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포기하고 액션을 선택했지만...
1972년에 만들어졌던 원작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영화 팬이라면, 여전히 ‘문제는 사이즈’ 라는 헐리웃의 고집을 벗지 못한 2006년 형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The Poseidon Adventure , 2006) 에 실망할 것이 틀림없다.
지나치리 만큼 압축하고 생략한 캐릭터간의 갈등과 곳곳에서 듬성듬성 빠져버린 듯한 플롯의 빠른 전개, 점점 늘어나는 상영시간 추세를 비웃듯 1시간 40여분 만에 끝장을 내버리는 과감성이 허전한 여운마저 남기는 바람에, 뭔가 크고 극적인 것을 바랬던 관객들의 기대치는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린다.
짧은 상영시간은 편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몰입을 유도하기엔 지나치게 생략된 부분이 많고 허술하다. 여기에 뻔한 엔딩 장면과 재난 중에 반드시 등장하는 영웅적 인간형 등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생략과 압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허술한 캐릭터와 갈등구조 등과 더불어 드라마의 실패를 낳았다.
하지만 드라마적 시시콜콜함에 관대한 관객이라면 물을 다루는 감독의 재능이 잘 드러난 긴박한 액션신은 꽤 볼만하다. 짧게 느껴지는 상영시간이 마치 순간적으로 끝나는 롤러코스터의 재미와 같다고나 할까?
어쩌면 감독 볼프강 페터센 ( Wolfgang Petersen) 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 보다는 액션과 ‘사이즈’ 문제에 처음부터 초점을 맞추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제시한다. 시작하자 마자 카메라는 주인공 조쉬 루카스의 움직임을 따라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의 규모를 훑는다. 그리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47미터가 넘는 거대한 벽을 형성한 ‘로그 웨이브’가 새해 첫날을 맞아 축배를 들기에 여념이 없는 유람선 포세이돈을 집어 삼키면서, 애초부터 감독에게 문제는 ‘사이즈’와 액션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특전 U보트 (Das Boot, 1981) 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 2000) ] 물을 다루는 재능을 선보인바 있는 감독 볼프강 페터센은 거대한 파도에 삼켜 뒤집힌 초대형 유람선 속에 갇힌 채 물과 불의 동시적인 재난의 현장. 액션을 실감나게 그리는데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지만, 캐릭터와 갈등이 뒷받침 되지 못한 단순하고 거친 커팅은 내내 아쉬움을 남긴다.
재난 속에 놓인 인간들의 내.외면적 갈등을 실감나게 보여준 전작과도 큰 비교의 대상이 될 듯하다.
캐릭터와 갈등 대신 액션을 택한 볼프강 페터센의 2006년 형 ‘포세이돈’은 역설적으로 사이즈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헐리웃의 현실적 고민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www.dayogi.com '시네마 살롱'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