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영화의 가장 큰 묘미란, 숨기려는 감독과 밝히려는 관객의 두뇌싸움일 것이다. 설령 그 반전이 그리 어려운게 아닌듯 보여도 결말이 드러나기 전까지, 관객은 확신할 수 없기에 긴장감은 끝까지 팽팽히 유지된다.
럭키 넘버 슬레븐은 분명 반전 영화다. 연결되지 않는 구멍난 이야기들의 파편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그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보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감독이 건 싸움은 너무나 싱겁게 관객의 승리로 끝나버릴수 밖에 없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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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며 서 있는 적대적인 두 마피아 조직. 랍비와 사울, 계속 깨지는 주인공의 코...... 대조와 반복을 너무나 분명히, 그리고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다. 지극히 단순한 이 패턴은 관객이 품고 있는 추리들이 "아마도"라는 추측이 아니라 "반드시"라는 확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결말을 다 알고 있는 관객에게 긴장의 끈을 다시 쥐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반전 그 자체가 관객에게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킬수 없다는 점이다. 평범하게 보아왔던 뻔한 이야기들을 뒤섞어 놓은 것 뿐이기에, 설령 결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이라도 감독의 승리가 불러일으키는 쾌감을 느낄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반전 영화임을 잊는다면, 극명한 대조와 반복이 돋보이는 연출과 언어유희, 조쉬 하트넷의 매끈한 몸매는 단연 돋보이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반전에 맞춰져 있고, 단순한 대조와 반복 속에 아무런 변주조차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극명한 대조의 세계관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유희가 관객의 입꼬리를 들어올리기엔 너무 버겁다는 점이, 그리고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루시 리우의 에피소드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박경림 보다 조금 더 예쁜 루시 리우가 예쁜척 하는 모습은 상당히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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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와 좋은 각본, 연출도 크게 나무랄 데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가 반전에 있다는 것을 망각해 버린 감독은 지나친 대조와 반복의 구성으로 인해 관객이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결국, 관객에게 패배한 이 영화에 박수 쳐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음란서생 - 미친 각본, 미친 감독, 미칠 관객들
[왕의 남자 - 탄탄한 각본, 만족스런 연기, 밋밋한 연출 (스포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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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7 편 - 영상으로 보는 dual in chaos (외전-上편)] [형사 # 8 편 - 영상으로 보는 dual in chaos (외전-下편)]
형사 # 외전 2 탄 - 이명세, 그의 화려한 귀환을 기다리며....
# "럭키 넘버 슬레븐"과 상당히 유사한 형식의 영화로는 "손님은 왕이다"가 있습니다. "슬레븐"에서 놓쳐버린 요소를 "손님"은 변주와 또다른 흥미요소를 통해서 극복해내고 있으니 비교해 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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