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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그것만이 문제로다. 포세이돈
kharismania 2006-06-03 오전 2:20:47 705   [0]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비교대상으로 떠오르는 영화는 '타이타닉'일지도 모른다. 물론 타이타닉과 포세이돈은 영화의 화법 자체가 취하는 모션이 엄밀한 차이를 보이는 영화지만 소재가 취하는 화두 자체를 논하자면 발상적인 측면에서 유사성의 코드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두 영화가 취하는 성격 자체가 거대한 규모를 내세운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비슷한 노선을 취한다.

 

 이 영화는 1972년작인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메이크판이다. 그렇다면 원작과의 비교는 이 영화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되어야함이 마땅하다. 비교우위냐 가치훼손이냐의 논의는 어쩔 수 없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분기점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원작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다.

 

 시작부터 이 영화는 자신의 거대한 몸집을 유감없이 뽐낸다. 거대한 포세이돈의 선상에서 조깅을 하는 딜런(조쉬 루카스 역)으로부터 줌 아웃되는 영상은 배의 일부에서 배의 전체로 규모를 확장하며 할리웃 블록버스터의 거대한 풍채를 유감없이 자랑한다. 시작부터 관객은 거대한 포세이돈의 위용앞에 감탄할 따름이다.

 

 거대한 호화유람선 포세이돈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행복한 새해를 즐기지만 그들 앞의 운명은 거대한 해일로 인해 전복되는 뱃속에서 침전하는 가련함이다. 흥겹던 파티장은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돌변하고 위와 아래가 뒤바뀐채 뒤집어진 포세이돈은 망자의 함으로 몰락한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앞에서 살길을 찾기 위해 떠나는 소수와 막연히 구조의 기다림을 택하는 다수의 이야기 중 이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살기 위해 떠나는 이들의 모험이다.

 

 사실 죽음이라는 문제는 어떻게 보면 초월적이면서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생존에 대한 욕구. 그것은 인간이 지닌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강렬한 현실적 고민이 된다. 적어도 생사에 대한 의지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면 말이다. 일단 이 영화는 죽음의 위기 앞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군상에 대한 영화다. 해양 재난 영화. 바다에서 벌어지는 인생게임인 것이다.

 

 외관적 규모나 모양새, 이야기의 화법등을 살펴보았을 때 이 영화는 나름대로 적당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할리웃 블록버스터로써 지닐 수 있는 상업적 재미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말이다. 다만 이 영화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개개인의 캐릭터의 심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전체적인 방향성을 지니지만 개인적인 구체화에는 실패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애석한 것은 원작에서 매력적이던 캐릭터의 실종이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지만 '물 속에서는 나도 가벼운 여자'라고 말하는 셸리 윈터스의 삭제는 특히나 안타깝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실종된 채 그에 백업되는 다른 캐릭터가 발견되지 않는 점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안타까움 중 하나다.

 

 재난이나 사고는 단순히 그 자체의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상황적 긴밀감을 높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를 통해 관객의 심리를 조일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의 양자택일적 상황에서 타인의 희생을 이용한다거나 혹은 본인이 희생을 자처한다거나의 결정은 극적인 긴장감과 더불어 감정적인 동조적 흐름을 조성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나름대로 그런 감정적 어필에 무색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깊이라는 면에서 볼 때 간편하게 생각해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불식하지 못하게 한다. 상황 그 자체에 대한 발견은 존재하지만 깊이있는 이해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아쉬운 맥락에 서야만 하는 이유다.

 

 1억 6천만 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는 확실하게 규모면에서 거대한 풍채를 보여주지만 내면적 결함을 숨길 수는 없다. 물론 그것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그것이 굳히 이 영화를 몰락시킬 정도의 결정적 실수가 아닌 이상 이 영화가 순선할만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심함이 부족해보이는 면모를 외면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원작이 지니고 있던 생생한 캐릭터들의 매력은 마치 무섭게 달려드는 해일의 높이처럼 웅장한 이 영화의 거대한 규모에 묻혀버린 것만 같다.

 

 어쩄든 이 영화는 나름대로 순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기대이하지만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고 국내에서도 첫주관객 35만명을 부르며 신기록의 업적을 달성했다니!!- 하지만 분명 재미있는 영화가 될지언정 잘만든 영화가 된다는 것은 또다른 고민을 덧붙여야만 가능한 법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극명하게 대변하는 것만 같다. 그냥 그렇게 즐길만한 블록버스터 그 자체적인 성격만을 놓고 본다면 1시간 30여분의 런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자체에의미를 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만이 문제로다. 단지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삶의 연장이라는 양자택일의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영화의 런닝타임만큼이나 급하게 상황을 마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리웃의 전형적인 가족애와 화려한 CG로 무장한 테크놀러지 블록버스터의 화려함이 침몰시킨 캐릭터의 몰락 앞에 섭섭한 조의를 표한다. 캐릭터가 살아있던 고전의 가치가 블록버스터의 돈놀이 앞에서 오락거리로 전락해버린 듯한 인상은 분명 아쉬움일 따름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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