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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선택에 전적으로 유감이다. 크래쉬
buba77 2006-04-11 오전 1:31:08 1344   [3]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때 잭 니콜슨의 입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닌

"크래쉬"란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마치 월드시리즈 9회말 2아웃에서 역전만루홈런을 맞은 듯한 엄청난 반전이었다.


2005년 작품상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작가 폴 해기스의 데뷔작.

산드라 블록,맷 딜런, 탠디 뉴튼, 라이언 필립, 돈 치들등. 화려한 캐스팅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편집상 수상작 “Crash"

무엇보다도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번 아카데미의 대세였던 브로크백 마운틴을 누르고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쥐었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개봉하자마자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LA교외의 한 도로에서 흑인청년의 시체 한구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영화 초반에 나온 흑인형사 그레이엄(돈 치들)은 바로 죽은 흑인 청년(피터)의 형이었다.

그리고 죽은 청년 피터의 어머니는 형사인 아들(돈 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생은 니가 죽였다”라고...

어머니가 슬픔이 너무 커서 큰아들에게 원망하듯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사건을 거꾸로 자세히 거슬러 보면, 정말 동생 피터를 죽인 사람은 형인 그레이엄 형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흑인경찰 살해 사건을 맡았던 그레이엄은 그 사건에 모종의 비리가 결탁되어 있음을 알지만 자신의 사고뭉치 동생 피터의 구속을 미끼로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외압에 결국 이 경찰살인사건을 평범한 사건으로 처리해 버린다. 만약 그레이엄 형사가 조건에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수사에 임했다면 동생 피터는 유치장 신세는 질지언정 그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일련의 사건의 충돌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것.


이렇게 크래쉬에 나오는 8쌍의 커플들은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물들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한 불만이 발생한다.

영화의 중반, 나는 이 영화가 대런 아르놉스키 감독의 영화“레퀴엠”처럼 끝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 크래쉬는 그저 지금 이 순간에도 충돌은 계속된다는 식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레이엄의 동생 피터는 경찰에게 살해당하고,

또 다른 흑인청년 앤소니는 아시아 불법 이민자들을 풀어주고,

흑인부부 탠디 뉴튼과 테렌스 하워드는 화해했다고 치자.

그럼 백인부부 릭과 진(산드라 블록과 브렌든 프레이저)는 어떻게 됐는가? 선거에는 승리했는지...

아버지의 보험혜택을 못받아 전전긍긍하던 경찰 라이언(맷 딜런)은 어떻게 됐는가? 아버지는 결국 어떻게 되셨는지...

형사 그레이엄의 히스패닉 파트너 리아는? 별 비중이 없던데...

하다 못해 다니얼 대 김은 왜 나온건지... 한컷 잠깐 나오던데 다른 부분은 편집된건지...


모두가 화해하고 그들에게 구원의 기적이 일어났다지만 제대로 연결되고 마무리 지어진 인물은 몇 않된다.

마치 모든 단어가 이어져 있지 않고 따로 막혀있는 십자퍼즐 문제를 푼 것 같은 찝찝함.

심지어 극중 한국인 조진구씨부부는 화해와 구원은커녕

“빨리 은행가서 캐쉬해와!” 이 한국어 대사 한마디로 인해 돈만 아는 아주 치졸한 인종으로 각인되었다.


LA타임즈가 크래쉬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아카데미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세계적인 영화 사이트 "Aint-it-cool-news"의 운영자 해리 놀즈는 ‘크래쉬’의 수상에 대해,

“반년만 지나도 사람들이 수상 여부를 기억도 못할 수상작”이라 촌평했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나서는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지만

크래쉬를 보고 나서는 “이거 끝난거야”하는 웬지 모를 허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의 정식명칭은 “영화예술 과학아카데미상”이다.

이러한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카데미상는 영화예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상이다. 크래쉬가 아카데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영화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타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다른 유수의 시상식은 모두 휩쓸었음에도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는 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브로크백은 영화의 예술성 점수가 높은 영화였다면,

크래쉬는 영화의 기술성 점수가 높은 영화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로크백의 원작자 애니 푸르도 “시상식 전에 아카데미 전 회원들에게 Trash,아니 Crash DVD가 배포되었다”며 크래쉬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크래쉬가 말하고자 했던 인종(대만인 감독 이안)과 편견(동성애)의 충돌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어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 없다.

개인적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번 아카데미의 선택에 전적으로 유감이다.   







(총 1명 참여)
buba77
5월17일 씨네큐브에서 3개월여 동안 상영되었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상영회가 열립니다.

크래쉬는 개봉 한달도 안되서 극장에서 내렸구요...
정말 사람들이 기억도 못하는 수상작이 되었네요...   
2006-05-16 02:49
ryandusick
나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2006-04-14 23:19
karamajov
당신의 독단과 아집에 전적으로 유감이다   
2006-04-11 04: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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