 감독의 감성이 너무 개입된 나머지 장길(이선균)을 통해 드러나는 '반전'을 재현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양길'에 대한 연민적 시선은 한 편의 '인간극장'을 바라본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은 <손님은 왕이다>가 치밀하게 준비해 놓은 가장 큰 '반전'이면서도 긴장감을 상쇄시키는 아쉬운 대목이다.

 

 

 

PART 3 - 인상적인 형식미의 추구

 

<손님은 왕이다>의 매력은 영화의 내용을 보완하는 인상적인 '형식미'다. 창진의 의상과 더불어 창진과 그녀의 아내 '연옥(성현아)'이 사는 집안의 실내구조는 '백색(white)'의 이미지로써, 창진의 깔끔한 성격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의 약점을 연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창진을 위협하는 양길의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가 주는 '흑색(black)'의 이미지는 '창진'의 안정적 이미지를 대변하는 '백색'을 위협하는 존재로써 나타난다. 그리고 영화 속 주 공간이 되는 명이발관의 바닥은 '백색'과 '흑색'의 공존을 통해 영화속에서 앞으로 갈등 요소를 암시하는 계기를 형성함과 동시에 '안정'과 '불안정'의 요소를 재현한다.

 

'창진'과 '양길'사이의 갈등 요소로 부각되는 인물 중 하나인 창진의 아내 '연옥'의 의상은 '적색(red)'로써, 그녀의 음탕함과 교활함을 나타내면서 영화 속의 중요한 행위인 '살인'과 연계되는 이미지와의 연관성을 도모한다. - 단,주요 인물들이 시종일관 전술된 색채의 의상으로만 등장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의깊게 볼 대목은 영화를 통해 자신을 말하는 '오마쥬'라는 언어다.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의 장면이 등장하고,  무성 영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극 속에 도입한 부분, '양길'이 출연한 '초록물고기'의 장면들을 영화 속에 집어넣어 '팩션'의 기법으로 '양길'에 대한 오마쥬를 보여준다.

 

여기서 오마쥬는 몇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예술의 한 부분으로써, 영화의 태동과 근원에 관한 초기 영화 형식에 대한 오마쥬이자
- 무성영화적 형식으로 영화를 일부분 전개했던 장면-

둘째, 한국영화사를 통해 바라본 한 '마에스트로'에 대한 예우
-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이 나온 장면 -

셋째, 이 영화가 준비해놓은 가장 치밀한 반전인 배우 '명계남'에 대한 존경의 측면이다.
- 명계남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영화들을 보여주는 장면 -

 

무엇보다 세 번째 의미는 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지탱하는 중심이자, 영화의 결정적인 결말을 제공하는 단서가 된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연극적 형식'의 외형적 분위기는 이 영화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점을 수반하는 '기교'가 된다.

 

 

 

PART 4 - 어느 '마에스트로'의 모노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창진, 연옥, 장길, 양길이 한 공간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손으로 창진, 연옥, 장길의 모습을 가리고 있다 연상해보라. 결국 이 영화의 반전은 '창진', '연옥', '장길'을 관객(손님)으로 한 김양길 주연의 '모노드라마'다라는 점이다.

영화는 그런 모노드라마로써  '극'이 아닌 '실제 일상'을 통해  주목을 받고 싶었던 -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양길의 애처로운 사연이 바로 자신이 준비한 '반전'의 핵심이라 말한다.

 

살인과 피를 통해 나타난 스릴러라는 형식 자체는 이 가냘픈 '장인'을 위해 준비한 의도된 맥거핀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허탈감 또한 감출 수 없다. 이러한 허탈감이 과연 내가 영화 속 '반전'에 충격을 받은 인상인지 아니면 약간의 실망스러움인지에 대한 선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나타난다면  '전자 대 후자 = 60 대 40'이다.

 

그 '40'-반전을 재현하는 신파적인 인간극장의 분위기-으로 인해 이 영화의 생명은 유지되면서도 영화 속에서 양길과 창진이 집착하는 '약점'에
스스로 도달하는 누를 범하게 된다.

 

덧칠) '연옥'은 양길과 창진의 갈등 관계에 '혼미함'을 던지는 '팜므 파탈'이지만, 영화 속에서 뚜렷하게 구현된 각자의 역할 분담 가운데 가장 치명적일 것이라 기대감을 선사하는 '연옥'의 역할에 대한 인상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왠지 영화의 '반전'을 위해 부차적인 요소로 전락해버려 아쉽다. 그것은 영화가 추구하는 '반전'이 '연옥'을 단순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느낌에서 연유한다. - 사실, 기타 인물들도 다 '수단'으로  전락해버리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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