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광고용 책받침에 프린팅된 인물들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던 외국 여배우가 몇 있었다. '소피 마르소' 역시 높은 비율을 자랑하는 여배우였다. 13세 소녀의 데뷔작이었던 '라붐'이후 그녀는 스크린의 꽃으로 군림하며 전세계의 남성팬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없다고 그녀 역시 나이를 먹으며 서서히 그렇게 세월의 바람앞에서 노화의 풍화기를 겪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이름은 유용하다. 여전히 남성들을 설레게 할만한 적당한 매력은 잔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건 홍보효과에 기대를 거는 제작사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영화는 보일 듯 말 듯한 제스처로 관객에게 호기심을 선사한다. 저공비행하듯 소피마르소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샷은 시작부터 모호한 영화의 목적지를 따라잡고 싶게 한다. 시작부터 이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들이며 관객에게 기대감을 지니게 만든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은 소피 마르소가 연기하는 키아라라는 캐릭터의 묘한설정에서 기인한다. 목적도 의도도 알 수 없는 그녀의 모호한 뉘앙스는 배우의 매혹적인 매력과 맞물리며 팜므 파탈적인 위기감마저 조성한다.
문제는 그 일관성에 있다. 나름대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독기어린 눈웃음을 짓던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치며 긴장감을 상실한다. 오히려 맥빠진 로맨스가 어중간하게 끼어들며 여백을 대신하는 듯 하지만 공격수를 상실한 어시스트는 골로 연결될리가 없다.
막판에 제공되는 반전도 솔직히 판세를 읽을 줄 아는 눈썰미있는 관객에게는 내공부족한 이야기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
솔직히 설정이나 소재면에서 나름대로 어필될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이었으나 조금은 냉정해야 될 영화의 심리가 감정적인 로맨스를 과다어필하며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다.
확실히 늙어버린 소피 마르소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를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녀가 인물이 아닌 배우로써 영화 자체의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 없음은 조금 아쉽다. 특히나 요즘은 작품보다는 타블로이드성 가쉽거리로써 자주 접하게 되는 그녀 소식이 이 영화를 더욱 우려스럽게 한다.
나름대로 기대감을 지니게 하는 시작은 강렬했지만 맥빠지게 돌변하는 마무리는 허망하다. 물론 지나친 폄하는 금물이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반부까지의 과정과 결말의 반전도 기분나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 결말이 남기는 영화의 이미지는 크다. 관객이 극장문을 빠져나가는 순간과 가장 맞닿아 있는 순간은 어쩄든 결말이기 때문이다. 유종의 미가 중요한 건 그래서이다. 이 영화는 그래서 아쉽다. 초반 스타트가 좋았음에도 결승선까지 뛸 체력이 없는 이야기의 부실함은 기대된만큼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실망감이 될 법하다. 어쩌면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목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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