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팩션(Faction).

이 영화를 보고싶어 골라본 사람정도면 10.26에 대해선 대강이나마

알것이라 생각하고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그리고 나는 전두환

정권때 태어난 사람이라 박정희는 얼굴도 못봤고 그사람이 무슨

일을 했는지 직접 겪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영화는 줄곧 김재규와 그의 부하 주과장 그리고 민대령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이점으로 보면 감독은 그들은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보는듯하지만 마지막의 나레이션은 그들을 역사의 악당으로

보는듯하기도 한다. 감독이 중립적인 입장을 고려하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내내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혁명가로 보이기도

하고 악당 암살자로 보이기도 한다.

등장하는 장관들, 군 참모총장들, 총리, 의원, 부장 등등 높으신

분들의 캐릭터는 모두 엉뚱하다.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말에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다. 마치 현재의

어처구니 없는 정치인들을 풍자한듯하다. 대통령이 죽었다는데

헌법을 들춰보며 대통령이 유고시 대통령 대리는 총리가 한다는

법이 헌법에 있네 군법에 있네 떠들어 대는 꼴은 뭐 지금의

정치판과 다를바 없다.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한 후의 그들의 행동은

더 가관이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라 중간중간 코믹요소가

심각하게 들어있다.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어색한 이 분위기.

박찬욱 감독식 코미디와도 비슷하다. 그런 분위기가 아마도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한건 '잘만들었다' 보다 '잘 찍었다'라는

생각이 계속들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세트가 잘 맞았고,

인물들의 연기도 잘 어울렸으며 연출도 좋았다. 시나리오는

정치물이라 자신의 생각에 따라 보이는 것들이 다르므로

말을 못하겠다. 백윤식의 연기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백윤식은 역시 카리스마를 풀풀 풍기면서 굉장한

시선 장악능력을 보여준다. 왠지 그가 아니면 안됐을듯한

연기였다. 그외에 한석규와 민대령역의 김응수도 좋았다.

약간 놀란 캐스팅은 박정희역의 손재호. 기존의 이미지에 탈피한

캐스팅을 하고싶었다는 감독의 말을 들으면 미스캐스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포근하고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해서 손재호의 이미지와 박정희의 이미지를 모두 바꿔버린

캐스팅이었다.

상영이 시작되기전 박 전대통령의 아들이 오프닝 영상과

엔딩영상에 대해 상영금지 신청을 내어서 결국 그 두영상이

삭제된채 안내문구와 음악만 나오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 아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재미없다는 의견과 재미있다는 의견으로 극명히 갈린 이 영화의

평은 어쩌면 이미 예고되었을 지도 모른다. 정치물이란 것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차이가 심하니 말이다. 물론 영화적으로

지루했다거나 정말 재미없었을 수 있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볼 땐

한가지만 기억하자. 이 영화 전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