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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공조의 부작용 도마뱀
kharismania 2006-04-27 오후 4:56:12 1090   [3]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묻힌 첫사랑의 과거를 들먹이며 진리인양 행세하는 이 문장은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며 수긍하는 비논리적인 정의에 가깝다. 첫사랑. 사실 처음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일이 아니니까.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지극히 이성적인 우리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을때 낭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유한성을 지닌다.

 

 강혜정과 조승우라는 두 배우가 연인관계로 출연한다는 것은 그들의 연기력이외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실제 연인의 연인연기는 실제와 다를바없는 허구일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이 영화는 그래서 주목받았고 지금도 주목받는다면 그런 이유에서 기인할 수 있다.

 

 사실 멜로영화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닳고 닳은 소재로부터 관객의 심금을 울려야 한다는 것. 그자체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될수가 있다. 사랑이라는 소재만큼이나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소재가 없다. 노래를 들어도 사랑이 있고 TV를 켜도 사랑이 있다. 사랑이라는 소재는 지극히 진부하지만 그 자체는 진부해질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금광과 같다. 하지만 그 금광속에 있는 금을 캐낼 수 있는가는 방식의 문제다.

 

 사실 시작부터 중후반부까지 영화에서 눈물은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관객에게 최루성 눈물을 짜내려하는 신파성 멜로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부는 적당히 신선하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마저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신선하던 설정은 힘을 잃고 마치 한여름 열기와 같은 고리타분한 신파적 멜로에 흐물흐물 녹아내리듯 식상해진다. 물론 이 영화의 후반부가 어느 다른 멜로영화와 다른 발상적 접근을 시도했음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지나친 신비주의적 태도로 사랑을 미화하고 결부시키려했음은 관객에게 부담스러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이 영화의 사랑은 현실안에서 취할 수 있는 사랑론이 아니다. 지고지순한, 즉 말 그대로 사랑 그자체의 감정에 충실한 순박한 사랑론이 스크린 안에서 흐른다. 그것은 영화를 아름답게 수놓는 소박한 미가 될 법도 하고 영화를 단순하게 도태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될 법도 하다. 물론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던져놓고 그 소재가 끌어낼 수있는 공감대가 엇갈린다는 것은 소재를 적절하게 살리지 못한 연출력의 미약함과 감정의 설득력이 몰락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의 근원이다. 이런 사랑안에서 만족하고 눈물지을 수 있는 이들에게 어쩌면 이 영화는 따뜻한 감성을 선물해줄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의 순수함에 이 영화는 매달리고 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설정 자체의 독특함은 나름대로 주목할만하다. 이 영화는 일본멜로의 기발함이 차용된 것만 같다. '환생'이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비현실적인, SF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법한 소재를 사랑이라는 판타지와 결부시켜 현실적인 소박한 감동을 끌어내는 일본멜로의 뉘앙스와 비슷한 추임새를 보인다. 그러나 감정의 과잉으로 감정적 동조의 모양새는 한 수 아래라고 여겨짐은 아쉽다. 어쨌든 이 영화가 중반부까지 끌어오던 신선함은 나름대로 유익했다.

 

 사랑 그 자체의 순수함. 그리고 그 떨리던 순수함을 지속시키는 남녀의 애틋함.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흐믓한 감동은 살며시 느껴진다. 하지만 감정의 조절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면 관객의 눈물샘을 더욱 진하게 자극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신비주의의 결합은 영롱한 빛이 날 법도 했지만 빛의 강약이 지나쳐서 관객의 눈을 부담스럽게 만든 것만 같다. 공조는 적절했지만 의욕은 과잉적이라 부작용을 생산했다. 이것은 이 영화가 수확할 눈물을 가뭄들게 하는 재앙과도 같다.

 

 한가지 더 눈여겨 볼만한 것은 '미스테리 써클'이라는 소재인데 이 영화에서는 낭만적인 신비로움을 보여주지만 이 '미스테리 써클'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것으로 과학적으로도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불모의 미스테리다. 물론 극중 조강(조승우 역)이 했던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차이는 자연스러움의 차이를 보인다. 인위적으로 갈대가 부러지지만 자연스러운 '미스테리 써틀'주변의 갈대는 부러지지 않고 누워있다고 한다. 혹시나 이 영화의 '미스테리 써클'제작을 보고 모든 '미스테리 써클'에 대한 오해를 지닐지도 모르는 관객을 위해 부연설명을 붙인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polybolden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만 마지막에 와서 조금 김 새네요... -_- 그걸 정말 믿으신단 말씀?   
2006-07-14 22:2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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