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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법의 호소 [※ 스포일러 有] 천국을 향하여
aho211 2006-04-11 오전 2:07:01 908   [6]

* 결말 부분까지 언급되어있는 리뷰입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절대 읽지 말아주세요.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긴 싸움, 그 싸움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쉽게 등장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을 가진 영화가 나왔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소재일 수도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그 분쟁에 대해서 '팔레스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가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던 뉴스 중, 하나가 바로
'팔레스타인의 무장 세력의 자살 폭탄 테러로 인한 수 많은 사람들의 사망 소식'일 것이다.

그 뉴스를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어떠했을까?
개중엔 대체 무엇이 그렇게 절박하길래 자신의 소중한 목숨까지 버려가는 것인지,
왜 굳이 최후의 방법인 '자살'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해치는 테러범일뿐이라며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거친 욕을 뱉어대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고 단정짓기 전에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해야했나, 한 번 쯤 깊게 사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그 분쟁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하자면 페이지수가 무려 500쪽에 달하는 책,
수십권을 빌려 빈 칸없이 빼곡하게 채워도 모자랄 정도로, 두 나라의 골은 상당히 깊다.
정치,종교,역사 등, 수많은 부분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꼬였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두 나라의 종교 (유대교 및 이슬람교) 대립과
관련하여 서술하는 분량만 족히 여러권이 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 부분과 관련하여 세밀한 부분까지 알기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일단 '그들은 자살 테러를 했고 그로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라는 점을 알면 된다.


그러나 TV에서의 말처럼 "끔찍한 자살 테러 ,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악랄한 범죄자들"
이라는 식으로 그들을 비난하고 펌하하고, 무정한 살인자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자살 테러를 감행했던 자들이 무정하고 악독한 자들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그들도 엄연한 사람이고 이성에 대해서 사랑을 느끼고 삶에 대한 집착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삶을 포기할 만큼의 절박한 상황이 그들을 그런 길로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
" 이유없는 죽음은 없다 " 라는 말이 있다. 그들의 죽음엔 명백한 사연이 있었고 이유가 있었다.

굳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의 핵심적인 부분을 고르자면 아무래도 '영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오랜 세월동안 여러 대를 걸쳐서 살아왔던 곳을, 소중했던 삶의 터전을
단지 옛 선조가 살아왔던 땅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의해서 강탈당했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 존재)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오랜 세월동안 멀쩡히 살아오던 집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잠시 살았다고 해서 순순히 내주겠는가?

허나, 팔레스타인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자신들의 집과 밭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자살밖에 없던 것일까?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지 않고도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 극 중 자이드에게 사랑이라는 큰 의미로 부각되는 '수하'는 자이드에게 이 질문을 계속 던진다.
자이드의 자살을 필사적으로 만류하는 수하, 그런 그녀는 상처를 입지 않았단 말일까?
아니다. 그녀 또한 두 나라의 오랜 분쟁으로 인해서 뼈저린 아픔을 겪은 캐릭터이다.
나라를 위해 자살 테러를 한 영웅, 아잠의 딸, 그녀는 자이드에게 말한다.

" 영웅보단 살아있는 아빠를 원해요 "

결국 그녀도 끝 없는 전쟁으로 인한 한 명의 피해자에 불과한 셈이다.

허나, 그런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이드는 끝내 비극적인 자살 테러를 선택한다.
나라를, 그리고 그 이념을 위해 목숨을 버려 영웅으로 추대받는 아짐의 딸, 수하의 경우와는 달리
자이드의 아버지는 매국노였고 그로 인해 받았던 많은 상처들이 자이드의 일평생의 한이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념으로 인한 상처를 가진, 서로 반대되는 환경을 가진 자이드와 수하,
두 캐릭터의 대조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극이라는 같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나름대로 와닿았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자살밖에 없던 것일까?
이 부분과 관련해서 누구라도 쉽게 대답을 내리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현실에서의 상황에서 개인적인 생각에 의하면 " 그렇다 " 일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아랍 국가들은 이미 여러차례 국제 사회 기구에 삶의 터전을 강탈당한
비통한 상황에 쳐해진 팔레스타인(자신들)과 관련하여 피 맺힌 호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 그 가운데서도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유태인에 의해 좌절해야만 했다.

결국 그들은 총을 들고, 폭탄을 들고, 지금의 극단적인 방법을 쓰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은 비극적인 방법으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허나 " 폭력은 최후의 방법이다 " 라는 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최후의 상황에 쳐해져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서 살펴보자면,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은 분명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영화의 전개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약간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특히 조국을 위한 희생의 결의가 투철했던 할레드의 변심, 이해하지 못했다.. 설명이 부족했다는 느낌? )

허나 이 영화가 의미있는 이유는 인생은 아름다워,피아니스트,쉰들러 리스트 등
대다수의 헐리웃 대작 영화들이 유태인들의 (독일 나치로인한) 희생만을 강조했던 상황에서
유태인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감독이 직접 제작하여
비열하고 냉정한 테러리스트로 묘사되었을 뿐인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
보다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자이드의 불타오르는 눈을 보면서 과연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했는가?
숨 죽일 수 밖에 없는 긴장 속에서, 난 그가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 나의 죽음을 꼭 기억해, 그리고 부디 이 죽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해 줘! "

감독은 이제서야 비극적인 자살 테러가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본다.
이 영화야말로 수하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지 않고도 자신들의 주장을 호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임에 틀림없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비극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이스라엘 강압적인 제재에 의해 고립된 채로,
극 중 할레드의 말처럼 지옥같은 현실보다 상상속의 천국을 향하여 다시금 돌진할 지도 모른다.

 

마치 사진속의 팔레스타인 소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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