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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에서 빗나간 독점행위 모노폴리
kharismania 2006-05-31 오전 1:43:53 2726   [3]
소유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절간에서 무소유를 설파하지 않는 이상 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덧없는 속세인에게는 간과할 수 없는 본능과도 같다. 물론 욕망이 부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욕망에 따른 실현 가능성. 즉 부를 창출해 낼 만한 여지가 있는 자들에게 욕망은 기회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로 활용된다.

 

 투자는 어쩌면 공인된 도박과 같다.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을 골라서 투자한 뒤 그에 따른 이익을 창출되면 자신의 투자금에 대한 대가를 얻는다. 판세를 읽고 기회가 왔을 때 정당한 판돈을 걸고 패를 던져 이익을 얻는 것. 문제는 투자를 할만한 배짱도 선구안도 아니다. 투자할만한 여력이 있는가의 문제다. 부(富)를 지닌 자가 그 부를 이용해 더 큰 부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것. 그것이 투자라는 행위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결국 투자라는 것은 있는 자들의 도박과도 같다.

 

 본 영화는 상당히 럭셔리하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듯 대한민국 1% 클럽이라는 부의 극단적인 상징은 내집장만에 고심하는 서민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된다. 그리고 그 1%에 속하는 인간들이 꿈꾸는 욕망의 크기 역시 평범한 범인(凡人)들과는 다르다. 극중 나오는 대사처럼 대한민국을 독점하려는 상상도 못할 욕망의 크기는 평범한 일상적 소망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아연실색할 노릇일지도 모른다.

 

 경쟁은 발전을 위한 교두보가 된다. 엇비슷한 실력의 양자가 경쟁할 때 발전의 속도는 진일보한다. 하지만 경쟁자가 사라지면 살아남은 승리자의 도취는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의 독점은 그런 점에서 위험하다. 거대한 것은 화려해보이나 유연하지 못하다. 경쟁을 허락하지 않는 독점은 결국 하나의 시장에 퇴보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허용한다. 부루마불 게임에서 한 사람이 시장을 장악하면 역전은 힘들다. 그뒤에 남는것은 게임에 대한 의지의 상실과 그로 인한 흥미의 상실이다. 결국 독점이 시장에 남기는 것은 시장의 쇠퇴와 몰락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그런 독점에 대한 경고문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음모를 지닌다. 시장을 장악해서 부를 독점하려는 존(김성수 역)의 음모론은 말 그대로 배타적인 자립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자립을 실현하는 과정은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추진력이다. 판세를 읽을 줄 아는 선구안과 패를 던질 줄 아는 결단성 그리고 그런 과정앞에 장해물들을 처단하는 냉정함. 삼박자가 갖춰진 추진력은 스스로의 욕망을 한단계씩 밀어올린다.

 

 상당히 세밀하고 영리한 영화로써의 외관을 지녔다. 하지만 실상 부실한 내관은 소모된 필름의 회전수가 더해질 수록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영화는 디테일의 부실함을 한껏 부풀린 몸집으로 가리려한다. 마치 복어가 자신의 몸을 부풀려 자신의 나약함을 위장하려듯이 말이다.

 

 이 영화는 상황의 흐름에 대한 논리적 전개보다는 심리적인 미묘한 흐름을 선호한다. 그래서 오컬트적인 신비함도 지니고 의외의 미묘함도 지닌다. 하지만 그런 신비주의가 방법론의 듬성듬성한 틈새를 메꾸지 못한다. 장황하고 의심스러운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영화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또한 캐릭터들이 관객에게 심리적으로 호응을 얻는 것조차 어려워보인다. 극중 경호(양동근 역)가 이유없이 동료에게 모욕을 당하는 것도 공감하기 힘들며 그가 존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 역시 덩그러니 던져진 짐처럼 버겁다. 설득력을 얻지 못한채 내달리는 이야기와 감정몰입은 관객에겐 버거운 짐같다.

 

 사실 소재 그 자체만을 따지고 본다면 이 영화에 호의를 표명할만하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호기심에 대한 실망감만을 안긴다. 영화가 지닌 이야기의 스케일은 부실하고 감정적인 플롯은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 어색함을 연출한다.

 

 후반 10분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모든 상황을 일시에 뒤집어버리는 반전의 코드는 그나마 이 영화가 지닌 흥미로움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유종의 미가 되어주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이야기의 구멍을 메꾸기엔 배수의 진이 버거워보인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실망스럽다. 특히나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양동근이라는 연기파배우의 출연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케릭터로의 변신에 실패한 듯 보인다. 그의 어눌한 매력은 소심함과는 다른 국면이다. 소심하고 감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때론 민망할 정도로 아쉽다. 또한 김성수의 연기는 마치 벡터맨의 영웅인양 또박또박하고 정직하다. 감정없이 대본을 죄다 외웠음을 알려주듯 그의 대사에는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나지 않는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 퀄리티에는 한참 모자라다. 인물을 맥거핀으로 내세워 상황자체를 생각지도 못하게 몰아가는 발상은 영리해보이나 화법은 서투르다. 결국 서투른 화법은 영화 자체를 어설픈 희극담으로 몰락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제대로 된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는 이 영화는 잡다한 욕망에 휩싸여 제길하나 붙잡지 못하는 실속없음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의 실망감 하나는 제대로 독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화의 의도된 욕망과는 다른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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