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날카로운 이목구비. 굵은 음성으로 내 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의 무게감을 더해간다. 화분을 들고 우유를 즐겨 마시며 열 14살 어린 소녀를 사랑했던 고독한 킬러인 레옹이 이번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천년의 시간을 건너 미래를 방문했다.
과연 한껏 무게만 잡던 그의 카리스마가 코믹성이 강한 액션 어드벤쳐 영화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정답은 예스였다. 귀족주의가 강한 중세기사로 분한 그는 그의 무게감을 조금도 흔들림 없이 가져가는 동시에 그의 연기분야를 코믹 쪽으로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 주었다.
때는 12세기 중세 유럽 ..영국공주와 결혼을 약속한 프랑스 기사 티보(장 르노)는 그를 시기하는 마녀와 한 귀족에 의해 마법에 걸리게 된다. 사랑하는 공주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 그는 공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시간의 터널로 가는 도중 마법사의 실수로 2001년 현대로 오게 된다. 1000년의 시간을 한 순간에 건너뛴 티보와 앙드레(티보의 종)..
높다란 빌딩과 수많은 자동차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시속 20Km의 자동차 속에서 멀미를 하며 속도를 더 줄일 것을 요구하는 이들. 변기를 우물로 알고 마시고 변기 청정제로 목욕을 하는 이들.. 천불짜리 샤넬 향수를 온몸에 쏟아 붓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그들은 현대 문물을 천년전의 방식으로 한껏 즐기고 있었다. 덕분에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 영화 속에 주의 깊게 보아야할 메시지가 있다. "신분극복"이다. 티보의 종인 앙드레는 주인의 말 한마디에 개가되어 주인의 신발을 핥는다. 주인이 먹다 남은 고기조각을 던져주면 바닥에서 "감사합니다. 주인님"이라고 외치고 짐승처럼 음식을 먹어댄다. 그 시대에는 으레 그랬을 신분차별...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장면 장면마다 웃고는 있었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치는 못했다. 우리의 앙드레... 중세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폭탄 발언을 한다. "나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자유인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이 당하는 처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던 앙드레는 용기를 내어 앞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천년의 시간은 앙드레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었고, 티보에게는 사랑하는 연인 로잘린을 살아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줄리아에겐 남편에게 사랑만을 갈구하는 바니가 아닌 용기 있는 여성으로 태어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