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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살아보자고 절규하던 사람들의 비극적 인생 이야기 사생결단
alcantara 2006-04-29 오전 11:23:51 817   [4]

사생결단

 

이 영화를 보면서 왜 저렇게 처절할까? 하는 조금 고뇌어린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비슷한 소재의 외국 영화들을 봤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냥 시원시원, 화끈하게 보이기만 했는데
1990년 중반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마치 시사 다큐를 보듯이 맴이 아파왔다.
아마,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거라서 외국 영화처럼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즐기긴 어려웠던가 보다.
헐리웃 갱영화를 풍경화에 비유한다면 사생결단은 정물화 같았다.
조금 멀찌기서 즐길 만한 액션만 전체적으로 보여주면 재밌을 텐데, 그 인간군상에 어굴을 바짝 들이대니 말이다.

사생결단은 액션과 사건의 리얼리티가 아주 높다.
그리고 범죄자와 형사를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 두 번째 영화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두 배우의 의미있는 만남이었던 것 같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쌩양아치 같던 류승범과 시골 촌놈 같던 황정민, 이 두 사람은 모두 낯설었지만 연기는 잘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주목받는 배우로 뜰 재목이었는지는 분간할 수 없었다. 양아치스러움과 촌스러움 속에 그 진가가 파묻혀 보였다고나 할까? 그 이후 두 배우는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황정민의 야비하고 추잡한, 뒤틀리고 비비꼬인 형사 도경장의 연기는 새로운 모습이었고 성공적인 변신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류승범의 이상도 역은 마약중간판매상으로 이제껏 보여줬던 양아치 계열의 모습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어보였다.

마약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이상도는 결국 자신도 마약중간판매상의 인생을 살게 된다.
자기 집안을 망친 마약쟁이 삼촌(김희라)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뿌리 깊지만
마약을 팔면서도 절대 자신은 마약을 하지 않는 철저한 장사꾼으로서 그는 마약판매계에서 성공하려는 야심찬 청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약이 인생을 완전히 망치는 무서운 것이지만 이상도에게는 장래가 유망한 벤처산업일 뿐이다.
양심이 마비된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생존의 본능이다. "내도 좀 벌어먹고 삽시다!" "내도 좀 먹고 살게 해주소!!" 

                                                           

 

슬럼프에 빠져버린 형사 도경장은 삶의 목표를 상실한 사람이다.

 

젊은시절 마약사범 검거 중 동료 선배를 눈 앞에서 잃고 그 범인을 놓친 사건이 그의 일생을 가로막고 그를 무기력과 목표상실에 빠지게 했을 지도 모른다.
그는 가로막힌 인생을 돌파하지 못한다. 외양간 소의 한쪽 궁뎅이에 지가 싼 똥 위에 주저앉아서 생긴 흔적이 있듯이 도경장은 그렇게 주저앉아서 뭉개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나갈 길은 역시 마약범과의 쫓고 쫓기는 수사의 현장 뿐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비유처럼 도경장은 마약중간상 이상도의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마약조직의 윗선을 검거하려는 작전을 짠다.

 

쫓고 쫓기는 형사들과 범죄자들의 사이에 모순되게도 공존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의 사생결단인가?
인생을 뭉개던 도경장은 자기 인생을 망친 마약범 장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오로지 장철 검거만이 도경장의 인생유일의 목표가 된다.
장철만 잡아 넣으면 도경장의 인생이 활짝 필 것이다. 행복한 나날의 시작이다. 도경장은 장철 검거에 올인한다!


장철 검거에 협조하고 마약판매에 대한 이권을 보장받기로 약속받은 이상도도 이 게임에 말려든다.
하지만 양심조차 마비된 줄 알았던 이상도가 자꾸 흔들린다.
과거의 사건과 과거 속 인물과의 예기치 못한 만남, 철저하게 부정했지만 유일한 혈육인 삼촌에 대한 혈육의 정 등이 앞만 보고 달려가려던 이상도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 영화는 타인에 의해 자기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혹은 타인을 이유로 스스로 자기 인생을 제대로 개척해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사실적이면서도 참 씁슬하다.
때론 참 할 말을 잃을 만큼 처절한 현실을 보게 하고, 때론 황정민-류승범의 환상적인 콤비로 웃음을 짓게 하지만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영화는 마약범, 형사가 나오는 비슷한 소재의 헐리웃 영화처럼 좀 편하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남지 않는다. 거참 고집스럽다...
                                                                    

 

영화 콘스탄틴이 결국 금연홍보 영화가 되어버린 것처럼, 사생결단도 '마약! 당신의 인생이 파멸하기 전까지 헤어날 수 없습니다!!' 같은 느낌에 다다르게 했다.
그리하여 결국 너도 나도 지대 꼬인 인생, 충격적인 일탈로 마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일까?
영화는 그렇게 충격적 일탈로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건지, 아님 인생 종친건지 모를 두 사람의 사생결단으로 끝난다. 
                                                                                     


(총 0명 참여)
basskaneda
아뇨 원래 황정민이는 악역이 주특기죠; 나만그런가? 달콤한인생에서의 연기가 인상깊었는데; 바람난가족에서도 문소리때리는 연기가 아주,,우~
여자정혜에선 그냥 기본기있는 연기력으로 잔잔한 대본에 묻어간 느낌이고요..그 웅웅거리던 설경구가 나도아내가 있었음좋겟다 라든지 사랑을놓치다에서 연기하는것처럼요..여튼 너는내운명때문에 순박하고 순진한이미지가 굳혀지고있는데, (방송출연에서의 모습도 참 겸손하고요) 사실 제일 잘어울리는게 아주 피도눈물도없는 그런연기를할때 가장 빛나게보이더군요.. 진짜 그런연기할때 무서워보입니다..소름돋을정도로.. 외국에선 게리 올드만이 이런느낌이에요.. 게리올드만이 악역할떈 진짜 만나면 내머리통을 권총으로 날려버릴것같다니까요..팬티바람에 핫도그베어물면서;   
2006-04-29 16:30
1


사생결단(2006)
제작사 : MK 픽처스 / 배급사 : MK 픽처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kpictures.co.kr/bloody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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