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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손으로 빚어야 한다 호로비츠를 위하여
jimmani 2006-05-11 오전 9:11:50 904   [3]

천재라는 것이 발견하는 순간 "심봤다!"를 외칠 만큼 대단히 드문 존재라지만, 솔직히 우리들 중에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천재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다. 3~4살 때 글을 쓰기 시작하거나 말이 트이면 뭔가 천재의 기질이 보이는 녀석이라는 얘기를 으레 한번쯤은 들어본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요즘은 하도 천재, 영재 타령들을 하는 마당에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아이들도 잠재적인 천재라면서 영재 교육의 물결에 합류하기도 한다. 내 경우도 역시나 그랬고, 나도 실제로 영재 교육이라는 걸 잠시나마 받아본 경험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TV나 인터넷, 신문에서 이런 천재, 영재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 나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솔직히 가끔은 아니다;;), 이와 함께 느끼는 것이 "저 아이들이 과연 커서도 저렇게 두드러지는 능력을 계속 갖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걱정은 어느 정도 현실을 통해 드러난 적지 않은 사례들을 통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걱정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 부모들이 아이들을 특출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현실이지만, 막상 정말 될성부른 천재가 나타나면 그 천재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만개할 환경은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하는 듯한 것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이러한 "천재"라는 소재를 통해서 진정 한 아이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한다. 비단 일반인들보다 특출난 천재뿐이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과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뭔가 가르칠 거리를 주고 성장을 북돋워준다는 것인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주인공 지수(엄정화)는 이제 막 새로 피아노 학원을 차린 상황. 그러나 함께 같은 교수 아래에서 지도받은 다른 친구들은 유학도 하고, 귀국기념 연주회도 하는 등 짱짱한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데 반해,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유학도 못가고 동네 아파트에 작은 피아노 학원 정도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영 탐탁치 않다. 그나마 피아노 전문가 다운 교육을 하고 싶어도, 정작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실력과는 상관없이 일단은 받아들이는 게 우선인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유난히 동네 말썽쟁이로 소문난 소년 경민이(신의재)를 만나게 된다. 툭하면 길거리에 붙여놓은 피아노 학원 전단지를 모두 떼가고, 학원 안에 들어와서는 난장판만 만들기 일쑤인 경민이. 어느날 성격 터프하신 경민이 할머니에게 잘못 걸려 경민이 점심 정도는 챙겨줘야 하는 처지가 된 지수는 경민이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아니나다를까 이 소년에게 피아노에 대한 놀라운 재능이 있었던 것. 지수는 잘 키운 제자 하나 덕분에 신세 쫙 뻗는다는 심정으로 경민이를 가르치고, 경민이는 이에 힘입어 갈수록 눈부신 실력을 뽐내게 된다. 이리하여 콩쿨에 출전하게 되는 지수와 경민이. 그러나 경민이는 무대 위에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지수는 경민이에게 크나큰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지수와 경민이가 이렇게 그저 콩쿨만이 목적인 스승과 제자 사이였을까?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엄정화가 거의 원톱으로 이끌고 나가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 전에 <오로라공주>로 단독 주인공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고, 또한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훌륭한 연기로 극을 든든하게 받쳐주었기에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연기를 보고 나니 걱정을 하지 않은 보람이 있었다. 엄정화가 이 영화에서 연기한 지수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엄정화가 갖고 있는 발랄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도, 거기서 인간적으로 좀 더 깊게 파고든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여전히 활달하고 자부심도 어느 정도 있으나 실은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에 씁쓸해 하고, 제자와의 진실한 만남 앞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피아노에 대한,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 번민도 겪게 되는, 보다 잘 흔들리고 그래서 보다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점에서 엄정화는 보기 좋게 이 역할을 소화하지 않았나 싶다. 예의 그 활짝 웃는 밝은 캐릭터 속에도 아픈 현실로 인한 일종의 자격지심도 다소 배어 있고, 생각지도 못한 삶의 깊은 전환기 앞에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하는 지수의 모습은 망설임없는 그녀의 연기와 더불어 더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눈물연기는 아주 제대로였다. 갑자기 펑펑 울거나 예쁘게 눈물 한줄기 틱 흘리는 그런 판에 박힌 눈물 연기가 아니라, 목 끝까지 차 오를 듯 하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이를 악물고 있다가도 어느새 그 앙다문 이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오는, 꾹 참으면서 그 사이로 더 격렬하게 나오는 아픈 감정 때문에 더 간절해 보이는 눈물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말, 진실로 서럽고 안타까워서 우는 듯한 분위기가 제대로 배어나왔다. 아무튼 엄정화는 이번 영화 속 연기로 또 한번 갈수록 발전하고, 갈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하지 않았나 싶다.

경민이 역의 신의재 군은 실질적으로 연기가 처음인 배우이다. 실제 콩쿨에서 1위로 입상한 경력을 바탕으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경우이니 말이다. 그런 만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아역 배우들에 비해서는 연기력이 다소 거친 것이 사실이긴 하나, 우는 연기면에서는 생각보다 상당히 파워풀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상대역인 엄정화가 영화 촬영 당시 정말 진한 눈물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감정이입을 도와주었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 친구의 우는 연기는 그 상황에 정말 맞는 뭔가 북받쳐 오르는 듯한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피아노 연주 실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멋졌다. 이 친구가 모두 실제로 연주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씩 이거 대역 쓴 거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피아노 연주가 제대로 신들린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친구도 확실히 피아노 천재이긴 천재구나 하는 생각을 영화 보는 내내 곱씹고 있었다.

박용우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보다 찰지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그런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웃긴 장면들을 만들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이미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코미디에 대한 예리한 재능을 유감없이 선보였던 그는 이 영화에서는 털털하고 수더분하지만 소심하기도 한 피자 가게 사장님 광호 역할을 통해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분위기 파악못하고 내뱉는 그만의 "복식 웃음" 하며, 호로비츠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와 신경전(?)을 혼자서 벌이는 모습까지 순진하고 소박해서 오히려 재치가 넘치는 감초 캐릭터로 영화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거짓말 아니고, 그가 나오는 장면 중에서 열에 아홉은 다 웃겼다. 그것도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겉돌지 않고 지수를 좋아하는 광호의 순박한 마음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맛깔스런 양념 역할로 말이다. 엄정화와 함께 박용우 역시 이제 확실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음악, 그것도 클래식을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음악, 특히나 피아노 연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위험도 있으나 엄정화와 신의재 군이 직접 정성들여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덕분에 지루해지지 않고 절로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게 되었다.(물론 그래도 클래식에 알레르기가 있으시다는 분들이라면 여전히 좀 적응이 안되실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선보이는 클래식 선율 포스의 압권은 엔딩 장면이다. 정말 돈주고서야 볼까말까한 대규모의 스펙터클한 클래식 연주는 보는 내내 그저 감탄, 입만 헤벌리고 있게 할 만큼 그 장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저 잠오게 하는 수면제 정도로 여긴 클래식 연주, 피아노 연주가 이렇게 엄청난 카리스마로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스크린을 통해 간접적으로 남아 전해준다. 그만큼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 못지 않게 영화 내내 수놓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클래식 연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병우 씨가 맡은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다. 개인적으로 이병우 씨의 음악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음악은 어쩜 이리도 맞춤정장을 딱 걸쳐 입은 듯 제대로 들어맞았는지. 영화의 산뜻하면서도 애잔하고, 뭉클한 분위기가 그만의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의 굴곡을 적절히 자극하는 사운드를 통해 제대로 증폭되지 않았나 싶다. 메인 주제곡인 "나의 피아노"는 생각날 때마다 흥얼거릴 만큼 선율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이렇게 감미로운 음악을 온몸에 가득 둘러싸고, 영화는 가슴에 깊이 와닿는 메시지 또한 전달한다.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나 구성은 뻔하다면 얼마든지 뻔하다. 천재적인 실력을 갖췄지만 아픈 부분을 간직한 소년, 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스승. 스승의 가없는 사랑이 빛을 발하는 영화에서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런 소재를 줄곧 잘 꺼내드는 헐리웃 산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유럽이나 미주 국가들의 경우도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교육열이 유난히 활활 타오르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영화 속 경민이만한 나이때부터  수많은 학원들의 압박들이 닥쳐오고, 일찍이 능력을 인정받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부모님들의 열정 하에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강한 교육의 채찍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요즘은 TV를 통해 나오는 "천재", "서번트"(자폐아적인 성향이 있으나 한 분야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아이) 등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아이들을 평범하지 않은 영재로 키우겠다는 부모님들의 의지 또한 불타오르고 있고. 그런데 정작 이런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배우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뭔가 뭉클하고 뿌듯한 일로 다가올까. 이런 화끈화끈한 교육열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십중팔구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누군가를 손수 북돋우고 키워낸다기 보다는, 그저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규격으로 찍어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완벽하게 닮은 사람 없이 모두가 다른 외모를 지닌 것처럼, 아이들도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고 하고 싶은 바도 다를 터인데 이들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모습은 그저 어른들이 보기에 만족스럽고 세상이 원하는 규격에 부합하도록 키워내기만 하는 듯하다. 영재로 키워낸다는 것도, 그게 그저 평범한 아이들에게 적용될 경우에는 그저 부모님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욕심대로 아이들의 팔과 다리를 억지로 늘리는 듯한 인상만 줄 뿐이고. 영화 속 극성인 부모들을 통해서도 반영되듯, 교육이라는 것이 정말 아이들을 한뼘 성장시키고 세상을 보는 눈을 정말로 트이게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더 수월하게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교육이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되는 현실에서, 스승이라는 분들의 모습도 차차 왜곡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 속에서도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진짜 가르치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학부형들이 "얘는 절대음감을 가졌어요"하면 학생 유치를 위해서 무조건 "아,예" 대답만 해야 하고, 학원 한다니까 주변 친구들은 인건비도 안나오는 거 하지 마라고 말리기 바쁘다. 어느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되었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돈이 있어야 먹고 사는 요즘 세상에서 너무 낭만적인 생각 아니겠냐고도 하겠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여전히 신성하게 여기고 애틋하게 여기는 현실에서 교육이라는 것의 가치가 이렇게 왜곡되어 가는 현실 또한 결코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있기에, 영화 속 지수와 경민이의 교감은 기존의 헐리웃 영화들과는 뭔가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지수와 경민이가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바로 옆에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 여전히 버티고 있기에. 이런 현실 속에서 이들은 그저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인간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나아간다. 어찌 보면 지수와 경민이는 어느 하나 월등한 존재가 아니고, 모두가 똑같이 인간적으로 아픈 구석이 있는 이들이다. 넉넉치 못한 환경에서 남들만큼 못해서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지수나, 부모님에 대한 아픈 기억때문에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경민이나, 둘 다 스승과 제자 이전에 마음 한구석이 다쳐 병들어가는 같은 인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의 지수는 무작정 경민이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인양 그저 일방적으로 가르치지만, 지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선생님으로만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친구처럼 부모처럼 여기는 경민이 앞에서 그저 일방적인 가르침 이상의 교감을 하게 된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가슴 한켠이 허전했던 경민이에게는 지수가 거의 처음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진심어린 보살핌을 해주었던 존재였고, 지수에게는 경민이가 새삼 가르침이라는 게 무엇인지, 내가 피아노라는 걸 왜 해 왔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다. 이처럼 단순한 스승과 제자로서의 교류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교감 앞에서 지수의 가르침은 단순히 경민이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규격을 찍어내는 가르침이 아닌, 경민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방향대로 인도해주고 이끌어주는 가르침이 되어가고 있었다. 직접 손으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직접 안아주고 함께 눈물 흘려주면서.

이렇게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으로서 피부로, 마음으로 서로를 변화시키고 가르쳐주는 지수와 경민이의 관계를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것은 일방적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손으로 "빚어내야 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상대방이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 어떤 감정과 아픔을 지녔는지는 알 필요 없다면서 곧이곧대로 세상이 원하는 규격대로 눌러 찍어내는 것 대신,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서 어떤 마음과 상처를 지녔는지 심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모양으로 다치지 않게 정성어린 손길로 빚어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 중간에 광호(박용우)가 꽤 인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저도 피자를 굽다보면 피자를 태울 때도 있는데요, 그치만 피자한테 화내지는 않거든요. 경민이도 마찬가지예요. 경민이한텐 경민이에게 맞는 피자가 있는 거예요." 백번 옳은 말이다. 피자는 직접 손으로 빚고 주무르는 손맛이 있기에 맛깔나는 것처럼,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것 역시 기계로 찍어내듯이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손으로 보듬어줘야 하는 것이다. 가르침에 있어 점점 삭막해 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이러한 메시지는 결코 무시할 것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이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배우들의 연기, 눈부신 선율이 어우러져 차가운 현실을 부둥켜 안을 줄 아는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주는 영화다. 스승의 날 컨셉에 어울리는 영화들이 흔히 갖고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이상적인 가르침 이전에 진실어린 인간으로서의 교감이 있고, 이를 통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멋진 가르침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여전히 애틋하고 뿌듯하다. 마지막 엔딩 장면, 그저 외적으로 성공하거나 뭔가 이뤘다는 증거가 되는 업적이 없더라도, 서로를 한뼘이라도 자라게 북돋워주고 마음의 상처를 사랑으로 충분히 메워줬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누군가를 자라게 하고 동시에 그로 인해 나 또한 자라게 하는 것, 그것 참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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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제작사 : 싸이더스FNH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ypiano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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