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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정치적 구호가 이루지 못한 진실의 승리 브로크백 마운틴
jyp0507 2006-03-05 오전 11:55:02 1180   [3]

동성애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인 목소리는, 이성애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기준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한 쉽사리 사라지기 힘든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소수라는 건 늘 외롭고 세상으로부터 내던져지기도 쉬운 존재이니까요. 그래서 더 강하게 더 집요하게 세상을 붙들고 거칠게 외치는 것일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동성애 영화가 그런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에 묻혀버리거나 피해의식을 강조하다 사랑이라는 본질을 정물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물화된 사랑은 값싼 장식용으로 전락할 수도, 가까이 느끼기엔 낯선 그들만의 사랑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여전히 낯설고 생경할 뿐 깊은 울림으로 다가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많은 동성애 영화가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다 정작 놓쳐버린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이라는 본질을 가슴 아프도록 절절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동성애 영화로 홍보가 된 감이 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결코 특수한 동성애가 아닌 보편적인 사랑이야기 이며, 오랜 세월을 두고 잊혀지지 않을 러브스토리이지요.

관객들이 어떠한 종류의 편견을 가지고 있든, 녹지 않는 만년설의 봉우리와 그 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서 맺어진 두 남자의 진실되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저 차갑게만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말을 줄이고 생략함으로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과 흑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하는 한대의 자동차의 모습이 묘하게 대비되면서 시작합니다.



와이오밍주에 있는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푸른 초원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방목장에서 양떼를 돌볼 일꾼을 모집하는 곳에서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어색하게 첫만남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말없고 무뚝뚝한 에니스와 쾌활한 카우보이 잭, 이제 갓 스물을 넘긴 두 청년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여름 한철을 함께 일하게 되고 곧 오랜 친구와 같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지요.

하지만 곧 두 사람은 우정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처음 느끼는 낯선 감정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듭니다. 그리곤 짧은 방목철이 끝나자 각자의 삶 속으로 아무런 기약 없이 돌아갑니다.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간 후 에니스는 약혼녀 알마와 결혼하여 두 딸을 낳고, 잭은 로데오 경기에 참가했다 만난 부자집 딸 로린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의 삶에 충실했던 두 사람은 4년이 지난 후 에니스를 잊지 못하던 잭의 엽서를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실체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곤 곧 억제할 수 없는 열정 속으로 빠져 들게 되지요. 하지만 에니스와 잭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고작해야 1년에 한 두번 캠핑을 하는 것 외에는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결코 드러낼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고통은 더해가고 그리움은 겹겹이 쌓이면서 20년의 세월을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아파합니다.

 

장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일과 돈만 아는 아내에게도 소외된 잭은 외로움이 더해가고 에니스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 갑니다. 모든걸 버리고 에니스와 함께 하길 원하지요. 반면 에니스는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냉대뿐 아니라 가정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의 오랜 전통적 가치관을 차마 저버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잭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지요. 오히려 에니스의 내면의 갈등은 더욱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중년에 접어든 에니스와 잭의 관계는 갑작스런 잭의 죽음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우연한 사고로 잭은 허무한 죽음을 맞고, 잭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 본 한 동성애자의 처참한 모습과 교차하면서 에니스는 절망합니다.

잭의 아내 로린을 찾아간 에니스, 잭이 죽은 후 브로크백 마운틴에 묻히길 원했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는 그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잭의 고향집에 찾아갑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잭이 평생을 간직해온 두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발견하게 되지요.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방언으로 '두 이성애자 남성이 함께 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형용사를 뜻한다고 합니다. 퓰리처 수상자 애니 프루의 동명 소설 제목이기도 하지요. ‘와호장룡의 이안 감독은 이 소설을 4년 전에 읽고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꼭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과 하나가 된 에니스와 잭 두사람을 의미하는 절묘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금지된 사랑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이 1년에 한번 14시간을 달려가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번 없이 서로를 뜨겁게 부둥켜 안을 수 있는 이상향이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이지요. 사회적인 제약에 열정을 선택할 수 없는 좌절하고 상처 입은 인간들, 그래서 둘의 사랑은 더 강렬하고 애틋한지도 모릅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동성애 영화로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본질을 정직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나서 사랑하고 갈등하고 그리워하는 에니스와 잭의 모습에, 동성애의 당혹스러움을 떨쳐 버리고 20년간 이어지는 그들의 러브 스토리에 곧 젖어 들게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극중 잭을 여자로 대체해 놓고 생각해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분명해 지지요. 이성애와 동성애의 구분은 의미 없는 것이 돼버리고, 역설적이게도 <브로크백 마운틴>은 구호를 버림으로써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묵직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카우보이란 지극히 미국적인 소재에 이안 감독의 동양적 감수성이 더해져 <브로크백 마운틴>은 더욱 특별한 러브스토리가 되었습니다.

 

잭의 고향집을 둘러보다 잭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두 사람만의 추억의 물건을 발견하게 된 에니스는 회한과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애써 눈물을 참습니다. 연인을 잃은 늙은 사내의 말없는 통곡이 가슴을 치는 순간이지요. 에니스 역을 맡은 헐리우드의 젊은 배우 히스 레저의 연기를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덧붙임 : 영화가 끝난 뒤 자막이 오를 때 흐르는 음악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무심코 화면을 바라보며 앉은 당신에게 가족도 연인도 잃고 홀로 남은 에니스의 절절한 회한이 가슴을 두드릴 테니까요.





 

Rufus Wainwright : The Maker Makes / Brokeback Mountain O.S.T (2006)
 
─────────────────────────────
 
One more chain I break To get me closer to you
나는 사슬을 하나 더 끊어. 너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One more chain does the maker make To keep me from bustin' through

신은 사슬을 하나 더 엮지. 내가 부숴버리지 못하게 

One more notch I scratch To keep me thinkin' of you
나는 한번 더 상처를 할퀴지. 너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One more notch does the maker make Upon my face so blue

신은 하나 더 상처를 만들어. 내 얼굴에 그늘이 지도록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살아가자. 보잘 것 없는 사람들아. 살아가자.. 

One more smile I fake And try my best to be glad
나는 한번 더 미소를 가장해. 그리고 기뻐하려 애쓰지

One more smile does the maker make Because he knows I'm sad
신은 한번 더 나를 미소짓게 해. 실은 내가 슬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Oh Lord, how I know

신이여. 제가 어떻게 아나요
Oh Lord, how I see That only can the maker make A happy man of me

신이여, 저는 몰랐습니다. 오직 당신이 제 행복을 쥐고 있다는 것을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살아가자. 보잘 것 없는 사람들아. 살아가자.. 

 

  ───────────────────────────
"..그들이 세상의 주인이었고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던 산 위에서의 시간.."
  ───────────────────────────
 

Lylics by http://blog.naver.com/quinlanvos/12002182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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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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