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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악어새, 그 견고한 생존의 법칙 사생결단
jyp0507 2006-04-29 오후 10:40:34 846   [5]

마약이 아니면 현실을 견뎌내기 힘든 사람들과 이들의 영혼을 먹고 사는 마약판매상 그리고 강력계 마약 담당 형사가 먹고 먹히며 물고 물리는 절묘한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사생결단의 현장을 그린 이 영화는, 느와르적 비장미 보다는 피비린내 나는 현실의 생존의 법칙을 생생히 보여준다.

 

멋을 부리지 않은 느와르는 마치 핏물이 흐르는 고기를 씹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영화는 IMF 이후 절망적인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마약에 빠진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철저히 허구다.

하지만, 비장미를 제거하고 실제 마약 세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인터뷰와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시나리오 덕택에 리얼리즘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사생결단> 에서 그리는 현실은 환각의 세계다. 전직 마약제조범 (김희라)을 삼촌으로 두고 마약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가진 상도 (마약중간판매상)는 마약의 세계에서 벗어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오늘도 독기를 품고 약을 파는 인물이다. 자신의 팔뚝엔 절대 주사를 놓지 않는 진짜 장사꾼. 300%의 경이적인 마진율을 보이는 상품, 마약은 상도에겐 찌든 현실을 벗어날 꿈을 꾸게 하는 매개체, 일종의 환각제다.




 

10년 경력의 만년 경장 도경장 (황정민), 상도를 망원(=야당: 경찰의 끄나풀 역할을 하는 마약업자) 으로 잡고 함정수사에 이용 마약계 최고 우두머리 장철을 집요하게 쫓는 이유는 누워 크는 콩나물(실적을 못 올리는 형사) 이라는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고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해서다. 지금의 현실을 탈출, 더 나은 현실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마약수사는 도경장에겐 또 다른 의미의 환각제다.

 


상도의 밀고로 체포 도중 사망한 마약 판매상 창준의 애인 지영은 그 후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고, 상도의 삼촌은 여전히 마약제조와 판매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장철을 잡기 위해 도경장은 수사에 무서운 집념을 보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검찰청 마약반 수사관 고계장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를 거부하고 거칠게 항의하며 수사에 더욱 몰입하던 도경장은 고계장과 장철의 관계를 알게 된다.

 

이렇듯 마약을 사고 파는 사람들, 마약 판매상뿐 아니라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 수사하는 수사관들의 관계는 선악을 떠나 서로 먹고 먹히며 물고 물리는 천적관계와 공생관계를 번갈아 되풀이 하며 마약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암울한 현실 속 환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결국 이들 모두에게 마약은 각자가 처한 현실을 도피할 수 있게 해주는 환각제 작용을 하고 있는 것. 이들은 현실을 잊기 위해 도피하고 살기 위해 서로를 찾는다.

 

상도의 뒤를 봐주겠다고 거짓 약속하며 출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도경장, 누구보다 마약이 주는 달콤한 환각 뒤의 피폐함을 잘 알면서도 발을 빼지 못하는 상도 이 둘의 공생관계는 그러나 그들의 먹이사슬의 단계를 결국 뛰어넘지 못한다.



 

비단 영화 속 환각의 세계만이 비린내 나는 현실의 생존법칙을 말하고 있을까? 우리는 누구와 어떤 식으로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맺고 있을까?

그들의 사생결단이 끝난 뒤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씁쓸한 뒷맛을 떨치기 힘들다.

 

상도 역의 류승범과 도경장 역을 맡은 황정민의 포장하지 않은 날것의 연기는 사생결단의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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