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약간)
영화를 본 느낌은 한 마디로 2시간 반 동안 울분에 찬 극일 웅변 연설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흔히들 강우석 감독 영화는 상업적 재미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번 영화는 대중영화로서의 재미도 없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대중오락 장르의 쾌감을 줬던 강우석 감독의 최고작 <공공의 적>의 만듦새가 문득 그리워질 정도였습니다.
일단 잊어버린 국새를 찾기 위한 주요 배역들의 움직임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과거 고종 시대의 역사와 교차 편집으로 적절한 긴장감도 유지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전쟁을 벌일 것 같은 일촉즉발 상황의 분위기만 잔뜩 잡고 말더군요.
제작비 100억을 어디다 썼는지, 별로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이 안 들더군요.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그다지 발휘될 기회도 없이 장면이 전환되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차인표의 연기는 역시나 발전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며, 문성근은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을 하는 느낌이었으며, 안성기는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웅변조 대사로 듣기 거북했습니다.
그리고 조재현은 극중에서 역사를 모르는 아줌마들을 깔보는 대사가 나오는데, 관객들의 가치판단을 배체한 채, 일방적으로 관객들을 가르치려 드는 강우석 감독의 욕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강신일만 제대로 연기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흐지부지 끝나는 듯한 결말과 엔딩 타이틀 이후에 윤도현 밴드의 노래는 생뚱맞기 그지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새라는 심플한 소재로 단순하게 2시간 반 동안 지루한 역사학 주입식 강의를 듣는 느낌이 실로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을 극도로 싫어하거나, 영화를 보고 민족혼을 불태울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추신 분들이라면 볼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비단 저의 주관적인 생각뿐일까요.
무려 500여개 상영관에다가 일단 개봉 첫 주니, 호기심에 많은 관객들이 볼 것 같습니다만, 개봉 2주 차 부터는 입소문에 의해 그다지 성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년 겨울 54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해서 호들갑떨다가 흥행에 성공 못한, 제 2의 <태풍> 꼴이 날 듯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충무로 1인자로 군림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강우석 감독이 잠시 주춤하게 될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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