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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영화의 괴물, The host 괴물
luvme1010 2006-07-30 오후 4:31:40 1234   [2]

 

너도나도 다 보고 나서 리뷰를 쓰니까 상대적으로 쓰기 싫어진 심리랄까.

실은 어제 보고 와서 느낌이 생생할 때 올렸어야 하는건데, 미뤄두고 말았다.

기사를 보니 어제까지 188만명이 보았다는데, 이건 경이적인 스코어다.

그러니 리뷰가 쏟아지고, 하나같이 호평일색인 것이 이상하지만도 않다.

가끔씩 보이는 '옥의 티' 수준의 지적마저 천편일률적이랄까.

마지막 부분에 CG가 어색했다는 둥, 유머가 너무 억지스럽다는 둥,

혹은 중반 이후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느슨하여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둥.

남들 다 하는 이야기를 또 하고 싶진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괴물은 괴수영화인가. 괴수가 나오기때문에 괴수영화라면 괴수영화 맞다.

괴수영화라는게, 덩치 큰 괴물이 나와서 다 때려부수고 난동피는 것이라면_

그렇게 보면 괴물은 괴수영화로는 A급이라고 할 수 없다.

충분히 호러블하긴 하지만_ 규모가 엄청나다든지, 무지막지하게 흉포하다든지_

건물 여러 채 못쓰게 만들고 사람들 수백 명 죽이고_ 그런건 아니지 않는가.

잘해봐야 작은 나라 한국에서,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는 한강 어딘가에서,

그저 쭈그리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간식량을 구하러 출동하는 분위기.

그렇다면 괴물이 괴수영화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영화 외부적인 것_ 예를 들면 '한국어로 된', '한글자막 없는' 괴수영화라는 것,

혹은 패턴을 깨고 영화 초반 도입부에 이미 괴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나선 것이 일개 소시민 가족에 그마저도 띨띨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엔딩이 역시나 할리우드 괴수영화의 공식과 다르다는 것, 일까나.

하지만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찬사를 이끌어내기에는 2% 부족하다.

천문학적 제작비 들이고 충분히 상업적이면서 괴수영화 법칙을 깬 작품은 또 있지 않나.

그 유명한 킹콩이라고.

킹콩도 은근히 '웃기고', 덩치 큰 고릴라가 의외로 사람은 몇 안 죽이는데다가

막판엔 사람 울리면서 장엄하게 최후를 맞는다.

물론 주제도 다르고 포인트가 다르긴 하지만 '인간냄새나는' 괴수영화라는 건 같지 않나.

킹콩은 괴물보다 더 리얼하고 스케일도 크고 CG도 돈들인 값을 하는 영화다.

어색하고 이상한 유머도 없고, 러닝타임이 완전 오버스러워서 지겹긴 했지만_

그런데 왜 사람들은 킹콩보다 괴물에 별점을 더 주려고 안달인가.

그건 정말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때문일까, 아니면 영화외부적인 요인때문일까.

말하자면 '투입대비산출량에따른효율비' 라는 건가.



'왕의 남자'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천만관객 영화가 자주 언급되는 요즘_

시즌도 시즌이고, 무식하게 많은 스크린 수에, 호펑 일색인 괴물이

천만관객 넘기는 일쯤 우스울거라는걸, 이제는 전국민 모두가 안다.

우리나라 사람들 이상한 면이 있어서, 이런 '신드롬'에는 안빠지고 싶어하는 그 심리.

이젠 좋아서가 아니라 안보면 대화가 안되기 때문에 괴물을 보러 극장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뭔가 아쉽다. 정말 0.2% 아쉬운 그 무엇.

'왕의 남자'는 안그랬다. 막판 허접한 편집에다 이준기의 약간 어설픈 그 연기_

게다가 내가 맨처음 봤을때는 필름문제로 무려 상영이 한시간 가까이 지연.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자리를 안떴고, 영화 끝나고 기립박수를 쳤다.

모두가 울고 웃었고, 정말 온마음으로 감동하고 전율하면서 영화를 봤다.

사소한 영화의 결점들은 어마어마한 무게의 카타르시스에 눌려 이미 잊혀지고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 그게 없어 아쉽다.

괴수영화이고, SF이기 때문에 많이 보여줘야 하고 무서워야 하고 실감나야 한다.

그래서 사람 웃기고 울리는 맛이 줄었다.

요만큼이라도 어색하게나마 유머를 섞고 감동을 주려 애쓴게 대단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하려 드니, 완벽하게 커버해주는 '결정적이 것'이 빠져버렸다.

영화 대사처럼, '한강은 매우매우 넒습니다. 마음을 크게 가지세요.' 라는 심정으로

어색한 유머도 참고, 한국형 괴물의 애교스런 흉포도 참고, 억지 감동도 참는다.

그러나 스토리가 삐걱거리면서 느슨하게 조이지도 풀어버리지도 못하는 실수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게 다른 실수들까지 되려 각인시켜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영화 참 아쉽다.



무려 여섯시간 기다리다 보았지만, 보면서 만족했고 그만큼의 값을 했다고 느꼈다.

보는 내내 우리나라 영화도 이럴 수 있구나, 봉감독 대단하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남는 이 찝찝한 느낌은 하루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같이 본 친구 말처럼, 두 번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처 읽어내지 못한 기묘한 뉘앙스도 보일 것이고, 영화 보는 맛도 더할 수 있겠지.

하지만 '왕의 남자' 처럼 세 번 네 번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나 '자잘한' 결점들이 눈에 박히듯이 들어올게 뻔할 것이며

그보다도 괴수영화가 갖는 장르의 특성상, 신선도가 급속도로 떨어질테니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영화의 기본 태생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봉감독님 감사합니다.

자막없는 괴물영화 보여주셔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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