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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의한, 그를 위한, 그의 영화 짝패
sieg2412 2006-07-11 오전 7:41:19 1020   [5]

<짝패>는 류승완의 영화다. 메이저 시스템 아래에서 꾸준히 영화를 제작해오던 류승완이 이번에는 그의 아내(류승완의 아내 강혜정은 <신라의 달밤>등의 홍보.마케팅을 맡았던 영화인으로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과는 동명이인이다.)와 자신의 이름을 한자씩 따서 만든 '외유내강'이라는 제작사를 차려 직접 찍어낸 데뷔작이 바로 <짝패>이다. (이것은 홍상수의 전원사보다는 박찬욱의 모호필름에 더 가까운 사업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리고 여전히 하던대로 그는 이번에도 감독을 맡았고, <혈의 누>의 이원재라는 특급 조커를 파트너로 삼긴 했지만 마찬가지고 그 자신이 쓴 각본을 토대로 영화를 찍었다. 더욱이 <짝패>에서는 그가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준 깜짝 연기, 이창동의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손색없는 연기를 (비록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러닝타임 내내 극을 이끌어야 할 주연을 맡아 보다 치밀한 연기를 선보였다. 근 십몇년 안에 견줄 자를 찾자면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이나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정도 밖에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영화 사상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데뷔를 한 뒤 그가 만들어온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역시 결코 도제 시스템에서는 나올 수 없는 그의 영화적 상상력과 메시지 전달력을 보여주었지만, <짝패>는 보다 확실한 브랜드를 담보한 류승완표, 말하자면 류승완의 영화다.

<짝패>는 류승완에 의한 영화다. <짝패>는 비록 박찬욱에 의해 모호필름에서 제작을 거부 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류승완의 영화적 멘토인 박찬욱의 B급 감성이 류승완식으로 표현된 영화다. 그런데 류승완의 영화는 박찬욱에 비해 더 상업적이다. 이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이를테면 예술적으로 보이려는 겉치레가 과감히 생략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모태는 다름이 없음에도 <짝패>는 비슷한 테마를 다룬 박찬욱의 복수 3부작보다 훨씬 부담없이 읽힐 수 있다. 애초에 분석될 법한 메시지나 텍스트를 갖추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승완은 차라리 그 시간에 내러티브를 보강하는 포석을 하나라도 더 두려 했다. 그래서 <짝패>는 <주먹이 운다>와는 다르다. 그의 전작 <주먹이 운다>가 이미 그 미학적 성취가 대단한 미쟝센의 베테랑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과 견주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개봉일의 일치라는 우연 때문만은 아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그의 최근작과 <짝패>는 다르다. <짝패>는 단서를 이리저리 계산적으로 배치시켜 만든 드라마투르기를 추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분출하는 그의 초기작과 더욱 유사하다. 이때까지 류승완의 본질을 설명하는 작품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고 그 다음을 꼽자면 <피도 눈물도 없이> 정도였다. 메이저에 편입된 류승완은 언제나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또 그렇게 해보였지만 항상 2퍼센트 정도가 부족한 행보를 연거푸 보여줬던 것이다. 그래서 <짝패>는 의미있다. <짝패>는 적어도 류승완의 두번째 대표작이라는 타이틀 정도는 무리없이 꿰찰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짝패>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화려하게 시작된 류승완의 1기를 마무리하는 수미상관적인 걸작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류승완의 2기를 알리는 새로운 신호탄이 되거나. 어쨌든 이것은 류승완에 의한 영화다.

<짝패>는 류승완을 위한 영화다. <짝패>가 개봉된 뒤 세인들은 엔딩의 결투 신에 대해 미국에 '펄프 무비'라는 장르를 만들다시피한 컬트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과 비교 언급하기를 즐겼다. 엄밀히 말해서 그 장면에 대한 이러한 언급은 결코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짝패>의 클라이막스-엔딩 신의 싸움은 <킬빌>의 청엽정 대결 시퀀스를 개떼로 둔갑시킨 표가 난다. 그러나 <짝패>가 전적으로 <킬빌>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습게도 이 말은 <짝패>가 완전히 독창적이라는 말과는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오히려 <짝패>는 모방과 인용으로 점철된 영화다. 기본적으로 열혈 성룡 키드인 류승완에게 있어 <짝패>와 같은 완전 액션 무비는 성룡 영화의 자장권을 벗어날 수 없다. 한국에서 성룡의 대안을 찾으라면 첫손에 꼽힐 수밖에 없는 정두홍의 캐스팅이 의미하는 바 또한 이와 같다. 사실적이고 정확한 액션을 구사하는 정두홍의 연기는 근원적인 '날 것(raw)'의 액션을 이식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류승완은 자신의 기원이 성룡 이전에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친구의 죽음에 얽힌 음모. 이를 파헤치는 죽마고우. 미궁에 빠진 사건의 끝에는 또 다른 친구'와 같은 플롯은 어떠한가? 애초에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플롯은 기본적으로 장철로 대표되는 쇼브라더스 영화의 메인 레퍼토리와 맞닿아 있다. 그러고 보면 <킬 빌>과의 유사점은 타란티노 자신이 정창화의 <죽음을 다섯 손가락>을 오마쥬하는 것에서 엿보이듯, 그 자신이 동양, 특히 일본의 사무라이 무비와 홍콩, 바로 장철과 같은 액션 스타일에 깊이 경도되어 있는 이유로 우연히 겹쳐진 접점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 두 영화가 처음부터 장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두 영화의 교차성은 우연이라기보다 필연에 가까울 수밖에 없겠다. 재미있게도 류승완은 이와 같이 자신의 부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오마쥬와 모방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것에 자신의 키치적 감성이 깃들면서 종국에는 류승완 영화에 계보에 어울리는, 폭발 직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견줄만큼 근본적인 류승완의 영화적 계보에 어색하지 않게 일치되는 양태를 보인다. 그러니까 <짝패>는, 류승완을 위한 영화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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