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순정
조강
꼬리가 못에 박힌 도마뱀이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먹이를 물어다 준 다른 도마뱀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긴 시간, 순정어린 사랑으로 서로를 간직한 아리와 조강을 담은 영화 '도마뱀'이 있습니다. 그들은 20년이란 긴 시간속에서 세번의 만남과 세번의 이별을 합니다. 아리는 마치 숨바꼭질처럼 불현듯 나타났다가도 다시 찾을 수없는 곳으로 숨어버립니다. 조강은 이런 아리를 기다리고 또 찾아 헤매입니다. 일화에서처럼,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매일 먹이를 물어다 준 도마뱀의 정성과 아리를 향한 조강의 정성어린 마음과 끝없는 기다림은 사랑이란 대지에 뿌리를 내린 희생입니다.
아리
맑은 날씨에 노란 우비를 입고 모두가 꺼려하는 도마뱀을 지니고 다니는 아리. 사람을 가까이에 두지않고 사랑하는 조강에게까지 선을 긋는 아리. 일화에서의 못박힌 도마뱀의 마음을 아리는 잘 알고있습니다. 10년이란 긴시간 동안 먹이를 받아먹고 살아야 했던 못박힌 도마뱀은 자신의 처지와 상대의 희생을 보면서 늘 행복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옴짝달싹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싫고 매일 같이 먹이를 물어다주는 다른 도마뱀의 희생에 괴로웠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은 누구에게나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사람을 위해 한발짝 물러서는 것. 그것이 그를 지키는 거라 생각하는 아리의 사랑을 대변하는 희생입니다.
초록도마뱀
영화 도마뱀의 색채는 선명하고 깨끗합니다. 햇빛 쨍쨍한 날씨에 노란 우비를 입은 아리는 마치 노란 병아리처럼 배경에 어울립니다. 계절에 따른 자연의 경치와 내뿜는 색채, 공간과 배경을 세세한 부분까지 살려주는 장면들은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마치 한폭의 그림이나 한장의 사진 처럼.
영화 도마뱀
시사회에서 만난 도마뱀은 순정어린 두 연인의 사랑스럽고 애달픈 러브스토리 였습니다. 조금의 아쉬움을 간직하고 영화관을 나왔던 '도마뱀'은 이상하게도 줄곧 머리속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나름대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판타지가 아닌 두사람만의 공간이고 약속이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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