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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과 신, 어느쪽을 증명하는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smire0701 2006-03-31 오후 11:42:01 1312   [4]

2006.03.29 서울극장 시사회

 

<주>이 글은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orcism [ksszm, -s-]

n. 귀신 쫓아내기, 푸닥거리, 액막이; 구마 주문(呪文)[의식]cist

n.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 무당

 

'엑소시즘'이라는 단어를 유명하게 만든 영화는 단연 <엑소시스트>(The Exorcist  윌리엄 프레드킨:1973)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극장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관객들도 있었다는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손꼽히는 고전이다. '린다 블레어'(Linda Blair)의 악령들린 모습은 아직까지도 충격적이다. 이후로 수많은 영화들이 엑소시즘을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엑소시스트>를 넘어서는 영화는 찾기 힘들다.

 

어찌보면 그저그런 <엑소시스트>의 아류적인 영화에 지나지 않을 소재에 흥미를 더해주는 것은 이 영화가 법정 스릴러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엑소시즘을 행하는 광경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과연 엑소시즘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의문으로 남기며 막바지까지 그 광경을 공개하는 것을 아껴둔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들이 악령의 등장을 남발하며 관객을 겁주는 것에 비해, 영화는 슬쩍슬쩍 힌트만을 흘려준다.

'에밀리 로즈'(제니퍼 카펜터)를 죽게 방치한 것으로 재판을 받는 '무어 신부'(톰 윌킨슨)를 변호하는 유능한 여변호사 '에린'(로라 리니)는 재판을 위해 정보를 수집해나간다. 그녀의 행적과 재판의 증언을 통해 관객은 배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그 증언들의 재연과 '에린'(로라 리니)이 증거 추적중에 겪는 이상한 현상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면서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에 동화되어서 공포를 느끼는 영화와는 다른것이, 제 3자의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관객은 '에밀리 로즈'(제니퍼 카펜터)의 사건의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관객의 느낌을 갖는다. 그녀가 정신병임을 주장하는 검사측의 주장과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악령이 들렸음을 주장하는 변호사의 주장 또한 듣는다. 물론, 공포영화로써 어쩔수 없이 악령의 존재에 관한 재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재연이 없다면 공포가 아닌 전형적인 법정 스릴러가 됐을 것이다.


연속적이지 않으면서 드문드문 보여지는 재연속에서 공포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은 '에밀리 로즈'엑의 제니퍼 카펜터'이다. 과도하게 오버해서 깜짝 놀래키는 것 보다는, 공포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굳어지는 숨막힘을 느끼게 만든다. 언론에서 특수효과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한 그녀의 연기는 과연이다. 실제로 별반 특수효과가 쓰여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속되었던 궁금증의 대상, 엑소시즘의 과정이 공개되고 난 뒤는 조금 김이 빠진다. 갑작스런 종교적인 분위기는 이 영화가 기독교 영화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에린'(로라 리니)는 "악령을 믿지 않아도 좋다. 신부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다만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한다. 과연 그 호소는 설득력있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사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관객의 입장으로써는 영 찝찝하다.

'빛이 존재하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 빛으로 생긴 그림자를 통해 빛을 증명한다.'의 방식으로 '악령으로 신을 증명하는' 영화의 결론은 관객을 하나의 결론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믿을 것인가, 아닌가 선택의 여지를 주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에밀리 로즈'가 정신병적 간질을 앓은, 악령과 관계없는 환자였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공포가 아닌 퍼포먼스다.

'에밀리 로즈'가 정말 악령이 들렸다고 생각한다면, 그녀가 본 종교적인 환영 또한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악령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신에 관한 영화이다. 
 

계속해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 "누가 에밀리 로즈를 죽였는가?"를 접하고 문득 떠오른 것이 "누가 로라 팔머를 죽였는가?"의 <트윈픽스> 시리즈(Twin Peaks 데이빗 린치/듀웨인 던햄/티나 래스본/팀 헌터: 1990 미국-ABC TV)였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었던 이 영화는 '로라 팔머'라는 소녀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그 살인범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악'에 관한 독특하고 기괴한 고찰을 보여준다.

 

<트윈 픽스>시리즈(동명의 영화도 있음)가 '악'의 본질로 파고드는 공포를 보여주었다면,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악'의 존재를 통해 '신'이 존재함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영화가 제공했던 공포심은 공포영화로써 제공하는 스릴이 아니다. 이 공포 속에서 인간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신이라는 메시지이다. (당장 교회로 뛰어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준다. 불교신자나 힌두교 신자, 혹은 무신론자는 어쩌란 말인가.)

 

이러한 혼란스러운 결말은 비교적 짜릿한 공포를 제공했던 영화에 조금 아쉬운 감정을 남긴다. 공포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비틀어, 법정 스릴러의 흥미를 첨가한 것은 신선했으나, 공포 영화의 본질까지 비틀어버린 것은 김빠지는 설정이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닌 '종교 영화'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nd so on.

 

호러 영화 매니아로써 악령의 공포판타지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필자, 갑자기 성녀가 되버린 주인공에 당황하다.

악령의 재림으로 난리가 나는 꼴을 보고 싶던 필자, "나는 사탄인거야? 나는 악당인거야?"라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다.

호러 매니아를 면박주는 공포영화라니... 이보다 공포스러울 수 없다!!!

 

 

written by suyeun

www.cyworld.com/nightflight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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