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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걸즈 - 문화의 본질 스윙걸즈
smire0701 2006-03-21 오전 2:09:36 778   [10]
2006.03.08 서울극장 시사회

 

<주>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문화>의 시작이 무었일까?

필자는 그것이 '즐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문화라는 것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삶을 더 즐겁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음악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일하면서 혹은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약속장소를 향해 걸어가면서, 음악이 있다면 그 시간이 더욱 즐거워진다.  어찌보면 삶에 있어 양념과 같은 존재이지만, 이 양념은 꽤나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나 다만 듣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연주를 하거나 창작을 하는 것에 매료되면 그 즐거움이란 요즘말로 '지대'이다.

 

영화는 손에 땀을 쥐는 사건의 해결이나, 경쟁같은 것이 없다.

흔히 이런 류의 영화라면, 대회에서 우승해서 학교를 구해야 한다거나, 밴드가 없어지지 않기위해 1등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뭔가 갈등의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목표의식은 어디를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들이 연주를 하는 것은 그저 즐겁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매료되어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우연치 않게 접한 것들인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한번 만들었던 요리에 재미가 들어 요리에 미치는 경우도 있고, 학예회때문에 한번 서봤던 무대를 잊지못해 연극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인터넷 게임들은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무료로 시험 서비스 기간을 거친다. 일단 한번 생각없이 시작했던 사람들이 마니아가 되기도 하고, 경품 때문에 한번 참석했다가 매료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들은 여럿이 함께 만들어내는 밴드를 경험했다. 무엇인가를 함께 이루어 낸다는 것은 경이적인 경험이다. 관객들이 듣기엔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들이 이런저런 연습을 거쳐 최초로 연주한 합주는 짜릿한 성취감을 주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마다 했던 매스게임을 기억하는가. 한두달동안 뙤약볕 아래서 지루한 연습을 반복하지만, 막상 운동회날 멋지게 착착 펼쳐지는 공연에서는 뿌듯한 감정을 느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도 밴드부가 돌아온 뒤, 정작 자신들만의 밴드를 꾸리고 연주를 계속한것은 일부 몇몇이었다.)

 

이 영화의 기발한 상상력과 깜찍한 화면들에 대한 칭찬은 접어두겠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유쾌함에 대해 한마디씩은 할터이니 굳이 필자가 한마디 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작 필자를 사로잡은 것은 그들이 재즈를 연주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재즈란 꽤나 고상한 이미지이다. 와인바에서 시가를 피우며 듣는 음악, 혹은 나이든 중년이 홀로 집에서 레코드판을 걸고 브랜디를 홀짝이며 듣는 음악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사실 재즈란 뒷골목의 흑인들이 담배연기 자욱한 바에서 몸을 흔들며 즐기던 음악이 아닌가. 막상 재즈의 이미지를 지금처럼 만든 것은 색다른 음악에 목말랐던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즐기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것은 요즈음의 힙합음악을 연상시킨다. 말 그래도 할렘가 뒷골목 흑인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을 표현하던 음악이, 이제는 값비싼 힙합의류와 스포츠카를 모는 뮤지션들을 떠올리는 음악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기묘한 과정을 거치면서, 막상 재즈를 즐기는 것 보다는 그 계보를 알고 뮤지션들의 역사를 읊어대는 것이 재즈를 사랑하는 것인양 변질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떠한 장르에 심취하고 빠져들다 보면, 뛰어난 뮤지션이나 음악들을 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버린 상황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재즈를 좋아하는가 아닌가가 갈려버리는 경우이다. 이것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며 대중과의 거리감을 만들어버렸다.

 

영화는 이러한 문화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영화속의 아이들은 누구하나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유명한 뮤지션의 이름 하나, 유명한 밴드하나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그저 음악을 즐긴다. 그들이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항상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 영화의 결말이 조금 황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만 그 과정 자체를 즐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녀들의 좌충우돌과 마지막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이 핑 도는 성취감을 회상하게 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찌보면 길고 길기만 했던 시간을 어찌할바 몰랐던 시절이 학창시절이다. 그 시절, 어느 사소한 것 하나에 빠져들어 재미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로 추억과 함께 그 즐거움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문화란 것이, 이렇게 뭔가를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었던가. 누가 더 대단하고, 누가 더 잘하고를 떠나서, 그냥 그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워서, 어울리며 즐기는 것 말이다.

문화에 레벨과 퀄리티를 만들고, 즐기는 것 조차 등급을 매겨버리는 지금의 우리에게 오랫만에 기분좋은 환기를 하게 하는 영화이다.

 

 

written by suyeun
www.cyworld.com/nightflight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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