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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빅밴드 <스윙 걸즈> 스윙걸즈
rock4725 2006-03-17 오후 1:08:24 918   [7]

 

 

대중음악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장르로 단연 재즈(Jazz)를 꼽을 수 있다. 재즈는 오래된 역사와 사연 덕분에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데 그 중 가장 흥겹고 즐거운 재즈를 고르라면 단연 스윙(Swing)이 아닐까.
요즘처럼 앰프와 스피커가 발달하지 못했던 1930년대에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클럽은 존재했고 사람들의 춤에 리듬을 실어줄 댄스뮤직의 필요성에 따라 연주되었던 스윙은 이렇다 할 음악의 증폭장치가 없던 까닭에 많은 수의 멤버로 이루어진 밴드에 의해 연주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시절 루이 암스트롱이나 배니 굿맨 같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가들이 멋쟁이 밴드들과 함께 각종 나팔과 피아노로 온 밤을 흥겹게 달궜던 클럽의 재즈 팀들을 빅밴드(Big Band)라고 부르게 된다.


 

‘어떤 영화 좋아해?’
‘응, 재밌는 영화’
참으로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에 한참 동안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친구녀석이 결국 자기 방식으로 해석한다.
‘응, 하긴 성룡 나오면 다 재밌지. 너 주윤발 나와서 총질하는 영화는 절대 안 보는거다…’

대부분 상영관에 걸린 영화들은 장르, 국적, 주연배우, 감독 같은 다중 필터에 의해 만든 사람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걸러진다. 액션을 좋아하고 쿵푸를 좋아하고 성룡을 죽도록 좋아하던 친구는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시대를 풍미한 느와르 영화들을 끝내 외면하더니 훗날 <트윈 이펙트> 같은, 무늬만 성룡을 입혀 놓은 영화를 보고는 20년 넘도록 섬긴 우상을 버리게 된다. 물론 극단적이고 주관적인 증거로 예시되어 유감이겠지만 죽도록 성룡이 좋고 미치도록 주윤발이 밉더라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주윤발이 나오는 영화가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액션영화보다 더 짜릿한 쾌감을 주는 드라마, 드라마보다 더 진지한 코미디, 코미디보다 더 웃긴 멜로, 그리고 슬픈 멜로보다 더 슬프디 슬픈 액션.
다각형의 큐브가 돌아가듯 수 많은 제작자들과 감독들, 배우들과 각 분야의 스텝들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이합집산을 통해 만들어지는 한 편의 영화. 단지 장르거나 배우거나 국적이거나 감독 같은 구성요인 중 하나를 찍어 불편해하고 낯을 가리게 되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들을 놓치게 되는 슬픈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더욱 안된 일은 매번 같은 패턴으로 고른 영화들이 볼수록 지루해져서 결국 영화 보는 일 자체의 흥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소수에 국한된 비유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주변을 보면 이런 식으로 영화를 가리는 사람이 꽤 많음을 너무나 잘 아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도 같은 범주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슬프게도.

 



<스윙 걸즈(Swing Girls)>.
위에 말한 다중 필터를 들이대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영화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흥행 안 되는 일본국적에 장르도 약한데다가 알려진 배우는 하나도 없다. 한국의 이문식 같은 존재인 다케나카 나오토 정도나 알아볼까. 그나마 전작 ‘워터 보이즈’를 재밌게 본 사람들은 반겨줄지도 모르지만 야구치 시노부란 감독의 이름 역시 이와이 슈운지나 기타노 다케시란 이름과는 지명도 면에서 전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필터들을 치우고 나면 이 영화는 너무나 즐겁고 흥겨운 한 곡의 스윙처럼 다가온다.  100분을 넘기는 러닝타임 동안 요즘 영화들의 기본 트랜드가 되 버린 그 흔한 반전과 복잡다반사한 복선, 갈등과 애정 구조의 장치 하나 없건만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오로지 재즈와 통통 튀는 젊음만 가지고도 넘치도록 재밌고 유쾌하게 이끌어 훌륭한 마침표를 찍는다. 귀에 익숙하게 흐르는 재즈 명곡들의 덕도 분명히 보고는 있지만, 흥겨운 연주에 빠져 다른 것은 보여줄 겨를조차 없는 그녀들의 캐릭터는 근래 보기 드문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모든 것, 단지 멋진 연주를 하고 싶었던 찬란한 젊음 속의 그녀들의 모습.

 



철저하게 연주 오디션을 보고 배우를 뽑았으며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오로지 연주를 위한 하드 트레이닝을 거쳐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연주씬을 직접 라이브로 진행했다는 제작 후문을 듣고 가뜩이나 반한 스윙 걸즈들의 색다른 프로정신에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
성형과 몸만들기 등 보여지는 근사한 하드 웨어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오직 ‘뜨는’ 일에만 몰두하는 우리 나라의 젊은 배우들의 행태와 이런 재미있는 영화가 수입되어도 각종 필터에 걸려 제대로 걸리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숙연한 기분은 금새 울적해졌지만, 이런 우울함은 스윙 걸즈의 연주를 청해 들으면서 유쾌한 기분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았기에 행복하다. 꽤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우울함을 바꿔주는 유쾌한 청량제. 이런 청량제가 되 주어서, 그리고 다시 작은 필터 하나를 걷어낼 수 있게 해준 그녀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보낸다.

‘고마워, 스윙 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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