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리뷰를 주욱 읽어보니 대개 호평일색이군요.

 뒤통수를 맞다니 무슨 말이냐구요? 나 하나의 취향이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제외한 여타 리뷰어들의 수준이 문제인 것인지가 햇갈려서 말입니다.

 김민정이라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어리지만 적절히 갈무리 된 듯한 요염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고, 섹스코미디 장르의 영화의 여주인공을 맡았다길래 큰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한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거니와, 기대치 못했던 흥미로움조차 별반 찾아보기 힘든, 두서없는 실패한 크로스오버 장르의 영화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에로, 코미디, 사극, 로맨스 등의, 영화가 표방하고자 했던 여러 장르 중 관객이 기대한 것은 에로와 사극, 로맨스이지만 영화는 단 한 장면의 자극적 정사 장면도 보여주지 않고,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인 김민정과 한석규의 로맨스보다는 코미디 일색의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철저하게 관객의 기대를 저버립니다.

 그리고 기대치 못했던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의 코미디, 시대를 초월해 현대적 코미디를 과거시제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 풀어가려던 작자의 노력은 고풍스러운 배경과 시덥잖은 개그(댓글이라니, 뒤통수를 크게 맞았습니다-_-)의 부조화로 그저 맥을 끊어놓는 듯한 인상을 주었을 뿐입니다.

 이야기 내내 코미디 일색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남자들끼리의 성애묘사 부분 등으로 오히려 불쾌감을 주거나 하고, 후반부 들어서 전혀 흐름상 이해할 수 없는 케릭터의 변화로 이야기가 암투극으로 흘러가더니 종래에는 로맨스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게끔 만드는, 케릭터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적 장치는 애초에 배제된 채 말입니다.

 내내 코미디 일색이다가 갑자기 비장미가 넘치는 희생, 동지애를 보여주더니 갑자기 장엄한 로맨스적 분위기로 돌입하다니, 도저히 관객으로서 영화적 흐름에 장단을 맞추기가 힘들 지경이더군요.

 하지만 분명히 화려한 세트와 영상미 등은 상당힌 볼거리로서 작용했습니다. 왠지 조선이기 보다는 중국풍 같기도 한 국적 불명의 배경 등은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세트의 화려함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가 없었고, 적절히 빛을 이용해서 잡아낸 영상은 감탄할만한 것이었습니다. 근래 본 사극 중 가장 뛰어나다 평하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평점은, 지극히 주관적 관점을 견지한 채, 5점 중 2.5점을 매기고 싶습니다. 2.5점 중 2점은 영상미의 점수이며, 나머지 0.5점은 복귀 이후 그럴듯한 작품 하나 건지지 못하는 한석규씨에 대한 동정표입니다. 주관적이라고는 하나,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남자 배우끼리의 성애묘사(더군다나 나이 지긋한 배우의!)나 정돈되지 않은 장르의 난립이과 같은 문제는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후반부 30여분간 지루함을 느낀 관객이 저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