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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는 공포의 미학 아파트
philip1681 2006-08-18 오후 8:08:14 1141   [3]
 

난 ‘아파트’의 원작 만화를 그린 강풀 작가의 팬이다. 당연히 영화화 된다는 소리에 개봉 전부터 주목을 했다. 특히 ‘폰’을 연출한 안병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기 때문에 더욱더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고소영의 3년만의 스크린 복귀 작품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봉 전부터 모든 포커스가 오세진역을 맡은 고소영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원작이 훌륭했고 내 스스로 공포영화의 대가라고 일컫는 안병기 감독이 연출을 했기 때문이다.

  개봉과 동시에 CGV구로10으로 달려갔다. 개봉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동시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과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두 가지 악재로 인해 흥행은 부진하였다.

  영화와 만화의 차이점은 만화는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역시 세진이라는 커리어 우먼의 시점으로 영화는 이루어져 있다. 영화는 커터 칼로 자해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작한다. 다소 충격적인 화면이지만 공포영화의 오프닝으로서는 괜찮았다. 자극적인 화면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부 유민의 등장과 이어진 뜬금없는 자살 부분부터 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원작을 본 나로서는 원작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는 달리 엉성한 전개가 벌써부터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유민의 역할은 무엇이고, 무엇을 암시하기 위해 나온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상영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사실 ‘아파트’는 공포영화라고 하기에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귀신의 출연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불을 끄고 죽을 때 하는 기괴한 행동, 다음날 죽은 시체를 촬영한 장면, 그리고 오로지 사운드로만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려하고 있다. 요즘 관객들은 이런 영화에 놀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서움을 원한다. 즉, 소름이 돋거나 깜짝 놀라는 영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공포에 질려 죽는 씬을 볼 때마다 올해 공포영화 스타트를 끊은 ‘아랑’이 생각났다. ‘아랑’은 이런 면에 있어서는 충분히 만족한다. 당신은 죽을 것이란 메일을 통한 암시, 메일 클릭과 동시에 민정이의 홈페이지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 그리고 눈에서 피 흘리는 귀신의 갑작스런 등장 등. 이처럼 ‘아랑’은 공포영화의 규칙 아닌 규칙을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아파트’는 그런 규칙을 너무 간과했다. 기존의 안병기 감독은 비쥬얼보다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스토리로 공포영화로서의 주된 무서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홈페이지에서 발췌하길 “만화에서는 독자가 상상하는 간접적 공포였다면 영화에서는 비쥬얼로 보여지는 직접적인 공포를 그려질 것이다”라고 되어 있지만 내 눈엔 사운드에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내가 비쥬얼이 아닌 사운드로만 공포를 느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세진역의 고소영이다. 고소영은 건너편 아파트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사람이 절대 아니였다. 공포에 떠는 모습도 아닌 단순 관망자의 모습만이 나에게 계속 오버랩 되었다.

  ‘아파트’에서 실망만을 한 것은 아니다. 유연역의 장희진을 본 것은 하나의 수확이라 생각한다. 영화 갓 데뷔하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힘없고 나약한 자가 당하는 고통과 영화의 키포인트인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 특히 유연이라는 역은 영화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역이였기에 난 더욱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난 만화 ‘아파트’와 강풀 작가의 충성도 높은 팬층을 감안 했을 때 각색을 너무 많이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뿌리가 있는 나무에 살을 덧붙임이 아닌, 자라난 나무의 가지를 치고 다시 가지를 자라게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폰’을 봤을 때 느꼈던 강렬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건 왜일까? 안병기 감독의 차기작을 난 또 기다려본다. 그래도 나에겐 언제까지나 공포영화의 대가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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