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상영시간 차이에서 오는 드라마의 차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페터슨 감독의 포세이돈은 100분에 못미치는 시간동안
모든 내용을 담아내다 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숨가쁘게 내달리기만 하고
잠시 쉬어가는 부분은 없습니다.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드라마와 인물관계, 갈등, 이야기등을 모조리 들어내고
해일에 뒤집힌 배에서 탈출하는 과정(엑기스)만 뽑아내서 보여주는 뭐... 그런 느낌입니다.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한시간 반동안 보고나온 기분이랄까요?
2006년작 포세이돈은 그야말로 군더더기가 전혀없습니다.
여기서 군더더기가 없다는건 좋은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쁜 의미이기도 합니다.
포세이돈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미덕에 아주 충실했습니다.
영화시작하고 한 10분? 그 정도 지나고 바로 배가 뒤집혀 버립니다.
거대한 해일의 위력앞에 뒤집히고 마는 육중한 여객선.....
잠시도 놓치면 안되는 명장면 이었습니다.
이후 탈출이 시작되면서 닥쳐오는 위기와 긴장감은
연출력이 특출나지는 않지만 정교한 세트와
물량공세에 힘입어 상당한 사실감을 전달해주고
그로인해 공포감을 느끼게 한 점에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앞에서 다른 분들이 전부다 얘기 하셨습니다만
포세이돈은 짧은 상영시간 때문에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스케치에도 아주 인색합니다.
관객들은 이 사람들이 어떤 배경을 가진 캐릭터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별한 개성없이 배에서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공통점만이 존재하는
평면적인 인물들이 모여서 계속되는 난관을 뚫고 탈출에 성공하는 것은
꼭 게임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를 극복하면 또다른 난관에 부딪치고 그걸 또 해결하고...
일정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라기 보다
가끔은 다큐멘타리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것도 역시 짧은 상영시간으로인해 거두절미 한체 이야기를 진행시키다 보니
나타난 문제점이 아닌가 합니다.
어머니와 어린아이, 아버지와 딸, 연인관계인 남녀, 그리고 노인
재난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등장인물 구성과
관객의 예상대로 차례 차례 죽어가는 희생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정직하게(?) 만들어서 앞으로의 전개를 맞추는 재미마저 느끼게 합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게 뻔한 전개로 받아들여 지겠지만요~
어쨌거나....
간만에 대형 화면으로 볼만한 영화가 하나 개봉했다고 생각됩니다.
파도에 뒤집어 지는 포세이돈은 과거 타이타닉이 제공했던
천천히 침몰해가는 배가 보여준 공포와 스펙터클과는
또다른 시각적 쾌감을 제공합니다.
또 탈출과정에서 시시각각 밀려드는 바닷물의 공포도 무시할순 없고요
어쨌거나
리메이크작 이라고 하지만
1972년작과는 여러모로 다른 영화입니다.
그저 소재만 같다 뿐이지 포세이돈 어드벤처가 보여준
메시지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 영화가 2006년작 포세이돈 입니다.
극장의 사운드와 대형화면의 장점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요~
뭔가 이야기의 힘이 있어야 블록버스터가 산다고 느끼는 분들은
좀더 생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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